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역선택의 발생
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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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어떤 유형의 경제주체인지 잘 안다면 거래를 하고 싶은 상대방만 골라 거래하면 될 것이다. 비싸더라도 품질 좋은 상품을 원한다면 그런 상품을 판매하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원치 않은 사람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현상을 ‘역선택’이라고 한다. 역선택은 상품시장뿐 아니라 노동시장과 보험시장에서도 나타나므로 시장을 유형별로 구분해 역선택이 발생하는 상황을 살펴보자. 중고시장에서 역선택 자주 발생상품의 품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면 값이 저렴한 상품을 고르게 되고, 결국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운좋게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지만,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이 발생한다. 이유는 역선택으로 인해 좋은 품질의 상품이 시장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필기구를 구입하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좋은 품질의 필기구에 대해 높은 비용도 지불할 용의가 있는 소비자이지만, 어느 것이 질 좋은 필기구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소비자는 고품질 필기구에 지불하려던 만큼의 비용을 쉽게 지불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좋은 필기구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보다 낮은 비용을 지불하려고 한다면 좋은 품질의 필기구를 만드는 생산자는 생산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레 시장에는 품질 낮은 필기구만 공급되고 소비자는 품질 좋은 필기구를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게 된다. 분명 고품질 필기구를 원하는 소비자와 이를 만들 수 있는 생산자가 있는데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아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이용되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상품시장에서의 역선택은 중고시장에서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 중고 상품인 중고차의 경우,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그 차의 상태를 잘 알지만,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그 차의 상태를 알기 어렵다. 이런 비대칭적 정보하에서 거래를 하면 성능은 안 좋은데, 외관만 좋아 보이는 중고차가 주로 거래되는 역선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다른 중고상품 시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데, 중고 상품을 구입해본 사람들이 중고 상품은 모두 질이 나쁘다는 인식을 갖게 되면 중고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노동·보험시장도 역선택 불가피노동시장에서 노동을 제공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노동의 수요자인 기업은 누가 우수한 노동자인지를 판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노동시장에서는 노동 공급자가 기업보다 더 많은 정보를 보유하는 정보의 비대칭이 나타난다. 기업은 과거 자료를 바탕으로 노동자에게 평균임금을 동일하게 제시하게 된다. 입사 희망자에게 이런 식으로 동일한 임금을 제시하면 능력이 떨어지는 노동자는 취업을 희망하지만, 우수 노동자는 입사를 꺼려 할 것이다. 결국 회사는 능력이 부족한 노동자만 고용하는 역선택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면 보상해주는 상품이다. 보험회사 입장에선 보상을 덜 해주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사고 날 확률이 낮은 사람만 가입하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자신이 사고가 많이 나는 유형의 사람인지 아닌지는 보험회사보다 보험에 가입하려는 사람이 더 잘 알고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사고가 날 확률이 높은 사람에게 높은 가입비를 부과하지 못하고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보험 가입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험에 가입하는 비용이 똑같으면 사고 확률이 낮은 사람들은 보험 가입비가 비싸게 느껴지므로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보험 가입비가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 사고 확률이 높은 사람들만 보험에 가입하는 보험의 역선택이 발생한다.√ 기억해주세요
김형진 중앙대 강사
김형진 중앙대 강사
상품시장에서의 역선택은 중고시장에서 자주 발생한다. 대표적 중고 상품인 중고차의 경우, 중고차를 파는 사람은 그 차의 상태를 잘 알지만 중고차를 사려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그 차의 상태를 알기 어렵다. 이런 비대칭적 정보하에서 거래를 하면, 성능은 안 좋은데 외관만 좋아 보이는 중고차가 주로 거래되는 역선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중고차는 모두 질이 나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중고차 시장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