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中企보다 임금 수준 높은 건
근로자의 생산성 차이 때문
노조 임금투쟁 영향력도 무시 못해

생산성 격차 없는데도 임금 불균형은
노동시장 비정규직·성 차별 존재 시사
정규직 과보호 등 경쟁 제한 요소 개선을
[경제야 놀자] 대졸 초임 5300만원 vs 3300만원…격차 왜 생길까
“머슴살이도 대감집에서 해라.” 이는 이왕 월급쟁이를 할 거라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서 하는 게 낫다는 뜻으로 직장인들이 하는 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대졸 초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의 정규직 대졸 초임은 연 5302만원(초과 급여 포함)으로, 300인 미만 중소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 3328만원의 1.6배였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녀 간 임금 격차도 크다. 이런 격차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사가 돈 많이 버는 이유시장경제에선 임금도 수요·공급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노동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 임금은 상승하고, 노동 수요가 공급에 못 미치면 임금은 하락한다.

노동 수요와 공급은 어느 지점에서 균형을 이룰까. 여기 동네 빵집이 하나 있다. 이 빵집의 제빵사가 한 달에 빵을 1000개 만들고, 빵 한 개 가격이 5000원이라면, 제빵사의 월급은 500만원을 넘을 수 없다. 그래야 빵집 주인이 제빵사 월급을 주고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 만약 이 제빵사가 숙련도를 높여 한 달에 빵을 1200개 만든다면 월급을 600만원까지 올려줄 여지가 생긴다. 이 간단한 예시를 통해 노동시장의 균형 임금은 근로자 한 명이 추가로 창출하는 매출(한계생산가치)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계생산가치는 곧 노동생산성이다. 제빵사가 빵을 더 많이 만들 수 있게 되면, 즉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 한계생산가치도 높아진다.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는 기본적으로 대기업 근로자와 중소기업 근로자의 생산성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노동생산성은 누가 더 열심히 일하느냐와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 어느 근로자의 한계생산가치는 소비자가 그 근로자의 생산물에 얼마나 큰 가치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의사가 평균적인 근로자나 사업자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소비자들이 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진료, 수술)의 가치를 높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다른 사람보다 열심히 혹은 긴 시간 일해서가 아니다. 보상적 임금 격차와 운칠기삼직업의 속성도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직업은 힘들거나 위험하거나 불쾌한 일을 감수해야 한다. 건물 내부 청소와 외벽 청소에 같은 임금을 준다면 위험을 무릅쓰고 외벽을 청소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외벽을 청소할 사람을 구하려면 내부를 청소하는 사람에 비해 높은 임금을 줘야 한다. 이처럼 직업의 속성에 따른 차이를 보상해주기 위해 생기는 임금 격차를 보상적 임금 격차라고 한다.

보상적 임금 격차의 사례는 블루칼라 직종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특고압 케이블 작업공의 일당은 2023년 기준 42만1236원으로 기술직 직종 중 가장 높았다. 한 달에 20일 일한다면 842만원, 연 1억원이 넘는 고임금이다. 전문 기술이 필요한 것은 물론 위험한 작업을 하는 데 따른 대가라고 볼 수 있다.

운도 중요하다. 기술 변화에 따라 어떤 직업은 수요가 줄어들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그 결과 해당 직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임금이 감소하거나 일자리를 잃는다.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운의 탓이라고 봐야 한다. 노동시장의 차별을 없애려면어떤 근로자들은 노동시장의 균형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 믿어지지 않겠지만 고용주가 자발적으로 높은 임금을 제시할 때가 있다. 유능한 인재를 뽑고 우수한 직원들의 이직을 막기 위해서다. 이렇게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주가 균형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효율 임금’이라고 한다.

노동조합의 힘이 강해지면 임금이 시장 균형 수준보다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의 임금이 높은 배경으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강성 노조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최저임금은 주로 비숙련 근로자의 임금을 시장 균형 수준보다 높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노동 생산성과 학력, 직종, 경력에 큰 차이가 없는 근로자 간에도 임금에 차이가 날 때가 있다. 이런 차이는 노동시장에 성별, 연령 등에 따른 차별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노동시장이 경쟁적일수록 고용주는 근로자를 차별할 동기가 줄어든다.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 등 노동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하는 요인부터 개선할 필요가 있다. NIE 포인트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유승호 한국경제신문 기자
1. 임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보자.

2. 근로자의 한계생산가치가 무엇인지 알아보자.

3. 균형임금과 효율임금의 차이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