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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글기자

    도시는 혁신의 엔진인가, 불평등의 산실인가?

    오늘날 도시 문제의 핵심은 도시 발전의 모순이다. 사람과 돈이 도시로 모이고 경제가 발전할수록 불평등은 심화된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부동산이 폭등하는 상황 속에서 도시는 거주자의 경제력에 따라 모자이크처럼 나뉜다. 하지만 도시가 문제라고 도시를 없앨 수는 없다. 현대 사회에서 도시는 필수불가결하다. 어찌 보면 인류 역사의 발전은 도시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2013년 음악가인 데이비드 번이 이렇게 경고했다. “만약 1%의 사람들이 뉴욕의 창조적인 인재를 억누른다면 나는 여기서 나갈 것이다.” 그는 뉴욕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이 뉴욕의 문화적 실패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썼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맨해튼의 대부분 지역과 브루클린의 많은 지역이 사실상 벽으로 둘러쳐진 지역사회, 곧 부자들을 위한 쾌락 지역이다. 이제 중산층은 이곳에 살 수 있을 만한 여유가 거의 없다. 그러니 새로운 예술가, 음악가, 배우, 무용가, 작가, 언론인, 소규모 사업가에 대해서는 잊어라. 뉴욕을 활기차게 만드는 자원이 조금씩 제거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고 종주도시화 현상이 계속 유지되면서 창조계층이 성장할 자리들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경고다.예술, 문화, 기술, 경영 분야 역량과 함께 높은 수준의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경제를 가진 도시는 드물다. 미국은 전체 대도시의 단 5%(364개 도시중 19개)만이 이런 분야에서 높은 성과와 역량을 갖춘 창조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뉴욕,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슈퍼스타 도시,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워싱턴DC, 시애틀, 오스틴과 같은 지식 및 테크허브 도시가 포함된다. 이 도시들은 창조산업, 첨단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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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의 낙태 허용 결정, 낙태 남용 방지대책이 필요하다

    낙태에 대해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첨예한 찬반 논란이 있어 왔다. 낙태를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태아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낙태는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생명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한다. 찬성하는 측은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에서 낙태가 한 해 5만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여성의 낙태 경험률도 7.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치를 반영하듯 여성 4명 중 3명은 낙태를 처벌하는 법은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여성계 목소리를 반영한 헌법재판소 결정이 지난 4월 11일 있었다. 9명의 재판관 중 4명은 헌법불합치 결정(위헌이지만 바로 무효로 하면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결정)을 했고, 3명은 단순위헌, 2명은 합헌 결정을 했다. 결국 9명 중 7명의 재판관이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그동안 강간이나 유전적 질환 등 산모가 위협받은 요인에 대해서만 허용한 낙태가 미혼, 원치 않은 임신 등의 이유로도 가능해졌다.헌재는 이번 판결에서 태아가 모체를 떠나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임신 22주 내외’로 판단했다. 이는 낙태 허용 최대 기한이 임신 22주며 이후에는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국회에 제시한 것이다.낙태를 허용하는 나라도 허용 기한에는 차이가 있다. 스위스는 임신 10주까지, 미국·독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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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배움의 즐거움을 깨우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쪽’에서 나온 물감이 오히려 원래의 쪽빛보다 더 푸르다는 뜻인 청출어람(靑出於藍)은 스승에게 배운 제자의 실력이나 학문이 스승을 능가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청출어람은 교육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이 느끼는 보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고사성어가 아닐까 싶다.올 5월 15일은 제38회 ‘스승의 날’이었다. 스승의 날은 교권 존중과 스승 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해 교원의 사기와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지정된 날로,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5월 26일을 ‘은사의 날’로 정해 퇴직하시거나 병중에 계신 은사님을 찾아가 감사를 표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그 후 1965년에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을 겨레의 가장 큰 스승으로 모신다는 뜻으로 세종대왕 탄생일인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식 제정하면서 학교별로 기념행사를 했고, 1982년에는 국가기념일이 됐다.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6-3-3-4 학제’를 운영하는 우리나라는 일생 동안 한 사람이 적어도 평균 12명 이상의 은사님을 만나는 셈이다. 과거 유교를 국가의 근본 이념으로 정했던 시대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을 정도로 스승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당연시됐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교권을 침해받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지정으로 학생들은 집회, 체벌, 복장, 두발 등의 문제에 대해 예전보다 비교적 많은 자유를 누리게 됐지만, 학생 신분에 맞지 않는 과한 개성의 표출이나 돌출 행동, 일부 학생이 교사의 교육 활동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교사가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문제다.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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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의 영웅'이 일그러지지 않기를

