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김지용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뇌 호르몬 분비 불균형으로 인한
우울증·공황장애 등 진단하고 치료
약물 처방·상담 모두 잘할 수 있어야

환자 상태 진단하고 판단 위해
공감·감정조절 능력과 호기심 필요
[직업의 세계] "현대인 마음의 병 늘어 정신과 역할 더 커졌죠"
몸속에 발생하는 병이나 사고로 일어난 장애 이상으로 위험한 게 마음의 병이다. 눈에 보이지 않아 즉각적 치료가 어렵고, 시간이 지날수록 병세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최근엔 조현병(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환자가 일으킨 안타까운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그런 만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정신과 전문의)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고 있다. 김지용 정신과 전문의(연세웰정신건강의학과의원)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정신과 전문의는 어떤 직업인가요?

“정형외과 의사가 근골격계에 생긴 문제를 치료하고 심장내과 의사가 심장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듯, 정신과 의사는 뇌에 생긴 문제를 치료합니다. 뇌 호르몬 분비 불균형으로 인해 생긴 우울증과 공황장애, 불면증 등 다양한 정신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하죠. 정신 질환이 발병하는 데에는 호르몬뿐 아니라 심리적 부분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는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모두 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의도 약물 또는 상담 위주로 나뉘나요?

“저희 병원은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곳이에요. 대부분의 병원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반대로 진료를 짧게 하고, 약물 처방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어요. 식당으로 비유하자면 ‘패스트푸드점’ ‘일반 식당’ ‘오마카세’로 나눌 수 있는데, 저희 병원은 일반 식당으로 비유할 수 있죠.”

▷환자당 진료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보통 30~40분 걸립니다. 상담 위주로 정신분석 치료를 하는 곳은 좀 더 깊고 길게 진료하기도 합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가 되나요?

“의대를 졸업한 뒤 총 4년간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년 차부터 4년 차까지 각 과정을 거쳐 숙련하고, 통상 입원한 정신분열증·양극성 정동장애·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을 맡아 정신 치료를 하고, 이에 대한 지도 감독을 받습니다. 이후 전문의 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죠.”

▷정신과 전문의가 갖춰야 할 자질이 있다면.

“다른 의학 전공보다 공감 능력, 감정 조절 능력,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환자가 욕하거나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있나요?

“환자들이 욕을 하는 경우는 일종의 방어기제에서 나오는 행동이에요. 레지던트 시절 욕을 하거나 침을 뱉는 환자들과 마주치면 ‘이런 것까지 참으면서 일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환자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먼저 분석합니다. 환자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들어주고 치료하는 게 저희 역할이거든요.”

▷진료 중 위험한 적은 없나요?

“정신과 의사들 책상 밑에는 인근 지구대와 연결돼 있는 비상벨이 있어요. 위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비상벨을 누르면 바로 경찰이 출동해요. 아직 눌러본 적은 없습니다.(웃음)”

▷다른 전공과목과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의 상태를 머릿속으로 진단하고 판단해야 해요. 진단 교과서라는 가이드가 있지만, 그걸 외우고 인지해 판단하는 일은 의사의 몫입니다. 의사 스스로가 진단과 치료의 도구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더 큰 책임을 느낄 수밖에 없죠. 반대로 치료가 잘되었을 땐 보람도 두 배가 됩니다. ‘당신이 내 삶을 바꿨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정신과만의 특혜죠.(웃음)”

▷직업병이 있다면.

“예전에는 말이 많은 편이었어요. 학창 시절엔 앞에 나서는 걸 좋아했죠. 의사가 된 후로 듣는 일이 습관이 돼다 보니 말수가 줄었어요.”

▷직업적 만족도도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합니다. 누군가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돈을 버는 직업이 많지 않잖아요. 나이가 많은 분도 저더러 선생님이라 불러주고, 감사하다는 말을 하시니까요.”

▷정신과 전문의라는 직업의 비전은 어떤가요?

“정신 질환의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예요. 이 스트레스가 뇌에 영향을 미쳐 정신 질환을 일으키죠. 특히 지나치게 빡빡하고 경쟁적인 현대인의 삶 속에서는 정신 질환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에 앞으로도 정신과 의사들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필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정신과 전문의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성의 없게 들릴 수 있지만, 의사부터 되어야 합니다. 그게 현실이에요. 일단 의사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그다음엔 책을 권하고 싶어요. 책 속에는 저자의 생각과 사람을 바라보는 흔적들이 묻어 있거든요. 다양한 책 속에서 사람과 심리를 알아가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또한 책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