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燕雀鴻鵠 (연작홍곡)
▶ 한자풀이
燕: 제비 연
雀: 참새 작
鴻: 큰기러기
홍 鵠: 고니 곡


제비가 어찌 기러기의 마음을 알랴
소인은 대인의 뜻을 헤아리지 못함
- <사기(史記)>

진(秦)나라는 수백 년간 지속된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기원전 221년 중국 천하를 통일했지만, 폭정으로 민심을 잃어 15년 만에 멸망했다.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인 게 권세의 탑이다.

진 멸망의 첫 봉화는 양성(陽城)에서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는 진승(陳勝)이라는 자가 올렸다. 그가 밭에서 일하다 잠시 쉬고 있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탄식이 새어 나왔다. “이놈의 세상, 뭔가 뒤집어 놓아야지. 이래서는 어디 살 수가 있겠나!”

주위의 머슴들이 일제히 비웃었다. “여보시게, 머슴 주제에 무엇을 하겠다고?”

진승이 탄식하듯이 말했다. “제비나 참새가 어찌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리오(燕雀安知 鴻鵠之志).”

진시왕이 죽고 아들 이세(二世)가 왕위를 이었지만 포악함과 사치는 아버지보다 더했다. 백성은 삼족을 멸한다는 형벌이 두려워 불만조차 숨겼다. 후에 진승은 오광(吳廣)과 함께 징발되어 일행 900여 명과 함께 장성(長城)을 수비하러 갔다. 한데 대택(大澤)이라는 곳에서 큰비를 만나 기일 내에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건 불가능했다. 늦게 도착하면 참형(斬刑)에 처해지니 차라리 반란을 일으키는 게 더 나을 듯했다.

진승·오광은 뜻을 같이하고 인솔자인 징병관을 죽인 뒤 군중을 모아 놓고 말했다. “어차피 늦게 목적지에 도착해도 우리는 죽으니 사내대장부답게 이름이나 날리자.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찌 씨가 있다더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두 사람은 파죽지세로 주위를 함락시켰고, 진승은 나라 이름을 장초(長楚)라 하고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세계 최초의 농민 봉기다.

연작홍곡(燕雀鴻鵠)은 ‘연작안지홍곡지지(燕雀安知鴻鵠之志)’를 줄인 말로, 소인이 대인의 원대한 뜻을 헤아리지 못함을 이른다. 연작은 소인배나 하찮은 사람, 홍곡은 군자나 큰 뜻을 품은 사람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