    한류(韓流)는 1990년대 말부터 아시아에서 일기 시작한 한국 대중문화의 열풍을 일컫는다. 1996년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된 것이 시초격이다. 2년쯤 뒤에는 한국 가요가 알려지면서 한국의 대중문화는 중국 대만 일본 등을 중심으로 아시아에 빠르게 전파됐다. 2000년대 들어 이른바 K팝은 한국 음악을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 널리 알렸다. 조직적인 율동과 화려한 퍼포먼스는 세계인을 매혹시켰고, 아시아 변방의 작은 분단국가 대한민국은 이런 한류를 타고 세계를 누볐다.한류를 확산시킨 주인공은 걸그룹이나 아이돌만이 아니다. 영화배우, 탤런트, 운동선수 또한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한류 확산의 주역이다. 요즘 K팝을 대표하는 방탄소년단은 지난 1일 미국에서 열린 ‘2019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소셜 아티스트 상과 톱 듀오·그룹 상 2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유엔 연설은 들을수록 가슴이 찡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들 모두 대한민국을 빛내는 ‘우리들의 영웅’이다.청춘은 꿈을 꾸며, 꿈을 보며 자란다. 청춘은 자신들의 ‘롤 모델’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고 길을 찾는다. 한데 최근엔 ‘우리들의 영웅’의 일그러진 모습을 자주 보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 성추행이나 성폭력, 불미스러운 동영상 유출, 각종 스캔들 등 ‘아름답지 못한 영웅들’이 자주 매스컴에 오르내린다. 물론 아주 일부지만, 청춘들이 좋아하고 닮고자 하는 ‘영웅’들의 일그러진 모습은 우리 모두를 스스로 돌아보게 한다. 기성세대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엔터테인먼트사 등이 지나치게 ‘상품성’에만 관심을 쏟다 보니 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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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에서 확산되는 '아동혐오'를 경계하며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장난을 좋아했던 나는 형을 크게 다치게 한 적이 있다. 형이 간지럼을 태우자 나는 주먹을 크게 휘둘러 실수로 얼굴을 때렸다. 안경을 썼던 형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남을 상처가 생겼고, 입술은 터져 있었다. 장난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부모님에게 형은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고, 나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나는 형의 얼굴을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렸고, 항상 미안했다. 형의 상처는 최근에서야 다 아물었다. 그리고 형의 얼굴을 볼 때마다,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나를 용서해주고 다독여준 것이 떠오른다. 지금의 나라면 형처럼 어린이들을 사랑해줄 수 있을까?우리는 실수를 하면 자란다. 나도 그렇게 자랐고, 지금도 실수를 하고 있다. 실수를 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어른들의 ‘배려’ 덕분이다. 단지 덜 자랐다는 이유만으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관용과 호의를 베풀기 때문에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큰 개체가 작은 개체를 배려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사회를 배울 기회조차 얻을 수 없다. 무조건 화부터 내지 않고 잘못을 이해시키고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큰 개체의 몫이다. 이런 큰 개체의 배려가 아이들을 반듯하게 성장시킨다. 그런데 최근 이런 배려는 우리 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든다는 이유로, 장소를 어지럽힌다는 이유로, 말을 함부로 한다는 이유 등으로 ‘아동혐오’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 많아졌다는 아동 금지 가게, 이른바 ‘노키즈존’의 배경에는 일종의 ‘아동혐오’가 있다. 아이들을 통제할 수 없으며 민폐를 끼치는 존재, 어른들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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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생의 다양한 체험학습은 더 늘어나야

