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능 국어 비문학 지문에서 수험생을 긴장시키는 단골손님은 ‘첨단 기술’입니다. 2022학년도 수능의 ‘반도체와 논리 회로’ 지문이나 ‘전력 수송의 원리’를 다룬 지문처럼 보이지 않는 미세 공정의 세계를 논리적으로 추론해야 하는 문제는 늘 1등급을 가르는 결정적 한 방이 되곤 하죠.
최근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어요. AI 기술은 많은 전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여기엔 숨은 주인공이 있어요. ‘전자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입니다. AI 시대를 돌아가게 만드는 MLCC는 어떤 것일까요?
스마트폰 하나를 뜯어보면 그 안에는 모래알보다 작은 부품이 수천 개씩 들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부품이 바로 MLCC입니다. 전기는 물의 흐름과 비슷합니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홍수가 나고, 너무 안 오면 가뭄이 들듯, 전자기기 내부에서도 전기가 갑자기 많이 흐르거나 끊기면 정밀한 반도체칩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MLCC는 이때 ‘댐’ 역할을 합니다. 전기가 많이 들어올 때는 저장해두었다가, 전기가 부족할 때는 내보내며 전류를 일정하게 유지해주는 것이죠. 또한 전자기기 내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노이즈를 제거해 깨끗한 신호만 흐르도록 돕는 신호등 역할도 수행합니다.
많은 양의 전기를 담아두면서 안정적으로 이를 관리하고 흐르도록 하는 게 MLCC의 핵심 기능입니다. 이는 어떤 원리로 가능한 걸까요? MLCC의 이름에 들어 있는 적층(Multi-Layer)이라는 단어에 그 해답이 숨어 있습니다.
전기를 저장하는 능력(정전용량)을 키우려면 전기가 저장되는 면적을 넓혀야 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점점 얇아지고 작아지는데, 부품을 반대로 키울 수는 없겠죠? 그래서 엔지니어들이 선택한 방법이 ‘얇게 더 많이 쌓는 것’입니다.
이 구조는 크게 두 가지 물질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유전체’라고 해요. 전기를 저장하는 성질을 지닌 세라믹 가루입니다. 전기가 직접 흐르진 않지만, 전기장을 형성해 에너지를 가두죠. 이 가루를 아주 미세하게 만들어야 해요. 가루 알갱이가 크면 층을 얇게 쌓을 수 없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파우더를 균일하게 만드는 것이 기업의 핵심 기밀입니다.
또 다른 구조는 내부 전극입니다. 이는 전기가 드나드는 통로인데, 주로 니켈 같은 금속을 사용해요. 이 유전체와 전극을 번갈아가며 촘촘히 쌓는 게 기술입니다. 그야말로 깨알보다 작은 크기 안에 수백 층을 쌓는 고난도 기술입니다.
쌓는 것도 기술이죠. 얇게 만든 층을 어긋나지 않게 수천 층 쌓는 일도 어렵지만, 이를 굽는 과정(소성)이 더 힘듭니다. 세라믹과 금속은 열을 받았을 때 팽창하거나 수축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구웠을 때 층이 뒤틀리거나 깨지면 그 MLCC는 불량이 됩니다. 이 ‘굽는 온도와 시간’의 황금 레시피를 찾는 것이 바로 기술력의 차이죠. 한국과 일본은 이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 우위를 갖고 있습니다.
AI 시대를 맞아 MLCC는 더욱 중요해졌어요. 일반적인 컴퓨터 서버 한 대에는 약 2200개의 MLCC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챗GPT 같은 거대 AI를 돌리는 AI 서버에는 무려 3만 개 안팎의 MLCC가 탑재됩니다. 10배가 넘는 규모죠.
AI 반도체는 계산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일반 칩보다 훨씬 더 많은 전기를 소모합니다. 전기를 많이 쓴다는 건 그만큼 전류가 불안정해질 위험이 크다는 뜻이고, 이를 잡아줄 ‘댐’도 고성능이 돼야 합니다.
MLCC의 미래는 AI 서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길에서 흔히 보는 전기차도 MLCC의 거대한 시장입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약 3000개의 MLCC가 들어갔지만, 전기차 한 대에는 무려 1만5000~2만 개가 들어갑니다. 특히 자동차에 들어가는 MLCC는 스마트폰용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을 견뎌야 합니다. 뜨거운 엔진 열기나 덜컹거리는 진동 속에서도 수십 년간 고장이 나면 안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를 ‘전장용 MLCC’라고 불러요. 훨씬 높은 기술력과 가격을 자랑합니다. NIE 포인트
2. MLCC가 전기를 저장하는 원리를 알아보자.
3. AI 시대에 MLCC 역할을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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