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교육청 예산으로 운전면허 학원비까지 지원해야 하나](https://img.hankyung.com/photo/202509/AA.41776319.1.jpg)
지역 교육청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가정의 교육비 지출을 줄여주는 현실적인 복지라는 의견도 있지만, ‘교육 포퓰리즘’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찬성] 사회 진출하는 학생 도와야 학부모 사교육비 부담도 줄여줘초중고교 운영에 쓰이는 예산은 넉넉한 편이다. 내국세에서 20.79%를 자동으로 떼어내고, 여기에 교육세 일부까지 붙여 교육교부금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교육교부금은 68조9000원억 원이었으며, 매년 예산이 불어나는 구조다. 교육교부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센 것은 교육 수요자인 학령인구(만 6세~17세)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2000년 810만명에 달했던 초중고교 재학생은 올해 508만명 선까지 감소했다.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드는 데 교육교부금을 계속 늘리는 게 적절한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거세진 배경이다.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교육교부금을 섣불리 건드리는 건 곤란한 일이다. 학교 시설 노후화, 교육 환경 개선, 교육의 질 향상 등 교육 투자가 필요한 분야가 여전히 많다. 한국의 교육 여건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예산에 잘못 손을 댔다가는 교육 환경이 저하를 부를 가능성이 크다. 예산을 빌미로 교육자치가 훼손될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 교육의 질 저하는 미래세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이나 독일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교육 투자를 지속해서 늘리고 있는 것도 이런 우려를 감안했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최근 디지털 교육과 평생 교육, 직업 교육 등의 분야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
한국의 교육청들의 움직임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자격증 취득이나 서적, 학용품 구매를 지원은 학생들의 피부에 와닿는 교육 복지다. 사교육이 발달한 한국은 가계 지출에서 교육비의 비중이 유독 높은 나라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녀 한 명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는 월평균 59만2000원이며 매년 7~8%씩 씀씀이가 늘고 있다. 참고서나 학용품 구입 비용만 지원해도 가계에 적잖은 보탬이 될 것이다.
물론 교육청들도 분발할 필요가 있다. 현금 살포 형 교육복지가 전부라면 예산 낭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반대] 엉뚱한데 돈…교육 본질과 무관, 교육감 선거 겨냥한 현금 살포한국은 교육에 진심인 나라다. 내국세에서 20.79%를 자동으로 떼어내는 방법으로 교육교부금을 조성하는 나라는 주요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성공하려면 교육에 힘을 써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지갑이 두툼해진 교육청이 불요불급한 곳에 돈을 쓰는 데 있다.
사실 운전면허학원비 지원은 새로운 뉴스도 아니다. 2021년 서울교육청이 중·고교 신입생에게 입학 지원금 30만원을 주기 시작하자 경기교육청도 모든 학생에게 ‘교육회복지원금’ 1664억원을 지급하며 맞불을 놨다. 교원 출산 축하금에 공짜 노트북도 선심 쓰듯 나눠줬다. 35억원이 필요한 책·걸상 교체에 168억원을 배정하기도 했다. 현금 복지는 교육감들의 선거 공약 이행을 위해 집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금 복지는 후유증을 동반한다. 최근 광주에선 교육청이 학생들에게 나눠준 학용품 이용권으로 이어폰 등 고가의 제품을 사고, 이를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되파는 사례가 나왔다. 교육예산이 교육적이지 않은 목적으로 전용된 셈이다. 선거를 앞둔 시점이 되면 현금 복지가 더 많아지는 것도 문제다. 2007년생인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대다수는 내년에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투표가 가능하다. 재선을 노리는 교육감 입장이라면 예비 유권자에게 예산을 집중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경기교사노조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혈세로 선거운동을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현금 복지를 남발하는 교육청의 예산을 10억원씩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을 감안한 조치로 2027년부터 적용된다. 하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번 시작한 복지는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10억원 페널티’가 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생각하기 - 학령인구 감안, 교육교부금 제도 손질 검토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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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예산 중 일부를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한 대학에 지원하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초·중등 공교육비 비율은 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을 웃돈다. 반면 대학에 들어가는 예산은 OECD 평균(0.9%)에 미치지 못하는 0.6%에 불과하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