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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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수지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린 대치맘 패러디 영상이 논란을 불러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교육열 높은 학부모를 패러디한 이 영상은 단시간에 조회수 1000만 회를 넘기며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차 안에서 식사를 때울 정도로 바쁘게 자녀의 학업 스케줄을 챙기고, 스펙을 관리하는 강남 지역의 교육열 높은 어머니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내 웃음과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열심히 자기 삶을 사는 엄마들을 희화화했다” “강남의 학부모라는 특정 집단을 향한 부당한 조롱”이라는 비난도 제기된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웃음을 담은 콘텐츠의 의미를 넘어 코미디와 풍자의 경계,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찬성] 건강한 풍자의 가치 보여줬다, 문제 공론화…사회적 담론 풍부해져이 패러디 영상은 우리 사회의 큰 논란거리 중 하나인 사교육 열풍의 단면을 묘사했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는 학부모, 치열한 입시 경쟁, 이로 인한 사회적 압박과 스트레스는 한국 사회의 특이한 문화·사회적 현상이다.

이번 영상이 큰 호응을 얻은 표면적 이유는 현실을 매우 정확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수백만 원대 패딩을 입은 채 포르쉐 차량으로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준 뒤, 차 안에서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고, 자기 아이를 “그 친구”, “이 친구” 이런 식으로 지칭하는 등 강남 지역의 교육열 높은 어머니들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디테일하게 묘사해 감탄에 가까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진짜 인기 비결은 이런 현실적 묘사와 재치 있는 표현력을 통해 그만큼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낸 데 있다. 대치동은 단순한 지역명이 아니라 한국의 교육열과 계층 이동의 희망, 그리고 그 이면의 경쟁과 불안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한국 사회의 교육 불평등, 과열된 입시 경쟁, 계층 간 격차라는 큰 사회적 맥락을 내포한 상징이다. 그만큼 한국 사회의 교육 문제와 과열된 입시 경쟁, 그 속에서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패러디는 단순한 웃음거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공론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중문화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고, 그 영향이 다시 대중문화에 스며드는 선순환을 통해 사회적 담론이 풍부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패러디 영상은 한국 사회의 과열된 교육 현실을 효과적으로 비판하는 건강하고 긍정적인 풍자의 가치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영상을 코미디로 봐야지 다큐로 받아들여 과도하게 반응하는 행태가 오히려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다. 코미디의 본질은 사회현상을 과장하고 재해석하는 데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코미디 영상조차 논란거리로 만드는 행태야말로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는 방증이다. [반대] 풍자 빙자해 특정 집단 조롱, 혐오만 유발…사회적 갈등 우려이수지가 의도치 않았더라도 이번 패러디 영상은 특정 집단을 부정적으로 낙인찍는 행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대치동 학부모들에 대한 실체 없는 편견을 강화하고 조롱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실제 대치동 엄마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도 모르면서, 일부의 모습을 희화해 대중의 시기심과 혐오를 유발한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계층을 하나의 틀에 가두고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은 사회적 분열과 갈등을 심화할 우려가 있다.

실제 이 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부수적 피해가 잇따랐다. 앞서 자녀 학원 라이딩 영상을 올린 배우 한가인에게 악플이 쏟아진 것이 대표적이다. 한가인은 5개월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자녀 교육을 위한 운전 일정을 공개했는데, 이수지 영상이 화제가 된 후 일부 누리꾼이 한가인의 영상에 악의적 댓글을 달았고, 결국 한가인 측은 영상을 비공개 처리해야 했다.

또 이 영상이 화제에 오르자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몽클레어 패딩 중고 매물이 급증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수지가 영상에서 고가의 몽클레어 패딩을 입고 나오자 해당 제품을 내다 파는 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해당 패딩이 ‘강남 학부모 교복’으로 상징되면서 이 옷을 입고 다니기가 꺼려져서라고 한다. 아무 죄 없는 개인과 상표가 패러디 영상으로 상당한 피해를 본 것이다. 이로 인한 낙인 효과가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이번 논쟁을 계기로 풍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코미디와 풍자는 사회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인정하더라도, 동시에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거나 부수적 피해를 낳을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셜미디어와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대중문화의 중심에 서면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영향력과 책임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아무리 “코미디는 코미디일 뿐”이라며 과대 해석할 필요 없다고 하지만, 풍자와 가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른 사람들과 사회에 피해를 주는 행태에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 √ 생각하기 - 크리에이터, 자율적으로 풍자하되 책임감 가져야
[시사이슈 찬반토론] '대치맘 패러디' 영상 괜찮은가
풍자는 단순한 오락이나 웃음 유발의 수단을 넘어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비판하고 성찰하게 하는 강력한 문화적 도구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자유가 있지만, 풍자의 표현 대상에 대한 존중과 배려 역시 중요하다. 남에게 쏜 화살은 언제든 부메랑처럼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조롱으로 변질되지 않고, 사회문제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기 위해선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의 자율적 책임감이 중요하다. 이런 논란을 점화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그릇된 댓글 문화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인의 풍자를 자기 생각에 따라 멋대로 해석하고 재단해 익명에 기댄 채 가학적 공격을 가하는 행위야말로 사회를 좀먹는 해악이다. 결국 창작자의 책임감과 수용자의 열린 마음, 그리고 콘텐츠에 대한 평가와 집단적 사고의 장으로서 댓글의 자정 문화가 정착돼야 풍자의 문화가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