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縱虎歸山 (종호귀산)
▶한자풀이
縱: 놓아보낼 종
虎: 범 호
歸: 돌아갈 귀
山: 메 산


호랑이를 풀어 산으로 돌아가게 하다
화근(禍根)을 남겨두는 것을 비유하는 말
-<삼국지>

유비(劉備)가 불운의 연속으로 고난을 겪고 있을 때 관우와 장비를 데리고 조조(曹操)를 찾아갔다. 그때만 하더라도 둘 사이는 좋은 편이었다. 이미 황제를 끼고 승상으로서 확실한 강자의 위치를 굳히고 있던 조조는 유비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책사 정욱이 조조에게 유비를 죽이라고 조언했다.

“승상께서는 속고 계십니다. 유비에게는 큰 뜻을 품은 영웅의 면모가 드러납니다. 지금 죽이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책사 곽가는 말이 달랐다.

“형편이 궁해 찾아온 사람을 죽이면 세상 사람들이 승상을 보고 뭐라고 하겠습니까?”

조조는 곽가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정욱이 간파한 대로 유비는 큰 꿈을 품고 있었다. 유비가 조조 곁을 떠날 기회가 왔다. 황제가 될 꿈을 꾸고 있던 원술이 자신의 세력이 궁해지자 기주에서 세력을 떨치고 있는 사촌형 원소한테 빌붙으러 간다는 소문을 들은 것이다. 유비가 조조를 설득했다.

“원술이 원소를 찾아가려면 서주를 지나가야 합니다. 저한테 병력을 주시면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원술을 잡아 승상에게 받치겠습니다.”

조조는 유비에게 5만 병사를 내주었고, 유비는 빠르게 서주로 향했다. 외지에서 돌아와 이 소식을 들은 정욱이 조조를 찾아가 말했다.

“유비에게 군사까지 붙여 내보낸 것은 ‘호랑이를 풀어 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縱虎歸山)’과 같습니다. 속히 사람을 보내 되돌아오도록 촉구하십시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조조도 아차 싶어 유비를 다시 불렀지만, 그 속셈을 아는 유비는 계속 말을 달렸다. 유비는 원술을 대파해 삼국 정립의 기초를 다졌다. 여기서 유래한 종호귀산(縱虎歸山)은 ‘호랑이를 산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으로 화근을 남겨두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