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불황의 원인과 대책
총수요와 단기 총공급이 물가와 무관하게 줄어들거나 증가하면 완전고용 국민소득인 장기 균형국민소득을 이탈해 단기 균형국민소득이 결정된다고 지난주에 설명했다. 총수요와 단기 총공급 중 하나라도 감소하면 단기 균형국민소득이 장기 균형국민소득보다 감소하는 불황이 나타나고, 반대로 총수요와 단기 총공급 중 하나라도 증가하면 단기 균형국민소득이 장기 균형국민소득보다 증가해 호황이 나타난다. 자원의 남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장기균형을 벗어난 호황도 좋은 현상은 아니지만, 현실에서 호황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이번 주에는 불황을 중심으로 단기균형이 발생하는 과정과 대응책에 대해 살펴보자.불황의 발생은 단기 총공급의 감소보다 총수요의 감소가 주요 원인이다. 총수요는 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로 구성되는데, 이들 중에 투자나 수출은 변동성이 큰 편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으면 기업이 투자를 줄이면서 총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수출은 전쟁과 같은 국제 정세의 변동이나 전염병 등의 발생으로 줄면서 총수요를 감소시킨다.
이처럼 물가와 상관없는 요인에 의해 총수요가 감소하면 총수요곡선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게 되므로 균형 생산량은 줄고 국민소득도 감소한다. 이에 따라 물가도 함께 하락한다. 총수요 감소로 발생한 불황은 물가도 함께 낮아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물가와 무관하게 생산이 완전고용 수준보다 적다는 것은 국가경제가 비효율적으로 작동되는 안 좋은 상황이다. 실제 현실의 모습을 보면 물가의 하락 정도보다 생산량 감소 정도가 더 크고, 단기로 갈수록 가격이 경직적이기 때문에 생산량 감소의 정도는 더욱 커진다. 생산이 많아서 물가가 낮아지는 경제가 좋은 경제이지 수요가 줄어들어 물가가 낮아지는 경제는 결코 좋은 경제라 할 수 없다.
총수요의 감소에 비해 단기 총공급의 감소는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총공급의 감소는 주로 임금이나 원자재 가격의 상승, 노사분규, 기상 악화 등에 의해 발생한다. 이와 같은 공급 측 원인으로 불황이 오는 상황을 해로운 공급충격이라고 부른다. 이로운 공급충격이 발생하면 호황이 발생하지만, 이는 경제에 거의 나타나지 않으므로 공급충격이라고 하면 거의 해로운 공급충격을 의미한다. 불황이 공급 감소로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수요 측 원인으로 생기는 불황과 달리 공급이 원인인 경우 공급충격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공급충격으로 불황이 나타나면 수요 측 원인으로 발생하는 불황처럼 균형국민소득이 줄지만 물가는 상승한다. 이처럼 물가가 상승하는 불황을 수요가 원인이 되어 물가가 하락하는 불황과 구분하기 위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단어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표현이다.
공급충격으로 많이 언급되는 대표적인 것이 석유파동이다. 석유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전쟁 등이 발생하면 석유가격이 상승하면서 단기 총공급이 감소한다. 이 같은 상황은 물가와 무관하게 총공급을 감소시키는 것이므로 단기 총공급곡선이 좌측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물가가 상승하고 균형 생산량이 줄어 국민소득을 감소시키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단기균형은 시장의 자동조정 기능에 의해 장기균형에 수렴하게 된다. 하지만 장기라는 시간이 얼마나 긴 시간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되고 있다. 케인스학파의 경우 자동조정 기능만 믿고 있을 수는 없어 불황이 발생하면 총수요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정책으로 완전고용 국민소득을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정책의 효과는 총수요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불황에서만 잘 나타날 뿐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완전고용 국민소득만 달성되고 물가를 너무 많이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공급충격으로 발생하는 불황에서는 총수요를 증대시키는 정책과 시장의 자동조정 기능 사이에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기억해주세요 공급충격으로 불황이 나타나면 수요 측 원인으로 발생하는 불황처럼 균형국민소득이 줄지만 물가는 상승한다. 이처럼 물가가 상승하는 불황을 수요가 원인이 되어 물가가 하락하는 불황과 구분하기 위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한 단어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발생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