    수학능력시험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났을 10대 마지막 추억 여행이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다시 한번 눈물로 얼룩지고 말았다. 강릉 펜션 사고 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각 학교에 개인체험학습 운영현황 조사를 지시했다. 교사에게 강릉 펜션사고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각 학교에서는 개인체험학습에 대해서 이전보다 더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지시다.수능 후 고3 교실이 통제불능이라는 문제 제기는 올해만 나온 게 아니다. 심지어는 화투나 포커를 치는 학생도 있다고 한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아무 대책 없이 방치하다 사고가 나고 나니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며 호들갑을 떠는 어른들의 모습은 우습기까지 하다. 사실 학생들은 시간이 남을 때 어떻게 활용해야 되는지 잘 모른다. 학교에, 학원에, 숙제에, 시험에 1분 1초를 쪼개 써야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어른들의 닦달로 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 본 경험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은 많은데 지혜는 부족하다고도 한다. 중학교 때 호주에서 생활할 기회가 있었는데 호주 학생들은 어린 나이에도 다양한 아르바이트 경험을 쌓고 있다. 생전 처음 해외여행을 가려고 미용실에서 미용보조를 한 어느 친구는 지난해 겨울 한국으로 여행을 오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이 되면 여러 단체나 기업에서 인턴 경험을 쌓기도 하고 다양한 공모전에 응모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 학생도 공모전을 준비하지만 오로지 자기소개서에 한 줄 더 쓸 스펙을 만들기 위해서다. 온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경험을 선택해서 시간을 두고 충분히 경험하기 힘든 구조다.중·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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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든챔피언' 적극 육성해 청년에게 희망줘야

    대한민국 청년이 신음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청년 실업률은 10.8%다. 체감실업률은 무려 25%에 달한다. 청년 4명 중 1명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한국중소기업학회에 따르면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중 38.6%는 “그렇다 해도 중소기업에 취직할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은 회피하고 싶은 직장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한국의 히든챔피언 기업이 얼마나 빈약하게 분포하고 있는지 극명히 증명하는 사례다.‘히든챔피언’이란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관련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으로 흔히 강소기업이라고도 부른다. 히든챔피언이 국가에,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정도는 독일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독일은 전 세계 히든챔피언 기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작지만 강한 기업들이 독일 경제를 받치고 있는 셈이다. 독일은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해 내수경제도 안정적이다. 우량한 중소기업들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면서 국내 소비 역시 견실히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독일이 히든챔피언을 통해 창출한 일자리는 약 150만 개이며, 현재도 청년실업률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한국은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의 비율이 99%(기업 수 기준)에 달하지만 인구 대비 히든챔피언 수는 독일과 비교해 3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모두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임금이 낮다’는 청년들의 편견도 개선해야 하지만 실제로 대기업과 경쟁할 만한 자생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히든챔피언은 구직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눈을 중소기업으로 돌려 청년취업의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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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훈한 온정을 나누는 기업들

    기업이나 서민들에게 기부받은 옷을 팔아 아직 취업하지 못해 집에 있는 장애인들을 고용하여 그 수익으로 월급을 지급하는 사회적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굿윌스토어’다. 굿윌스토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증품 매장으로 기업에서 후원받은 새 상품과 개인에게 기증받은 중고물품을 판매하고 있다. 기증받은 물품은 엄격한 자체 공정을 통해 신상품과 비슷한 품질로 판매한다. 그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굿윌스토어 송파점은 패션의류, 주방용품, 생활잡화 등 다양한 코너별 아이템과 피팅룸, 주차장 등의 편의 시설도 갖추고 있다. 굿윌스토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경기 불황이라 손님들이 많이 찾아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사회적으로 편견을 갖고 있는 장애인들을 고용해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실제로 굿윌스토어에서 파는 옷은 대부분 백화점이나 의류쇼핑몰에서 파는 옷들에 비해 절반 정도의 가격이다. 탈북민이나 다문화 가정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더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또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도 이곳에서 옷 등을 사면 수익 중 일부가 기부되거나 장애인들을 돕는 데 쓰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굿윌스토어를 방문한 한 손님은 “판매 수익이 좋은 곳에 쓰인다고 하니까 뭔가 사회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했다.현재 오뚜기 회장의 손녀이자 배우인 함연지 씨, 신한은행 등 개인과 기업들이 굿윌스토어에 기부하고 있다. 둘러보면 우리 사회에 훈훈한 온정을 베푸는 사람이 많다. 개인도 있고, 기업들도 앞장서 온정을 베풀고 있다. 품격이 있는 나라는 주변을 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