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鹽車之憾 (염거지감)
▶한자풀이
鹽: 소금 염
車: 수레 거
之: 어조사 지
憾: 서운할 감


소금 수레에 대한 서운함이라는 뜻으로
등용되지 못한 인재의 처지를 안타까워함
-<전국책>

<전국책>은 전한시대 유향이 전국시대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한 책이다. ‘초책(楚策)’ 편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늙은 천리마가 소금 수레를 끌고 태항산(太行山)을 올라가게 되면 발굽은 무력하고 무릎은 꺾이며, 꼬리는 처지고 살갗은 문드러지며, 침을 땅에 질질 흘리고 땀을 온몸에 줄줄 흘리면서 겨우겨우 끌다가 산 중턱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한다. 백락(伯樂)이 이 모습을 보게 되면 곧장 수레에서 뛰어내려 그 말을 부여잡고 통곡하면서 자기 옷을 벗어서 말을 덮어줄 것이다.”

백락은 춘추전국시대 진나라 손양(孫陽)이라는 사람인데, 말을 알아보는 재능이 특출했다. 백락이 한번 돌아보면 말값이 치솟는다는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와 연관된 인물이다.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능력을 펼 수 있다는 의미로 쓰인다.

염거지감(鹽車之憾)은 ‘소금 수레에 대한 서운함’이라는 뜻으로, 능력 있는 인재가 때를 만나지 못하거나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르는 말이다.

같은 고사에서 유래하는 기복염거(驥服鹽車)도 뜻이 비슷하다. 천리마가 소금을 실은 수레를 끈다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비천한 일을 맡아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복염차로도 쓴다. 때를 잘못 만난 것을 탄식한다는 불우지탄(不遇之歎)도 뜻이 같다. 재대난용(材大難用)은 재목이 너무 크면 쓰이기 어렵다는 말로, 이 역시 재주 있는 사람이 때를 만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반면 ‘주머니 속 송곳’이라는 뜻의 낭중지추(囊中之錐)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이 알게 된다는 뜻이다. 염거지감(鹽車之憾)과 뜻이 반대로 쓰인다. 적재적소(適材適所)는 알맞은 인재를 알맞은 자리에 쓰는 것, 또는 그런 자리 자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