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드론 개발자' 지상기 에이럭스 기술이사

국내에 드론 개발자 아직 많지 않아
항공·컴퓨터 프로그래밍 지식 필수
다른 분야와 협업 많아 소통력 있어야
[직업의 세계] "드론 없인 살 수 없는 세상이 올 겁니다"
무인 비행 로봇 드론은 군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쓰이고 있다. 택배·배달은 물론, 드론택시 등으로 확장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교육용 드론을 개발·제작하는 에이럭스의 지상기 CTO(기술이사)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드론 전문가다. 10여 년 전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재직 시절부터 드론을 연구해온 그에게 드론 개발자의 세계를 들어봤다.

▷드론의 탄생 시기와 현재의 기술 수준에 대해 알려주세요.

“드론은 20세기 초반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이후 지속적으로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무선통신과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카메라의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산업 및 민간 분야에서 사용 중이죠. 요즘은 드론 촬영이 없으면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방송 제작 현장에서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국내엔 언제 도입되었나요?

“2000년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비행로봇팀이 산업용 드론을 개발했는데, 아마 그때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시기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엔 저희도 드론이 아닌 비행 로봇이라 부르던 시기였죠.”

▷당시 연구원에서 만든 드론의 용도는 무엇인가요?

“감시 정찰용·소방용 드론으로, 구조 또는 산불 예방 등의 용도였습니다. 당시는 활용 범위가 좁아 실제 현장에서 사용하기보다 연구개발 목적이 컸죠.”

▷창업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연구 목적보다 좀 더 많은 사람이 활용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싶었어요. 제가 가진 기술로 창업을 한번 해보라는 당시 선배의 제안이 계기가 되었죠. 비행 로봇의 불모지에서 첫 스타트를 끊은 셈이죠. 2011년 교육용 드론을 개발·제작하는 ‘바이로봇’을 창업했어요.”

▷상업용과 교육용 드론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크기와 무게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교육용 드론은 종류가 30여 가지인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작고 가벼운 초소형 드론이 개발되고 있어요. 드론에 어떤 용도로, 어떤 기능을 탑재하느냐에 따라 개발 단계가 달라집니다.”

▷교육용 드론은 주로 어디에 쓰이나요?

“저희가 제작하는 드론은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서울학생교육원, 전남교육청, 제주교육청 등 150개 이상 학교 및 공공기관에서 교육용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몽골, 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수요가 있고요.”

▷드론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선 어떤 용도로 사용할 드론인지가 중요합니다. 용도가 정해지면 기획·설계 단계로 들어가죠. 교육용인지, 산업용인지부터 프로펠러 개수나 모터 및 배터리, 부속품 위치, 소재 등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정해요. 대개 드론이 필요한 곳에서 저희 같은 회사에 개발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후 의뢰 내용을 토대로 소프트웨어 설계 및 드론 제어 프로그램을 적용해 제작하죠. 베타 버전이 만들어지면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완성하게 됩니다.”

▷제작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첫 기획 단계부터 완성까지 평균 6개월 정도 걸립니다. 드론 외형을 만드는 금형 단계에서 보통 한두 달가량 소요되고요. 기존 제품을 찍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의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드론 개발자가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하나요?

“드론 개발자는 항공과 컴퓨터 프로그래밍, 두 가지 분야의 전문 지식이 필요합니다. 항공 관련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무인항공기학과나 항공학과, 기계공학, 특수장비과 등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것이 빠릅니다. 최근엔 드론 개발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드론학과도 생겨나고 있어요. 또 초경량비행장치 조종자 자격증을 비롯해 드론정비사 자격증, 무인동력비행장치 4종 등과 같은 드론 관련 자격증도 취득해두면 도움이 됩니다.”

▷어떤 직업적 자질이 필요한지 궁금해요.

“이 직업은 개발 직무이기 때문에 창의성이 기반이 돼야 합니다. 논리적 사고 능력과 3차원 공간지각 능력까지 갖추면 더욱 좋죠. 또 하나 덧붙이자면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합니다. 동력장치나 카메라, 디자인 등 타 분야와 협업하는 일이 많은 만큼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과 잘 소통해야 하니까요.”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직업적 비전은 어떤가요?

“드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입니다. 글로벌 시장의 관심과 수요도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포천 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 134억8,000만 달러(약 17조8,000억 원)에서 연평균 43%씩 고속 성장해 2029년까지 2,328억 달러(약 308조 원)로 커질 전망입니다. 가까운 미래엔 드론 없인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에 반해 아직 국내엔 드론 개발자 같은 전문 인력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부터 도전한다면 아마 국내 드론 업계를 이끄는 리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