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美 신용 강등에도, 中 불황에도
다른 통화보다 더 떨어져
이달 달러 대비 가치 3.4% 하락
대외 변수에 유독 취약
수출 부진·한미 금리 차 최대
경제 기초체력 약해 쉽게 휘청
이달 들어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원화가 미국 달러화 대비 가장 약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중국의 경기 둔화와 부동산 부실 등 대외 악재가 불거질 때마다 유독 원화 가치가 다른 통화보다 더 떨어진 결과, 원화가 ‘동네북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美 신용 강등에도, 中 불황에도
다른 통화보다 더 떨어져
이달 달러 대비 가치 3.4% 하락
대외 변수에 유독 취약
수출 부진·한미 금리 차 최대
경제 기초체력 약해 쉽게 휘청
13일 한국경제신문이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11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가치를 비교한 결과, 원화는 3.4%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했다. 유로화(-0.1%), 영국 파운드화(-1.3%), 일본 엔화(-1.7%) 등 주요국 통화는 하락 폭이 0~1%대에 그쳤다. 신흥국인 베트남(-0.2%), 인도(-0.5%), 인도네시아(-0.7%) 등도 통화가치 절하 폭이 미미했다. 이 기간 한국보다 통화가치가 더 하락한 나라는 3년 만에 기준금리를 내린 브라질(-3.5%) 정도다.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통화가치가 급락한 주요국은 한국 외에 찾아보기 힘들다. 美 신용등급 하락에 나홀로 급등원화는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대외 변수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문제다. 1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 후 10일 만에 원화 가치는 미 달러화 대비 3.4% 급락했다.
게다가 정작 미 달러화는 유로, 캐나다달러, 엔, 파운드, 스위스프랑, 스웨덴 크로나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0.5% 올랐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건 미국인데 달러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원화는 달러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상적이라면 신용등급이 떨어진 국가에서 자본이 유출돼야 하지만, 오히려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표시 자산 수요가 커지며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원화는 지난 3~4월 미국의 금리 인상 종료 기대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을 때도 ‘나홀로 약세’를 기록했다. 당시 달러 가치가 주요국 통화 대비 2.7% 하락할 때 원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1.5% 떨어졌다. 취약한 펀더멘털에 대외 민감도 커중국이 ‘기침’하면 한국이 ‘독감’을 앓는 현상도 재연됐다. 지난 8일 중국 정부는 7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월 이후 41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 회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이행 실패로 위안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면서 원화 환율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 8일 달러당 7.1365위안이던 위안화 고시 환율은 11일엔 7.1587위안으로 0.3% 상승(위안화 가치는 하락)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위험 회피 분위기가 조성될 때마다 원화가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취약해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근본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달까지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들어 무역수지 적자도 278억달러에 달한다.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 차도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계 부채와 경기 침체 우려 때문에 한국은행은 금리 인상에 나서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원화 약세 압력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황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
1. 최근 원화 가치 하락 상황을 정리해보자.
2.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대외 변수를 설명해보자.
3. 경제 펀더멘털과 환율의 관계를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