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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배터리, 유럽 현대차에 처음 탑재
7년간 50만대분 공급…기술개발 협력도
삼성SDI가 2026년부터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각형 배터리를 공급한다. ‘삼성표’ 전기차 배터리가 현대차에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이 차량용 반도체에 이어 전기차의 심장 격인 배터리까지 현대차에 납품하면서 두 그룹의 ‘전차(電車) 동맹’이 한층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어제의 경쟁자, 오늘의 파트너로삼성SDI는 2026년부터 7년간 현대차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지난 23일 발표했다. 이번에 수주한 배터리는 현대차가 유럽에서 생산해 출시할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급 물량은 7년간 약 35~40GWh로, 전기차 약 50만 대 분량으로 알려졌다. 액수로는 4조~5조 원 규모로 추정된다.삼성SDI 배터리, 유럽 현대차에 처음 탑재
7년간 50만대분 공급…기술개발 협력도
삼성SDI는 차세대 주력 제품인 P6 각형 배터리를 현대차에 공급할 계획이다. P6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의 니켈 비중을 기존 88%에서 91%로 더 높이고, 음극재에 독자적인 실리콘 소재를 적용해 에너지 밀도를 극대화한 제품이다. 동일한 부피와 무게로 더 긴 주행거리를 낼 수 있다.
삼성SDI는 P6를 헝가리 괴드 공장에서 생산해 현대차 유럽 현지 공장에 납품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체코와 튀르키예에 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바겐·BMW·포르쉐 등 유럽 완성차 고객사에 대응해 헝가리 공장 생산량을 꾸준히 늘려온 삼성SDI는 현대차 물량 생산을 위해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으로부터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받아온 현대차는 삼성SDI와 손잡으면서 공급망은 물론 배터리 폼팩터(형태) 다변화가 가능해졌다. 현대차는 올해 코나에 처음 각형 배터리를 적용하며 폼팩터 확대에 나섰다. 현대차는 삼성SDI에서 공급받을 하이니켈 배터리를 유럽 시장에 출시할 차세대 중형 전기차에 장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 소비자를 겨냥해 중형 이하 전기차를 제조하려면 배터리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은 하이니켈 배터리가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재용·정의선 회장 만나 밑그림이번 계약으로 삼성과 현대차가 선대 회장 시절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완전한 ‘미래 차 파트너’로 거듭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재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던 두 그룹은 1994년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로 관계가 사실상 단절됐다가 2020년을 전후해 ‘해빙 무드’로 접어들었다. 특히 2020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찾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전격 회동하면서 두 회사의 협력을 예고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3시간가량 이어졌다. 재계 1위를 놓고 다투는 삼성·현대차 그룹의 총수가 사업 목적으로 만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함께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장까지 둘러본 두 사람은 두 달 뒤 이번엔 현대차그룹의 핵심 연구개발(R&D) 기지인 경기 화성 남양기술연구소에서 또 한 번 만났다. 두 그룹이 본격적인 ‘미래 차 파트너’로서 협업할 가능성을 굳힌 것이다. 이후 현대차는 자사 차량에 삼성의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와 카메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잇따라 장착하기로 했다. 23일엔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배터리도 삼성SDI로부터 공급받기로 했다.
두 회사는 향후 추가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차세대 기술개발은 물론 미래 합작투자 기회도 예상된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현대차와 전략적 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라며 “현대차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재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과거 ‘삼성자동차’ 시절부터 이어져온 두 그룹 간 견제 심리는 3세 경영 체제로 들어서면서 대부분 사라졌다”라며 “전장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삼성과 전기차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현대차가 협업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NIE 포인트1.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아보자.
2. 같은 나라 기업간 협력이 왜 중요한지 토론해보자.
3. 삼성의 자동차 산업 진출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 알아보자.
빈난새 한국경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