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나 스포츠 관람 티켓 가격이 치솟는 ‘티켓플레이션(Ticketflation, Ticket+Inflation)’이 일상이 된 가운데 매크로 기법을 이용한 티켓 싹쓸이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뻥튀기 암표 판매까지 진짜 극성입니다. 최근엔 암표를 약 30배까지 비싸게 팔아 십수억원을 챙긴 암표 업자가 아파트와 상가까지 샀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5일 자신의 X(엑스) 계정에서 프로야구 암표 근절 캠페인을 시작한다는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암표 거래 이제는 꿈도 꾸지 말라”고 했습니다.
용돈이나 아르바이트 수입을 모아 공연 등을 관람하는 청소년과 사회초년생에게 티켓플레이션과 바가지 암표는 단순히 ‘비싸다’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직접 보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청소년 사이에서 적잖게 나옵니다. 문화 관람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여러 ‘상품’ 가운데 하나일 뿐인지, 아니면 국민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재로 여겨야 할지 생각해 볼 만한 주제입니다. 3~4배 웃돈 줘야 암표 구매
공연 기간이 짧은 아이돌 가수나 해외 작품의 국내 공연 티켓값은 20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올 1~8월 평균 가격을 기준으로 방탄소년단 티켓은 23만원, 위켄드는 2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4인 가족이 함께 공연을 즐기려면 ‘티켓값 100만원’은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원래 관람 티켓값이 비싸기 때문이지만, 최근의 가격 상승률은 일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클릭’으로 매크로 로봇을 이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암표라도 구하려면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여야 합니다. 인기 그룹 라이즈의 경우, 올해 평균 17만원 정도 한 티켓값이 암표로는 64만원가량에 재판매됐습니다. 암표 프리미엄만 47만원이 넘었죠. NCT Wish도 원가 16만원짜리 티켓에 평균 43만원의 웃돈이 붙어 59만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공급의 희소성, 독점이 근본 원인그렇다면 티켓플레이션 현상을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가장 궁금한 부분은 문화콘텐츠의 가격만 유독 가파르게 오르는 이유입니다. 첫 번째 요인으로는 비용구조의 특징을 들 수 있습니다.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는 스타들의 출연료, 아레나와 같은 대규모 공간의 대관료, 제작비 등이 엄청나게 들어갑니다. 전체 비용 가운데 이런 고정비 비중이 절대적이죠. 반면, 관객을 한사람 더 받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 즉 한계비용은 거의 제로(0)에 가깝습니다.
관객이 늘어나면 공간이 협소해지고 안전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행사 진행과 안전관리 인력은 더 필요해집니다. 하지만 고정비 중심의 비용구조로 인해 이런 부분은 비용 증가에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자연히 공연 규모는 커지고 고정비 투입이 늘어나는 만큼 티켓값을 높게 받아야 합니다.
물가상승률을 구할 때는 다종다양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망라하기 때문에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반면, 고정비 항목이 큰 공연 등의 티켓 가격은 그때그때의 경기 상황에 따라 상승폭이 많이 달라집니다.
