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3월 14일은 파이(π) 데이!

3월 14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수학의 날이자 파이(π) 데이입니다. 수학에서는 의미 있는 시기인 만큼 수학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해보며 수학의 중요성과 흥미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3월 14일이 화이트 데이라고요? 그건 일본 제과 회사의 상술입니다. 수학자들은 3월 14일을 ‘파이 데이’라고 합니다. 파이 데이는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선교사인 피에르 자르투(1669~1720)가 세계 최초로 원주율 π가 3.1415926임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날입니다. 3월 14일을 기념일로 정한 것은 원주율의 근삿값(어림값)인 3.14에서 유래합니다. 1988년 미국의 물리학자 래리 쇼(1939~2017)가 샌프란시스코 탐험 박물관에서 관람객들과 파이를 나눠 먹으며 최초로 파이 데이 행사를 열었습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 옥스퍼드대 등에서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기념행사를 열어 ‘Happy π-day to you’를 부르고, 파이와 과자를 나눠 먹으며 원주율의 값을 외웠다고 합니다.

원은 평면 위의 한 점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로 이루어진 도형입니다. 원은 반지름의 길이에 따라 크기만 달라질 뿐 모양은 같습니다. 원 둘레의 길이, 즉 원주와 지름의 길이는 원의 크기와 상관없이 일정한 비를 이루고, 이 값을 ‘원주율’이라고 합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원주율을 약 3.14로 학습했고, 중학교에서는 원주율의 정확한 값이 3.1415926535897932384626433832795…와 같이 순환하지 않는 무한소수, 즉 무리수라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원주율을 기호로 π와 같이 나타냈습니다. π는 ‘둘레’를 뜻하는 그리스어 ‘περμετρο’의 첫 글자로 18세기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1707~1783)가 사용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원주율 π의 계산 문제가 오랫동안 수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기원전 3세기경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B.C. 287~B.C. 212)는 정다각형을 내접(원의 안쪽에서 접함), 외접(원의 바깥쪽에서 접함)시키면서 원주율값을 계산했습니다.

[그림 1]
[그림 1]
예를 들어 [그림 1]과 같이 원의 둘레의 길이는 원에 내접하는 정육각형 둘레의 길이보다 크고, 원에 외접하는 정육각형 둘레의 길이보다 작다는 것을 이용해 원주율값을 구했습니다.

[그림 2]
[그림 2]
같은 방식으로 정십이각형 둘레의 길이를 구해보면 [그림 2]와 같이 원 둘레의 길이와 더 비슷해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르키메데스는 이러한 방식으로 정이십사각형, 정사십팔각형, 정구십육각형 둘레의 길이를 계산해 원주율값은 3 10/71 < π < 3 1/7 임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원주율값을 소수점 아래 둘째 자리까지 최초로 알아낸 것입니다.

이후 중국 위나라의 수학자 유휘(220~280년경)는 <해도산경>과 <구장산술>의 주해서를 썼는데, 여기에는 구적법에 대한 몇 가지 새로운 자료가 나옵니다. 그중에는 3.1410<π<3.1427 같은 식이 있습니다. 약 200년 뒤 중국 위진남북조 시대 수학자 조충지(429~500)와 그의 아들은 3.1415926<π<3.1415927 식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355/113라는 근삿값으로 서양에도 전해졌고, 서양에서는 15세기까지 이처럼 정확한 원주율값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도 프랑수아 비에타(1540~1603), 네덜란드의 뤼돌프 판 쾰런(1540~1610), 영국의 윌리엄 섕크스(1812~1882), 인도의 스리니바사 라마누잔 같은 학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원주율값을 구했습니다. 2022년에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소수점 아래 100조 번째 자리까지 구했다고 합니다.

원주율 π에 대해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좀 더 깊이 공부하고 싶은 학생은 동양과 서양에서의 원주율 π 계산 역사를 자세히 알아보고 비교해보면 유익할 듯합니다.

홍창섭 경희여고 교사
홍창섭 경희여고 교사
2019년 11월 유네스코(UNESCO,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 전체 회의에서는 3월 14일을 ‘세계 수학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이 시기를 기념해 학생 여러분도 주변에서 원으로 된 물체를 이용해 원주율값을 직접 구해보거나, 원주율값을 외워보는 등 수학과 관련된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