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왜 경제학과 싸울까?
지난 5월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왼쪽)의 취임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축하의 악수를 하고 있다. 외신연합

최근 국제뉴스는 국제유가의 강세, 주요국 국채금리의 급등, 그에 따른 각국 증시의 약세로 연일 채워졌습니다. 미국-이란 전쟁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기름값은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고, 향후 경제를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아지면서 금리는 사상 최고치로 올랐습니다.

이런 흐름에 가장 뿔이 난 사람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11월 중간선거가 코앞인데, 미국민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고금리 상황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지난 9월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다시 올렸습니다. 최고 연 4.00%에 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 Fed가 금리를 올리기 전부터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지난 9월 6일에 이어 13일에도 “미 Fed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는 일부 국가와 교역을 중단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는 “금리가 높으니까 무역적자를 본다”는 평소 그의 생각에 따른 것입니다. 금리가 높으면 달러 수요가 늘고, 강달러가 되면 무역에서 불리하다는 겁니다. 그리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금리와 무역수지의 관계를 아주 단순하게 이해한 결과입니다.

트럼프식 경제 관념을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라고 부른다면 이보다 더한 것도 많습니다. 그는 미국 내 고용지표가 최근 호전된 것으로 나오자, “미국 신용도가 훨씬 높아졌다. 강한 나라일수록 금리가 낮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경기변동을 줄이기 위해 조정하는 것인데, 경기가 좋으면(경제가 부강한 나라는) 금리를 낮춰야 한다(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겁니다.
트럼프는 왜 경제학과 싸울까?
트럼프는 무역수지에 관해서도 무역적자는 돈을 뺏기는 것이며 무역흑자는 돈을 버는 것이라는 ‘제로섬(Zero-sum game)’ 사고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상품교역에서 적자를 낸 것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갈취한 결과라는 겁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은 이런 트럼프노믹스 세계관을 두고 ‘경제학과 싸우는 트럼프’라는 제목으로 보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통 경제학과 다수가 동의하는 경제이론에 어긋나거나, 전혀 엉뚱한 결론으로 이끄는 문제를 ‘경제학과 싸운다’고 표현했습니다. 트럼프의 생각과 정통 경제학이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이고, 왜 트럼프는 경제학에 싸움을 걸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경제(경기)와 금리 수준의 관계먼저, 금리 얘기입니다. 금리를 결정하거나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자금의 수요와 공급입니다. 금리(金利)가 화폐의 가격이라고 본다면, 돈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서 금리가 결정됩니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을 때 투자가 증가하고 자금 수요는 늘어납니다. 이는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입니다.

다음으로 금리는 통화량에 영향을 받습니다. 시중 통화량은 자금 공급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통화량이 늘어나면 금리는 낮아집니다. 금융정책 당국은 경기가 나쁠 때 시중 통화량을 늘려 금리를 낮춥니다. 기업과 가계가 더 많은 돈을 빌려 투자와 소비에 나서도록 권장하는 것이죠. 거꾸로 경기가 좋으면 중앙은행은 물가를 걱정하게 되고, 통화량을 줄여 경기과열을 막으려 합니다. 결국, 경제 상황이 좋을 때 금리가 올라가는 게 정상입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예상하는 물가상승률, 즉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금리 수준에 영향을 미칩니다. 향후 물가가 올라갈 것으로 많은 사람이 예상한다면 실질금리에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더한 명목금리는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명목금리는 내려갈 겁니다. 경기가 좋으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고, 결국 금리가 올라가는 방향에 더 힘이 실립니다.

경제가 강한 나라일수록 금리가 낮아야 한다는 말은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가 높으면 대출금리가 낮아진다는 민간 신용시장의 논리를 거시경제에 그대로 대입한 오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역이 제로섬 게임일까?더 중요한 부분은 국가 간 교역에 대한 생각입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의 인식이 ‘중상주의(mercantilism)의 현대판’이라고 봅니다. 중상주의는 국부(國富)를 금·은 등 귀금속의 축적량으로 보는 16~18세기의 경제관입니다. 금·은의 부존량(총량)이 세계적으로 일정하게 정해져 있다면, 한 나라가 무역으로 금과 은을 더 벌어들이면 그만큼 다른 나라의 금과 은은 줄어들게 됩니다. 무역흑자는 금·은이 자기 나라로 들어오는 ‘승리’이고, 적자는 금·은이 빠져나가는 ‘패배’라고 인식하는 겁니다. 제로섬 게임의 세계관이 여기에서 나옵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국부란 금·은의 재고량이 아니라, 그 나라가 생산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총량이라고 정의합니다. 또한 무역은 제로섬이 아니라, 분업과 비교우위를 통해 양자 모두 이득이 되는 ‘플러스섬(Plus-sum game)’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미 1776년에 스미스가 논파한 중상주의 이론과 세계관을 250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국 경제학자 채드 바운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무역은 제로섬이 아니라 윈윈 관계이며, 트럼프가 익숙한 부동산 거래의 논리와는 다른 틀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상주의는 정부가 개입해 국가 간 교역을 관리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트럼프도 관세 인상을 협상 카드로 쓰며 무역수지를 강제로 조정하려고 합니다.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가 직접 개입하려 한다는 점에서 자유무역 시대 이전의 세계관과 통상관인 셈입니다.

중상주의는 금과 은의 확보가 곧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18세기 당대엔 나름 국가전략의 논리로 기능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엔 금본위제가 사라지고 국제 자본시장이 통합되면서 무역수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은 전략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중상주의의 유령’이 백악관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겁니다. 혼란의 시기...올바른 경제학의 이해 중요지금의 국제정세는 자유무역이 최고의 가치로 숭앙받고 세계가 함께 성장하던 시대와는 판이합니다. 미국과 중국, 양대 슈퍼파워의 패권 갈등이 거세지다 보니 정치군사력의 우위가 국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18세기 중상주의 국부 경쟁이나 19~20세기 식민지 쟁탈전을 방불케 하는 국제사회의 불안정성이 극심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자유주의 경제학의 원론만 강조해선 안 되겠죠. 하지만 수백 년간 검증되고 합의 위에 선 경제학의 기초를 아전인수식으로 허물어버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를 분별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어요. 요즘 같은 시기에 청소년의 경제 이해력에서 중요한 부분입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