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시사경제]다시 주목받는 스테이블 코인
암호화폐의 일종으로 기존 법정화폐를 대체할 것처럼 급부상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이 외국인 가사 도우미 등의 급여로 지급되면서 작년 중반 큰 화제를 모았죠. 급여 지급, 대금 결제, 해외 송금 등에서 기존 화폐를 넘어서는 편리함과 이점이 크기 때문입니다. 금융경쟁력 차원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이 지난 6일자 한국경제신문 1면톱 기사로 나오며 다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올들어 기업 간 대금 지급과 해외 송금, 급여 등의 결제에 스테이블 코인이 최소 4010억달러(약 540조원) 어치 활용됐다는 보고서(글로벌 컨설팅업체 알바레즈앤마살)가 계기였습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2% 급증한 규모입니다.

일반 개인보다는 아무래도 기업이 돈을 받는 수단, 즉 B2B(기업 간 거래) 결제 수단으로 널리 활용됐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을 이용한 결제 추정액의 60% 가량이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과 연결된 신용카드로 대금을 치르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자가 세계에서 지원하는 스테이블 코인 연계 카드 서비스만 160개 이상에 이릅니다.
[키워드 시사경제]다시 주목받는 스테이블 코인
스테이블 코인의 유용성은 작년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암호화폐이면서도 달러와 같은 통화가치에 안정적으로 연동되기 때문에 현금이나 다름없는 금융거래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주를 이뤘습니다. 기억이 조금 흐릿해졌을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치가 안정적인 암호화폐’입니다. 일반적인 암호화폐(cryptocurrency)는 가격 등락이 심해 가치척도 내지 지급·결제의 수단이라기보다 투자의 대상이자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결제나 송금, 자산관리를 위한 수단으로 삼기엔 적합하지 않죠. 가격 급등을 기대하고 그냥 보유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은 태생부터 달랐습니다. 미국 달러·유로화와 같은 법정화폐, 금 등 실물자산의 가치에 1대1로 연동(pegging)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 코인의 사용자가 스테이블 코인 발행 회사에 1달러를 입금하면, 발행사는 그에 맞춰 1개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합니다. 사용자가 코인을 달러로 바꿀 경우에 대비해 발행사는 실제 은행 계좌에 같은 금액의 달러화 또는 미국 국채를 예치해 둡니다. 이를 ‘법정화폐 담보형 코인’이라고 합니다.

기존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는 ‘암호화폐 담보형’도 있습니다. 이 경우 발행사는 담보로 삼는 코인을 계속 사고팔면서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문제는 별도 담보 없이 스테이블 코인의 공급량을 조절해 가치를 안정시키는 알고리즘형이었습니다. 이게 2022년 테라(UST)의 가격 폭락 사태를 불러온 장본인입니다. 결국 발행 방식만 잘 설계하고 관리하면 일반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안정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면서 지급결제 수단으로 삼을 만합니다.

스테이블 코인은 ‘디지털 달러 쿠폰’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같은 곳에서 1만원 어치 쿠폰을 사면 실물화폐를 쓰지 않고도 편리하게 먹거리를 사고 놀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 코인도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생글생글은 작년 5월 커버스토리에서 스테이블 코인을 다루며 서울 강남에도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체크카드를 쓸 수 있는 음식점이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달러에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를 사놓고, 이를 바탕으로 결제하는 체크카드(레돗페이)를 발급받으면 이 음식점에서 쓸 수 있습니다. 이 카드를 쓰면 환율이 실시간으로 적용돼 환율 변동 위험이 없습니다. 카드 해외 이용 수수료도 붙지 않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스테이블 코인을 월급으로 받아 본국에 송금하면 수수료도 기존 은행보다 훨씬 쌉니다. 이번 한경 기사에서도 국가별 결제규모에서 태국(108억달러), 튀르키예(78억달러), 인도네시아(63억달러) 등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해외송금 수수료 절약과 관련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테이블 코인에 이자까지 지급하는 은행이 있다면 믿어질까요? 미국에선 이자까지 주는 스테이블 코인이 등장해 은행예금이 스테이블 코인으로 옮겨가는 ‘머니무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장자산의 소득에 대한 과세를 정부가 ‘2년간 재유예’ 할 것이란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당초 내년 1월 과세가 시작될 예정인데요, 이런 방침이 맞다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