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구축효과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8억3000만달러(약 568조7000억원)로, 지난달보다 4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28억3000만달러(약 568조7000억원)로, 지난달보다 4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연합뉴스
지난주에 살펴본 재정정책의 승수효과로 나타나는 총생산과 국민소득의 변동은 기대한 것만큼 완전히 나타나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정정책을 시행하면 민간부문의 투자나 소비에 영향을 주어 예상한 만큼의 승수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데, 이 같은 효과를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라고 부른다. 구축효과는 경기변동을 줄이기 위해 실시하는 재정정책에서만 나타나는 효과는 아니다. 구축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세력 등을 몰아서 쫓아낸다는 것으로, 처음 생각한 효과가 다른 효과에 의해 상쇄돼 생각한 것보다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을 때 구축효과가 발생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구축효과라는 단어는 경제 현상 중 재정정책의 효과를 다루는 부분에서만 거의 유일하게 사용되고 있다. 다른 부분에서는 사용되는 예를 찾기 어렵다. 이번 주에도 정부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실시하는 상황을 중심으로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축효과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경제가 불황인 경우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출을 늘리는 정부지출 증대정책이나, 지출은 그대로 하면서 세금을 줄이는 세금 감면정책을 실시한다. 정부가 정부지출 증가나 세금 감면을 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 돈을 빌려야 한다. 정부가 돈을 빌리면 민간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이 줄어 이자율이 상승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 투자의 감소는 총수요의 감소를 불러와 한 나라의 총생산을 감소시키면서 재정정책으로 인한 생산 증가를 상쇄하게 만드는 구축효과를 발생시킨다.

재정정책의 구축효과는 국채 발행 없이도 나타날 수 있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면 국민들의 소득이 증가하면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화폐를 보유하려고 한다. 이때 정부의 재정정책과 보조를 맞춰 중앙은행이 화폐공급을 늘리는 정책을 실시해야 하나 그렇지 않다면 화폐수요가 증가하였음에도 화폐공급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화폐수요 증가로 이자율이 상승한다. 이자율이 상승하면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고, 이는 총수요의 감소로 이어져 한 나라의 총생산이 줄어들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의 효과가 감소한다.

이자율을 상승시켜 투자를 감소시키는 것이 재정정책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 구축효과다. 하지만 재정정책으로 인한 구축효과는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확장적 재정정책은 총수요의 증가를 가져와 물가를 상승시켜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소득의 증가로 누진세의 적용을 받아 소득세율이 높아진다면 세후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줄어들게 된다. 또 이자율이 상승하면 해외 자금이 유입돼 우리나라의 통화가치가 상승하므로 순수출을 감소시킨다. 소비와 순수출의 감소도 총수요의 감소를 가져오므로 한 나라의 총생산이 줄어들면서 구축효과를 발생시킨다.

이처럼 재정정책의 구축효과를 넓은 의미로 해석하면 확장적 재정정책이 소비와 순수출을 감소시키는 효과까지 포함할 수 있다. 그러나 재정정책의 구축효과가 소비나 순수출 변동에 의해 발생하는 정도보다는 이자율 변화가 투자에 영향을 주어 총수요의 변동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나타나므로 재정정책의 구축효과를 투자의 변동으로만 한정해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제가 심한 불황일 경우 기업의 투자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자율이 상승한다고 해도 감소할 투자가 거의 없어 구축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불황이기는 해도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면 기업의 투자수요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이에 따라 구축효과도 발생하면서 민간 부문의 경제가 위축될 것이다.

구축효과의 크기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경기변동 시에 정부의 재정정책을 중요하게 여기는 케인스학파도 구축효과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런데도 구축효과로 인해 재정정책의 효과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부분 구축을 주장한다. 고전학파의 경우 경기가 변동되어도 시장의 자동조정 기능이 작동해 재정정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재정정책은 완전 구축이 되어 아무 효과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다.√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중앙대 강사
김형진 중앙대 강사
경제가 불황인 경우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출을 늘리는 정부지출 증대정책이나, 지출은 그대로 하면서 세금을 줄이는 세금 감면정책을 실시한다. 정부가 정부지출 증가나 세금 감면을 하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서 돈을 빌려야 한다. 정부가 돈을 빌리면 민간에서 빌릴 수 있는 자금이 줄어 이자율이 상승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투자가 감소하게 된다. 투자의 감소는 총수요의 감소를 불러와 한 나라의 총생산을 감소시키면서 재정정책으로 인한 생산 증가를 상쇄하게 만드는 구축효과를 발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