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문이 한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고두현의 아침 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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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출근하는 이에게

고두현

잊지 말라.
지금 네가 열고 들어온 문이
한때는 다 벽이었다는 걸.

쉽게 열리는 문은
쉽게 닫히는 법.
들어올 땐 좁지만
나갈 땐 넓은 거란다.

집도 사람도 생각의 그릇만큼
넓어지고 깊어지느니
처음 문을 열 때의 그 떨림으로
늘 네 집의 창문을 넓혀라.

그리고 창가에 앉아 바라보라.
세상의 모든 집에 창문이 있는 것은
바깥 풍경을 내다보기보다
그 빛으로 자신을 비추기 위함이니

생각이 막힐 때마다
창가에 앉아 고요히 사색하라.
지혜와 영감은 창가에서 나온다.

어느 집에 불이 켜지는지
먼 하늘의 별이 어떻게 반짝이는지
그 빛이 내게로 와서
어떤 삶의 그림자를 만드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그곳에 앉아 너를 돌아보라.
그리고 세상의 창문이 되라.
창가에서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오늘 시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직장 새내기들을 위해 쓴 것입니다. 오래전 『시 읽는 CEO』에 실었는데 입소문 덕분에 널리 퍼져 있군요. 지금도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등 많은 경영자가 신입사원들 앞에서 읽어준다고 합니다. 처음 출근할 때의 그 마음, 초심을 잃지 말자는 뜻으로 읽는 이도 있다고 하네요. 창의력은 창가에서 나온다지식이 많은 사람은 남보다 한발 앞서갑니다. 아는 것만큼 보이므로, 보이는 것만큼 먼저 이루지요. 그러나 지식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됐습니다. 예전엔 정보와 식견이 중요했지만, 그것으로는 한계가 있지요. 평면적인 조건에서 벌이는 경쟁은 상대평가에서만 유효합니다.

앞으로는 지식보다 지혜가 많은 사람이 세상을 이끌 것입니다. 지혜는 지식보다 입체적이지요. 지혜로운 사람은 상대평가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과거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ㅣ’자형 인재가 필요했습니다. 그다음엔 자기 분야뿐 아니라 인접 분야까지 잘 아는 ‘T’자형 인재가 인정받았습니다. 이후에는 지식과 경험의 높낮이를 갖춘 ‘十’자형 인재가 주목받았지요. 그러나 이제는 상하좌우와 앞뒤, 근본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입체형 인재’가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관점을 하나로 모으는 접점에 ‘지혜형 인간’이 있지요. 지혜형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머리’와 ‘가슴’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창의력’입니다. ‘창의’는 ‘창조’와 다르죠.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이 ‘창조’라면, 유·무형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힘이 곧 ‘창의력’입니다.

오늘부터 우리 몸의 집에 ‘창의’라는 창문을 만들고 틈날 때마다 그 창가에 앉아봅시다. 나와 나, 나와 상대, 나와 세상의 관계에 대한 모든 사유가 그곳에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될 겁니다.

시인이나 철학자, 구도자처럼 자신의 창가를 생각의 정원으로 만들고, 생각의 밀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느껴봅시다. 마음의 질량은 또 어떤 저울을 통해 시적 에스프리로 승화되는지 지켜보시죠. 그 느낌의 실체를 확인하고 체득하는 힘이 곧 ‘창의력’입니다. 이런 창의력은 창가에서 나오지요. ‘아이디어 장소’는 목욕탕, 침대, 버스…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은 따로 있는 걸까요? 창의력 전문가인 케이스 소여(미국 워싱턴대 교수)의 가르침을 들어보죠.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여기지만 그렇지 않다”며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의 두뇌 영역도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고민할 때 쓰는 뇌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도 얼마든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죠?

그는 “창의력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어서 어떤 지식이나 아이디어를 매개로 형성될 뿐”이라며 “다른 분야에 근무하는 사람들과 브레인스토밍하는 것을 떠올려 보면 서로의 지식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질적 변화를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꼭 여러 분야를 공부해야 창의적이 된다는 말은 아니지요. “누구도 모든 분야에서 창의적일 수는 없습니다. 먼저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죠. 음악을 예로 들어보면, 가능한 모든 것을 배우는 게 중요합니다. 여러 개의 음악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도 권할 만해요. 예기치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실생활에서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며, 자주 휴식하고, 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의력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 “다양한 분야의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유롭게 토론하며, 지금의 작업에 실패하더라도 훗날 더 나은 결과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아이디어가 유독 잘 떠오르는 장소는 어디일까요?

그에 따르면 목욕탕이나 침대, 버스가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골머리를 앓던 문제가 한순간 해결됐다면 이유는 간단하죠. 문제 해결에 골몰할 때와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는 뇌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들 장소에서 우연히 접한 정보가 잊고 있던 문제의 해결을 가능케 돕는 것이지요.

창의적인 사람들의 공통점은 ‘아이디어가 늘 풍부하다’는 것도 귀담아들을 만합니다. 뛰어난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처음엔 정교하지 못했다는 얘기도 흥미롭군요. 나쁜 아이디어조차 나중에 정교한 이론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평소에 떠오르는 사소한 아이디어도 잘 다듬고 가꿔봐야겠습니다. √ 음미해보세요

시인

실생활에서 창의력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서 케이스 소여 워싱턴대 교수는“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열심히 일하며, 자주 휴식하고, 무엇보다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창의력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죠. 또 “다양한 분야의 인맥 네트워크를 만들어 자유롭게 토론하며, 지금의 작업에 실패하더라도 훗날 더 나은 결과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