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990원 소금빵'…초저가 빵집 실험 괜찮을까
구독자 360만 명을 거느린 경제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를 운영하는 슈카가 최근 서울 성수동에 ‘초저가 빵집’을 열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빵값이 미쳐 날뛰고 있다”며 소금빵을 990원에 판매하는 파격적 실험에 나섰다. 팝업스토어가 문을 열자마자 긴 줄이 늘어서며 소비자는 열렬히 반응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마치 다른 제빵업자들이 부당하게 비싼 가격을 받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중소 베이커리들은 원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공과금까지 감당해야 해 ‘990원 빵’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는 합리적 가격을 요구하지만, 자영업자는 최소한의 생존 마진을 지켜야 하는 현실이 충돌한 셈이다. 이번 사건은 소비자 후생과 소상공인 생존권 사이의 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찬성] "값싸고 품질 좋은 빵 가능성 제시"…소비자 후생과 시장 혁신 위한 도전‘990원 소금빵’ 실험은 소비자의 고충을 대변하는 동시에, 가격 정상화와 시장 혁신의 가능성을 가늠해본 이정표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합리적 가격경쟁을 유도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서 빵값이 고공 행진을 하는 배경에는 단순한 원재료비 상승만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경직된 시장구조와 비효율적 유통망, 그리고 프랜차이즈 중심의 가격체계가 오랫동안 빵값 상승을 부추겨왔다. 슈카는 산지 직송을 통한 원재료 확보, 제조 공정 단순화, 마진 최소화라는 전략으로 기존 질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결과 990원 소금빵을 사기 위해 수백 명이 몰리고 3시간 이상 줄을 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는 소비자가 합리적 가격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실험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생산 및 유통 혁신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온 빵값을 합리적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기대는 향후 제과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를 바꿀 수 있다. 나아가 품질 개선과 가격 혁신을 동시에 자극하며 업계 전체에 새로운 변화를 촉진할 여지도 크다.

소비자 권리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품질 좋은 빵을 즐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험 매장 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 줄은 소비자가 ‘빵값 정상화’를 바라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는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강력한 신호다.

무엇보다 이번 사례는 소비자가 가격 결정과 선택의 주체임을 명확히 했다. 이는 가격의 적정성을 따지는 시민 참여가 늘어나고, 집단적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시장의 중심은 소비자이며, 합리적 선택권은 시장경제의 건전성을 보장하는 핵심이다.[반대] "인건비·임대료에 이윤은커녕 손실만"…자영업 현실 모르는 무책임한 태도이번 ‘990원 빵 실험’은 소비자에게 신선하고 통쾌한 시도로 비쳤지만, 현실적으로는 심각한 문제와 부작용을 낳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현실을 무시한 이벤트”라며 강하게 반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제빵업자는 원재료비 외에도 인건비, 임대료, 전기·가스·수도 등 각종 공과금, 배달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다. 이러한 고정비 구조 속에서 소금빵을 990원에 판매한다는 것은 이윤은커녕 손실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비현실적 가격이라는 지적이다.

밀가루·설탕·달걀 등 주요 원재료 시장은 몇몇 기업이 좌지우지하는 만큼 영세 제빵업자는 가격 협상력이 거의 없다. 이에 더해 수입 관세도 높아 저렴한 원재료 조달은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복잡한 유통구조, 높은 임대료까지 더해 영세 자영업자들은 이미 이중·삼중의 압박을 받는 실정이다.

이번 실험은 대규모 자본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유튜브 채널이기에 가능한 단발적 이벤트일 뿐이다. 일반 자영업자가 따라 하거나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모델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이런 이벤트가 소비자에게 “빵 원가는 원래 이 정도”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제빵업자는 “손님들이 가격을 문제 삼으며 정가를 불신했고, 매출도 줄었다”고 호소했다.

소비자가 저가에 익숙해지면 동네 빵집은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낮추게 되고, 이는 곧 품질 저하와 원가 절감을 위한 편법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경영 악화와 폐업이 늘어나면 결국 소비자 선택권이 줄고,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취약해진다. 이는 소비자 후생을 확대하기는커녕 오히려 훼손할 위험이 있다.

결국 이번 시도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떠안아야 할 고통과 희생을 간과한 무책임한 접근에 불과하다.√ 생각하기 - 소비자 후생 확대, 지속 가능한 해법 찾아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990원 소금빵'…초저가 빵집 실험 괜찮을까
이번 논란은 단발성 이벤트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 빵값 문제의 구조적 모순을 다시 성찰하게 한다. 990원 소금빵을 사기 위해 몰린 인파와 긴 대기 줄은 가격 정상화와 선택권 확대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생생한 증거였다. 이는 시장과 정책이 반드시 수용하고 반영해야 할 중요한 신호다. 개혁하지 않으면 개혁당한다는 것은 시장의 진리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겪는 현실적 어려움을 외면할 수는 없다. 비효율적 유통구조, 높은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은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고질적 문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정책적·산업적 개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업계의 자율적 혁신과 더불어 정부, 업계, 소비자가 모두 참여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조화롭고 공정한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만 건강한 가격경쟁과 지속 가능한 소비자 후생이 가능하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