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 총저축서 총투자를 뺀 '차액'
저축이 많으면 흑자, 투자 많으면 적자
저축 일정한데 투자 늘면 '호황형 적자'
무역흑자여도 투자 줄면 '불황형 흑자'
대외건전성 고려해 무역적자 관리하고
무역흑자는 '불황의 대가' 아닌지 살펴야
작년 미국은 9184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한국은 516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미국 경제는 침체돼 있고, 한국 경제는 잘나가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미국 경제는 2.8% 성장했지만 한국 경제성장률은 2%에 겨우 턱걸이했다. 그 전년도 성장률도 미국이 2.9%로 한국(1.4%)의 두 배가 넘었다. 무역흑자는 좋은 것이고 적자는 나쁜 것이라는 통념과 모순된다. 수백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냈는데도 불황에서 못 벗어나는 한국, 1조달러 가까운 무역적자에도 호황을 이어가는 미국. 어떻게 된 일일까.무역수지의 진짜 의미
저축이 많으면 흑자, 투자 많으면 적자
저축 일정한데 투자 늘면 '호황형 적자'
무역흑자여도 투자 줄면 '불황형 흑자'
대외건전성 고려해 무역적자 관리하고
무역흑자는 '불황의 대가' 아닌지 살펴야
![[경제야 놀자] 무역적자 美는 호황, 흑자 韓은 불황…비밀은 '투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A.39580574.1.jpg)
하지만 이 식에서 수입을 빼는 것은 C, I, G에 이미 수입된 상품에 대한 지출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수입이 늘어난다고 해서 GDP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며, 무역적자 자체가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무역수지의 의미를 더 정확히 이해하려면 GDP 항등식을 약간 변형할 필요가 있다. GDP 항등식의 좌변과 우변을 조정하면 Y-C-G=I+NX가 된다. 이때 좌변 Y-C-G는 국민소득에서 소비와 정부 지출을 뺀 금액으로 국민저축(S)과 같다. 따라서 S=I+NX, S-I=NX가 성립한다. 이걸 말로 풀어 설명하면 한 나라의 총저축에서 총투자를 뺀 금액이 무역수지라는 얘기다. 즉 저축이 투자보다 많으면 무역수지가 흑자가 되고, 투자가 저축보다 많으면 무역수지가 적자가 된다.불황형 흑자와 호황형 적자무역수지가 총저축과 총투자의 차액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나면 무역흑자와 무역적자의 의미를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어느 나라의 소비가 감소한다고 해 보자. 버는 돈에 비해 쓰는 돈이 적으니 저축이 늘어난다. 저축이 늘어나면 S-I=NX에서 S가 커지므로 무역흑자가 커진다. 투자가 부진해져도 S-I=NX이므로 무역수지가 흑자를 낸다. 소비와 투자가 줄어 불황에 허덕이는데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하는 역설이 일어난다. 반대로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지면 S-I=NX에서 S는 작아지고, I는 커져 무역수지는 적자가 된다. 최근 미국은 저축률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대규모 무역적자가 나타나고 있다.
저축이 일정하다고 할 때 투자가 늘어 발생한 무역적자라면 오히려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총저축을 초과하는 총투자가 이뤄지려면 모자라는 투자 재원을 외국 자본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해외 투자자가 그 나라 경제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만약 무역흑자가 무조건 좋은 것이라면 소비와 투자를 줄여서라도 무역흑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엉뚱한 결론에 이른다.그래도 무역흑자를 추구하는 이유무역흑자가 불황의 결과이고, 무역적자가 호황의 결과라고 해서 무역수지가 마냥 적자를 내도 좋다는 것은 아니다. 무역적자는 국내 산업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무역적자는 고용과 내수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이 무역적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 지출이 세금 수입을 초과하면 총저축의 일부인 정부 저축이 감소하는데, 정부 저축이 줄어드는 만큼 총저축이 감소해 무역수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경우에도 무역적자를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대외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긴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외국으로부터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하기 위해 외화를 빌려와야 한다. 과도한 대외 부채는 특히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도 무역적자가 누적된 가운데 발생했다. 무역적자가 지속되면 원화 가치가 하락해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진다. 이론적으로 무역수지 흑자 또는 적자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 어렵다. 대외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의 무역적자가 누적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무역흑자가 내수 소비와 투자를 희생시킨 대가는 아닌지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NIE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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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황형 흑자와 호황형 적자의 개념을 알아보자.
3. 무역적자가 계속 되면 국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