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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엘리자베스 브라우닝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 헤아려 보죠.
보이지 않는 존재의 끝과 영원한 은총에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그 깊이와
넓이와 높이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태양 밑에서나 또는 촛불 아래서나,
나날의 가장 행복한 순간까지 당신을 사랑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듯 자유롭게 사랑하고
칭찬에 수줍어하듯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옛 슬픔에 쏟았던 정열로써 사랑하고
내 어릴 적 믿음으로 사랑합니다.
세상 떠난 모든 성인과 더불어 사랑하고,
잃은 줄만 여겼던 사랑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나의 한평생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써 당신을 사랑합니다.
신의 부름 받더라도 죽어서 더욱 사랑하리다.

* 엘리자베스 브라우닝(1806~1861) : 영국 시인

오늘 얘기는 좀 말랑말랑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주인공은 영국 문학사상 최고의 사랑시를 남긴 여성 시인입니다. 당대의 스타였으나 부모·형제를 버리고, 부와 영예도 버리고, 연하의 무명 시인과 사랑의 도피를 감행한 여인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입니다.

엘리자베스는 열다섯 살에 낙마 사고로 척추를 다치고, 몇 년 뒤 가슴동맥이 터져 시한부나 다름없는 청춘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사랑의 힘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고 네 번의 유산 끝에 사랑스러운 아들까지 낳았죠. 그 아들은 훗날 뛰어난 조각가가 됐습니다. 이처럼 드라마틱한 이야기 덕분에 그가 남긴 사랑 시는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지요.

엘리자베스는 여덟 살 때 호메로스의 작품을 그리스어로 읽고, 열네 살 때 서사시 ‘마라톤 전쟁’을 쓸 만큼 조숙한 소녀였습니다. 그러나 소아마비에 척추병, 동맥파열 등이 겹쳐 늘 자리에 누워 지내야 했지요. 침실에서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습니다. 유일한 즐거움은 독서와 시 쓰기뿐이었죠.

그러다 서른아홉 살 때 두 권의 시집을 출간했는데, 얼마 후 모르는 사람의 편지 한 통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시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시집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당신을…….”

여섯 살 연하의 무명 시인 로버트 브라우닝(1812~1889)이 보낸 연서였지요. 장애와 병 때문에 로버트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고민 끝에 답장을 썼습니다.

“나에게서 볼 만한 것은 아무것도,/ 나에게서 들을 것은 아무것도 없어요./ 제가 쓴 시가 저의 꽃이라면/ 저의 나머지는 흙과 어둠에 어울리는 한낱 뿌리에 불과해요.”

그러나 로버트의 구애는 계속됐죠. “그대여, 사랑해주지 않으시렵니까/ 그대의 사랑이 지속되는 한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죽음이란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그대여 사랑해주지 않으시렵니까.”

이렇게 주고받은 편지가 573통이나 됐습니다. 그 사이에 얼음 같던 엘리자베스의 마음도 서서히 녹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초라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만나는 것조차 꺼렸지만 곧 용기를 내 로버트의 사랑을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6년 동안 떠나본 적 없는 방에서 걸어 나왔습니다. 이후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지요.

엘리자베스의 아버지는 이들의 사랑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딸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아비로서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년의 인생을 망치게 할 수 없다는 것이었죠. 병 때문에 거의 강박적으로 딸을 과잉보호해온 아버지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두 사람은 친구와 하녀만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밀 결혼식을 올리고, 이탈리아의 피렌체로 떠나 그곳에 보금자리를 꾸렸지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던 그때, 들길을 거닐며 산책하던 중 엘리자베스가 로버트의 외투 주머니에 쪽지를 하나 넣어줬습니다.

거기에 쓰인 시가 바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고요?’였죠. 몇 번이나 거부한 끝에 로버트의 진실한 마음을 받아들이고 영원한 사랑을 다짐하는 노래, ‘한평생 숨결과 미소와 눈물로’ 온전히 사랑한 사람에게 바친 연애시! 그래서 어떤 미사여구보다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지요.

엘리자베스는 사랑의 힘으로 병을 극복하고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그렇게 15년 동안 ‘옛 슬픔에 쏟았던 정열’과 ‘어릴 적 믿음’을 아우르는 행복 속에 살다가 남편의 품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때 나이 55세. 병약한 걸 감안하면 상당히 오래 살았죠.

평생 누워 지내야 할 자신을 그토록 사랑해준 남편을 통해 ‘잃은 줄만 여겼던’ 열정을 되찾고, 한없이 큰 사랑 속에서 삶을 온전하게 마감한 그 생애를 생각하면 시의 의미가 더욱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음미해보세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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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시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에서 “당신이 날 사랑해야 한다면,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주세요”라고 노래한 엘리자베스. 연민이나 동정이 아닌 절대적 사랑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이 시구처럼,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는 20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슴을 울립니다. 허둥대며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삶의 자세를 생각하게 해주기도 하지요. “사랑하는 시간을 따로 떼어두어라/ 그것은 인생이 너무 짧기 때문이다”라는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구와 함께 음미하면 더욱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