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신토불이와 보호무역정책
지난 2월, 캐나다의 각종 식료품점과 마트 등에서 캐나다산 제품을 구매하자는 안내문(사진)이 등장하고 애국주의 열풍이 불었습니다. 이 열풍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촉발되었지요. 이처럼 자국산 제품을 애용하자는 주장은 어느 국가에서나 존재하고 경제정책으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우리 것이 최고야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애국주의를 ‘신토불이(身土不二)’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원래는 ‘자기 몸과 태어난 땅은 하나로, 같은 땅에서 나는 것이라야 체질에 맞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의미가 확장되어 국산품 애용 운동 또는 농업 보호 정책에 활용됩니다. 이는 외국산보다 국내산을 소비하고 보호하자는 방향으로 발전했고, 국제무역에서는 보호무역정책인 ‘유치산업보호론’과 연결됩니다. 유치산업이란 성장잠재력이 있지만, 현재는 경쟁력이 뒤떨어진 산업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국가가 해당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 보호함으로써 자국의 독자적 산업기반을 키우고 해외 의존도를 낮추자는 것이 유치산업보호론의 핵심입니다.

[테샛 공부합시다] 약이냐, 독이냐…자국 우선주의는 '양날의 검'
한국의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도 유치산업보호론을 근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세금 감면과 보조금 지원 등으로 해당 산업을 육성하고 관세나 수입허가제 등으로 외국산 제품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을 억제했지요. 이후 한국의 중화학공업은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판매하면서 유치산업 보호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유치산업보호론이 1970년대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자국 산업을 부흥하기 위해 사용하기도 합니다. 미국 땅에서 만들어라앞서 캐나다에서 애국주의 열풍이 일어난 원인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정책이 있습니다. 미국의 희생으로 캐나다, 멕시코 등의 인접국이 이익을 얻고 있기에 관세를 통해 일정한 이익을 가져가겠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원래 의도한 목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해 제품을 생산·판매하라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Made in America)’입니다.

이는 신토불이 개념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국적에 상관없이 어떤 기업이든 미국 땅에 생산 공장을 지어 미국 내에서 제품이 생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지요.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쇠퇴한 미국 제조업이 부흥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기업이 생산시설을 옮기는 것도 수년이 걸리기에 임기가 정해져 있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정책만 믿고 경영전략을 다시 짜는 것도 불확실성이 매우 큽니다. 이러한 자국 내 생산 강제 정책은 기업의 비용 부담→제품 가격 인상→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로 잘하는 것을 생산해 교환함으로써 모두가 이익을 얻는 비교우위와 자유무역이 만든 글로벌 협력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