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업계에 공짜 배달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배달 시장 후발 주자인 쿠팡이츠가 지난 3월 말부터 쿠팡 와우멤버십 가입자에게 무료 배달 혜택을 제공하자, 위기감을 느낀 업계 1위 배달의민족과 3위 요기요도 경쟁에 가세했다.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혜택처럼 인식되지만, 그 부담 중 대부분이 음식을 파는 점주들에게 부과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간 출혈경쟁이 시장을 왜곡하고,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누른다는 비난도 있다. 이런 무료 마케팅은 과연 소비자에게 득일까. [찬성] 소비자 유인 효과 많아…경쟁 통해 전체 후생 커져배달비나 배송비는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쇼핑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이런 상황에 공짜 배달은 많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부담을 줄여주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무료 배달 정책은 구매 중단 요인을 제거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기업들의 통상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연구에 따르면, 무료 배송 옵션을 제공할 때 소비자가 더 쉽게 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전체 구매 금액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나온 한 설문조사에서 음식 배달 이용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무료 배달 여부 등 적정 수준의 배달비를 꼽은 소비자가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소비자의 64%는 ‘무료 배달 혜택이 중단되면 음식 배달 이용 빈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은 배달비 외에는 음식 품질(33%)이나 배달 시간(30%)보다 음식 가격(49%)과 할인 쿠폰 등 부가 혜택(34%)이 배달 앱 이용 시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가성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무료 배송을 자주 제공하는 브랜드에 더 강한 충성도를 보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로열티와 고객 충성도를 높여준다.
무료 배달은 고객의 전반적인 쇼핑 경험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복잡한 배송 비용 계산 과정을 없애고 단순한 구매 절차를 제공해 소비자 입장에서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고객에게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고객 중심적’이고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브랜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인식은 새로운 고객 유입을 촉진하고, 기존 고객이 지속해서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신규 시장 진출 시 무료 배송을 통해 초기 고객 유입을 촉진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 이런 경쟁 과정을 통해 전체 소비자 후생은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무료 배달을 중단하자는 주장은 소비자 권익 침해이자 월권이 아닐 수 없다. [반대] 배달비를 음식값에 전가…조삼모사식 상술로 소비자 기만라이더에게 지급하던 배달비를 업주, 소비자, 플랫폼 3자가 나눠 내던 기존 구조가 무료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소비자가 빠진 채 점주와 플랫폼이 분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제로섬 게임에서 비용 부담이 커진 플랫폼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하고, 그 부담의 대부분을 점주들이 떠안게 된 것이다. 무료 배달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매력 있는 마케팅 수단이지만, 그 비용은 결국 상당 부분 자영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죽기 살기식 시장경쟁이 비정상적인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시장을 왜곡하고,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누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유 시장경제 환경에서 점주를 착취해 플랫폼만 배를 불린다고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기도 어렵다. 미국에선 배달 팁과 서비스 이용료까지 붙어 배달 비용이 음식 가격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흔하다. 무료 배달은 배달 플랫폼에도 출혈적인 경쟁 수단이다. 대형 플랫폼조차 무료 배달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이는 결국 상품 가격에 반영되거나 다양한 서비스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점주들은 이런 상황을 ‘이중가격제’로 대응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 등 배달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자 외식업체들이 매장보다 메뉴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 등 34개 음식점을 표본 조사한 결과 60%가 매장 판매가와 배달 앱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있었을 정도로 ‘이중 가격’은 일반화됐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브랜드를 시작으로 피자 등으로 이중가격제 도입 업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소비자는 배달비를 물지 않는 대신 사실상 배달비가 얹어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셈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무료 배달은 기만적 상술에 불과하다. 이처럼 비뚤어진 경쟁의 격화는 시장만 왜곡할 뿐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생각하기 - 공짜 배달은 없다…편익에 대한 적정 분담 필요 무료 배달은 분명히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혜택으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매출 증대와 고객 충성도 강화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악화, 근로자 처우 문제, 환경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무료 배달을 둘러싼 플랫폼 업체 간 출혈경쟁은 ‘이중 가격’이라는 왜곡된 시장 대응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무료 배달 정책의 혜택과 위험 요소를 균형 있게 평가해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배달 플랫폼도 공멸의 치킨 게임을 멈추고, 점주와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혜택처럼 인식되지만, 그 부담 중 대부분이 음식을 파는 점주들에게 부과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플랫폼 간 출혈경쟁이 시장을 왜곡하고,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누른다는 비난도 있다. 이런 무료 마케팅은 과연 소비자에게 득일까. [찬성] 소비자 유인 효과 많아…경쟁 통해 전체 후생 커져배달비나 배송비는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쇼핑을 포기하게 만드는 장애물이다. 이런 상황에 공짜 배달은 많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부담을 줄여주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이처럼 무료 배달 정책은 구매 중단 요인을 제거해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 기업들의 통상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연구에 따르면, 무료 배송 옵션을 제공할 때 소비자가 더 쉽게 결정을 내리고, 결과적으로 전체 구매 금액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나온 한 설문조사에서 음식 배달 이용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으로 무료 배달 여부 등 적정 수준의 배달비를 꼽은 소비자가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소비자의 64%는 ‘무료 배달 혜택이 중단되면 음식 배달 이용 빈도를 줄일 것’이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0%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은 배달비 외에는 음식 품질(33%)이나 배달 시간(30%)보다 음식 가격(49%)과 할인 쿠폰 등 부가 혜택(34%)이 배달 앱 이용 시 더 중요하다고 답변했다. 그만큼 가성비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는 무료 배송을 자주 제공하는 브랜드에 더 강한 충성도를 보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로열티와 고객 충성도를 높여준다.
