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안전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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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수능 국어 영역에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BIS 비율 문제가 나왔습니다. 은행의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뜻하는 용어인데, 이 문제는 ‘킬러 문항’으로 많은 수험생을 당황케 했죠. 위험자산이 키워드로 제시된 만큼, 반대 용어인 안전자산이 무엇인지 배워보는 것도 좋습니다. 꼭 수능이 아니더라도 안전자산의 개념을 명확히 아는 건 앞으로의 경제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먼저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다음 중 안전자산은 무엇일까요. 현금, 미국 달러, 미국 장기채권, 일본 엔화, 금, 비트코인, 서울 강남 아파트. 답을 공개하기 전에 우선 안전자산이 어떤 개념인지 먼저 살펴보죠. 모든 자산의 가격은 변합니다. 현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물가상승률이나 환율의 차이로 하루하루 가치가 변하는 자산이죠. 다른 모든 자산도 가치가 변합니다.

그럼 금은 어떨까요. 금은 인류의 ‘화폐 수단’으로 가장 오래된 물건이죠. 희소한 데다가 성질이 잘 변하지 않아요. 각 국가는 오랜 시간 금을 보유하려 애썼고, 금 보유량이 곧 국력이었습니다. 미국이 8133톤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은 금 보유량이 103톤(30위)에 불과해요.

미국 달러는 가장 강력한 화폐죠. 달러만 들고 있으면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굶을 일은 없습니다. 금만큼이나 통용되는 재화지만 달러의 가치 역시 바뀝니다.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 유로 등 주요 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장기국채는 어떨까요.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표시된 수익률을 지급하는 게 채권이죠. 하지만 그 역시 달러의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하면 완전한 안전자산은 아닙니다. 약속된 수익률을 받았는데, 그보다 달러 가치가 더 떨어졌다면 꽝인 것이죠.

상징적 측면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는 어떨까요. 가격이 물가상승률을 웃돌며 오르지 않았느냐고요? 부동산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가격 변동을 거칩니다. ‘거래 성사’가 되지 않으면서 표면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급매’가 왜 나오겠습니까. 부동산 역시 경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급변하는 자산입니다.

주식이나 비트코인은 어떤 자산일까요. 하루하루 다른 자산보다 더 크게 가치가 달라지죠.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요. 무엇보다 ‘어디에 근거했는가’라는 문제에서 다른 자산 대비 위험성이 높죠. 그 때문에 이런 초고위험 자산군은 ‘심리 게임’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닙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영원한 안전자산’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하고, 세계경제가 크게 흔들리더라도 상대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산. 이를 ‘안전자산’이라 부를 뿐이죠. 안전자산이 안전 투자를 의미하는 게 아니란 얘기입니다.

예금은 은행이 망하지 않는 이상, 망하더라도 5000만 원까지는 지켜준다고요? 은행이 망할 정도면 국내 경제 상황이 그만큼 안 좋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원화 가치도 이미 흔들린 거죠. 지켰다고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전 세계 투자은행들은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동시에 금, 달러, 부동산 등을 다양하게 보유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의 비율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결국 다 같이 망할 때 그나마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자산인 셈이죠. 금이 가장 대표적인 이유고요.

[수능에 나오는 경제·금융] 금처럼 경제적 충격에도 변동성 적은 자산이죠
모든 자산 투자가 위험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투자하고, 어떻게 자산을 불려나가야 할까요. 이런 문제로 나온 것이 ‘분산투자’의 개념입니다. 가장 위험자산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이나 주식 등의 비중을 제한적으로 설정하고, 나머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는 방식이죠. 자산도 분산하고, 투자 대상과 관련된 국가도 분산합니다. 신흥국 국채를 샀으면 미국 국채도 사서 위험을 서로 헤지(hedge)하는 것이죠.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위험은 돈을 잃을 위험뿐 아니라 돈을 상대적으로 덜 벌게 되는 위험도 있어요. 우리가 사회탐구나 과학탐구 영역 과목을 3~4개씩 공부하는 이유도 바로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아닐까요.

고윤상 기자
NIE포인트1. 안전자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2.안전자산의 지위가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3. 분산투자는 왜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