다음으로 독점 공급의 문제입니다. 인기 아티스트는 대체 불가능한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인기 스포츠 구단도 희소성의 가치를 지녀 공급량(예, 경기 수)을 수요에 맞춰 늘리기 어렵습니다. 이를 두고 경제학에선 공급이 비탄력적이라고 표현합니다. 공급곡선으로 나타내면 기울기가 큰 우상향 형태를 띱니다. 그런데 수요가 크게 늘어 수요곡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공급량은 그만큼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가격은 큰 폭으로 뛸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 더, 동태적인 가격 책정(Dynamic Pricing) 방식의 영향입니다. 공연 등의 티케팅 시스템은 수요가 몰릴 때 가격이 실시간으로 뛰어오르게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표도 결국 이런 원리로 가격이 형성되겠죠? 공급은 비탄력적인데 가격은 수요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급상승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문화소비의 양극화, 시장의 역설이번엔 수요 측면의 가격탄력성은 어떤지 볼까요? 먼저, 가격이 많이 올라도 충분히 그 가격을 지불하고 공연 등을 볼 의사가 있는 충성 소비자층이 있을 겁니다. 소득 수준이 되고 문화콘텐츠 소비에 진심인 층이죠. 이들 수요의 가격탄력성은 비탄력적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과 청년층은 티켓플레이션에 쉽게 지갑을 열지 못합니다. 가격 급등으로 사치품 소비와 다를 바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가격탄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문화와 여가 활동에 격차가 벌어지는 문화소비의 양극화, 또는 문화적 빈부격차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현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올 상반기 공연시장 티켓판매 보고서를 보면, 뮤지컬의 티켓 판매액은 6.1% 감소한 2232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공연 건수는 1801건으로 13.1% 증가했는데, 티켓 판매액은 거꾸로 줄어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대형 히트 신작이 적었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티켓 가격 상승에 대한 관객의 저항감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대극장 뮤지컬 한 편을 좋은 좌석에서 보는 데 15만~20만원 들어간다면, 관객 입장에선 같은 돈으로 연극 두 편을 보거나 콘서트 한 회차를 선택하는 대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올 상반기 연극의 티켓 판매액이 두 배가량 증가하고, 콘서트 쪽도 9.6% 늘어난 데 반해 뮤지컬이 뒤로 밀린 것은 이렇게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장르간 경쟁이 무대 위가 아니라, 예매 창에서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위해 티켓값을 올리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겠지만, 길게 보면 미래의 소비자인 청소년에게 진입 장벽을 높여 문화 생태계의 수요 저변을 약화시킵니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층은 좋아하는 공연을 여러 차례 반복 관람하는 덕후(일명 회전문 관객)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티켓값 폭등의 직격탄을 맞고 객석에서 이탈한다면 뮤지컬 공연시장과 업계에는 손해가 아닐까요? 이런 점에서 ‘시장의 역설(Paradox of market)’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시장기능 회복 대책이 우선
티켓플레이션이 단순한 바가지 상혼의 결과는 아닙니다. 엔터테인먼트와 문화콘텐츠 산업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변화, 수요층의 한계, 그리고 시장의 가격 메커니즘이 이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결과이지요.
그런데 이를 문화소비의 양극화, 문화 격차(Cultural Divide)의 문제로 이해하면 논의는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문화콘텐츠가 단순한 상품의 일종이 아니라 국민 누구나가 누려야 할 기본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공재적인 성격을 띠는 건데요, 정부가 이런 공공재의 충분한 공급을 위해 시장에 개입해야 할까요? 다시 말해, 공공재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시장실패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걸까요?
극단적으로 정부는 티켓값 급등을 막기 위해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거나, 저소득층 자녀에게 문화소비 바우처를 지급하는 대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정부 개입이 시장기능을 왜곡시키는 문제와 그 부작용은 여러 분야에서 아주 많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 여러분이 동아리나 교실에서 선생님과 함께 충분히 찬반양론을 벌여보고, 현실적인 대책은 없는지 토론해보면 어떨까요?
힌트를 하나 드릴 수 있습니다. 매크로 로봇을 이용한 암표 판매와 폭리를 취하는 행위는 더이상 뿌리내리지 못하게 단속을 철저히 하고, 법적인 처벌도 단호하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단속과 처벌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 티켓 예매 때 본인 확인 절차를 철저히 거치게 하고, 공식적인 재판매를 가능하게 하고, 인기 공연에는 추첨제도 병행합니다. 시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접근법을 동시에 시행하는 겁니다. 티켓플레이션과 암표 문제에도 수급 균형, 공정한 가격 형성을 돕는 친시장적인 대책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덕질’에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하거나, 문화소비의 양극화와 격차는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은 티켓플레이션 등을 경제문제가 아닌, 사회문제로 바라본 결과입니다. 공정한 티케팅 시스템과 가격 형성을 돕는 것은 1차적으로 경제문제로 바라보고 해법을 찾는 것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