무료 배달은 고객의 전반적인 쇼핑 경험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복잡한 배송 비용 계산 과정을 없애고 단순한 구매 절차를 제공해 소비자 입장에서 더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 결국 고객에게 무료 배송을 제공하는 브랜드는 ‘고객 중심적’이고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브랜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인식은 새로운 고객 유입을 촉진하고, 기존 고객이 지속해서 이용하도록 유도한다. 특히 신규 시장 진출 시 무료 배송을 통해 초기 고객 유입을 촉진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 이런 경쟁 과정을 통해 전체 소비자 후생은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무료 배달을 중단하자는 주장은 소비자 권익 침해이자 월권이 아닐 수 없다. [반대] 배달비를 음식값에 전가…조삼모사식 상술로 소비자 기만라이더에게 지급하던 배달비를 업주, 소비자, 플랫폼 3자가 나눠 내던 기존 구조가 무료 배달 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소비자가 빠진 채 점주와 플랫폼이 분담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제로섬 게임에서 비용 부담이 커진 플랫폼이 중개수수료를 인상하고, 그 부담의 대부분을 점주들이 떠안게 된 것이다. 무료 배달이라는 것 자체가 소비자에게는 상당히 매력 있는 마케팅 수단이지만, 그 비용은 결국 상당 부분 자영업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죽기 살기식 시장경쟁이 비정상적인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시장을 왜곡하고, 자영업자들의 숨통을 누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유 시장경제 환경에서 점주를 착취해 플랫폼만 배를 불린다고 일방적으로 몰아세우기도 어렵다. 미국에선 배달 팁과 서비스 이용료까지 붙어 배달 비용이 음식 가격보다 비싸지는 경우도 흔하다. 무료 배달은 배달 플랫폼에도 출혈적인 경쟁 수단이다. 대형 플랫폼조차 무료 배달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며, 이는 결국 상품 가격에 반영되거나 다양한 서비스의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점주들은 이런 상황을 ‘이중가격제’로 대응하고 있다. 플랫폼 수수료 등 배달 비용을 부담하지 못하자 외식업체들이 매장보다 메뉴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서울 시내 분식집·패스트푸드 등 34개 음식점을 표본 조사한 결과 60%가 매장 판매가와 배달 앱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있었을 정도로 ‘이중 가격’은 일반화됐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매장 가격보다 배달 가격을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브랜드를 시작으로 피자 등으로 이중가격제 도입 업종을 확대할 예정이다. 소비자는 배달비를 물지 않는 대신 사실상 배달비가 얹어진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는 셈이다. 결국 소비자에게 무료 배달은 기만적 상술에 불과하다. 이처럼 비뚤어진 경쟁의 격화는 시장만 왜곡할 뿐 궁극적으로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 생각하기 - 공짜 배달은 없다…편익에 대한 적정 분담 필요 무료 배달은 분명히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혜택으로,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매출 증대와 고객 충성도 강화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수익성 악화, 근로자 처우 문제, 환경문제 등 다양한 이슈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무료 배달을 둘러싼 플랫폼 업체 간 출혈경쟁은 ‘이중 가격’이라는 왜곡된 시장 대응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에게 득이 되지 않는다. 무료 배달 정책의 혜택과 위험 요소를 균형 있게 평가해 지속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배달 플랫폼도 공멸의 치킨 게임을 멈추고, 점주와 소비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혁신해야 한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