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김옥석 경기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

각 지역의 문화재 소개
관람객 눈높이 맞춘 해설
스토리텔러 자부심 커

새 유적지 지정 때 선발
외국어·역사학 전공 우대
일당은 5만~7만원 선
[직업의 세계] "우리는 문화와 인간을 이어 주는 스토리텔러죠"
김옥석 문화관광해설사는 1990년대 초 국내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도입한 문화유산해설사를 시작으로 30여 년 해설사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수학 교사 출신인 데다 말솜씨까지 갖춘 그의 해설에 경기 고양시 서삼릉 태실을 찾는 관람객들이 귀를 쫑긋 세운다. 그에게 직업으로서의 해설사 얘기를 들어 봤다.

▷서삼릉 태실은 어떤 곳인가요.

“조선의 쉰네 분 왕, 스물두 분의 왕의 후손들이 태어날 당시의 태(胎)를 모신 곳입니다. 원래 태실은 전국의 명산에 있었는데, 일본인들이 이 태실을 파헤쳐 대부분의 유물을 일본으로 가져가 버렸죠. 이후 똑같이 생긴 비석을 만들어 날 일(日) 자 모양의 태실을 만들어 놓은 거예요. 그때가 1925년입니다.”

▷고양시 문화관광해설사는 언제부터 한 건가요.

“2005년 경주에서 고양시로 이사 오면서 시작했어요. 당시 해설사 모집 담당자가 제 이력서를 보곤 ‘경주에서 하셨어요?’라며 놀라더군요. 경주는 문화유산이 많기 때문에 그만큼 해설사의 실력이나 노하우가 뛰어나죠. 그때부터 시작해 문화관광해설사 전국 회장, 고양시 회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문화관광해설사는 어떤 일을 합니까.

“각 지역의 문화재를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역할이죠. 유치원생부터 노년층까지 남녀노소 다양한 관람객 눈높이에 맞춰 역사와 스토리를 전해야 합니다. 능숙한 스토리텔러가 돼야 하는 거죠.”

▷해설사 선발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대개 지자체에서 모집 공고를 내고 선발하게 되는데, 전국적으로 시기나 기준이 다 달라요. 일반적으로 서류 전형과 필기·실기 시험, 면접 그리고 교육으로 진행합니다. 고양시의 경우 현재 6기까지 선발했습니다.”

▷매년 선발하진 않는군요.

“맞아요. 문화재청이 새롭게 문화유적지를 지정할 때마다 선발합니다. 현재 고양시엔 37명의 해설사가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유적지들이 문을 닫아 활동을 못 하다가 최근 다시 재개했습니다.”

▷외국어가 가능한 해설사가 우대받겠네요.

“영어, 중국어 등 외국어가 가능한 해설사를 별도로 뽑는 지역이 있어요. 문화관광해설 경력이 있거나 사학, 역사교육학, 고고학 등 관련 학과 졸업자나 경력자도 우대 대상이 되죠.”

▷필기·실기 시험은 어떻게 진행하나요.

“필기시험은 과목마다 70점 이상이 합격선이고, 실기는 5분 스피치로 평가합니다. 주어진 주제로 5분간 심사위원들 앞에서 해설을 시연하는 거죠. 요즘엔 저도 경력이 오래돼 면접관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합격 팁을 알려 준다면요.

“가장 중요한 건 태도예요. 해설사 시험을 보러 왔는데 슬리퍼를 신고 온다면 마이너스죠. 예전에 20대 청년이 지원했는데, 계속 휴대폰을 들고 시험장을 들락거리는 거예요. 면접관 한 분이 주의를 줬는데도 아랑곳 않고 계속 반복했죠. 그 지원자가 합격했더라면 현장에서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이처럼 시험에 어떻게 임하느냐의 자세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교육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2주 교육을 받습니다. 각계 전문가들이 해설사가 갖춰야 할 상식, 태도, 문화재와 관련한 내용들로 교육합니다. 교육을 이수하면 각 지역의 현장에 배치돼 3개월 수습 과정을 거칩니다.”

▷해설사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요.

“해설사들 사이에서 하는 농담이 ‘해설사는 뻥쟁이’라는 거예요. 약간의 재미를 가미하고 쇼맨십이 들어가야 관람객이 집중하거든요. 역사적 인물들의 이야기를 처음 들어 보는 분도 많거든요. 그 스토리에 집중할 수 있게 조금의 과장은 필요합니다.(웃음)”

▷급여는 어느 정도인가요.

“지자체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일당 5만~7만원 정도예요. 이 밖에 지역 관광 투어 해설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별도 수당이 나오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언젠가 후궁의 묘 앞에서 해설을 하는데 자꾸 향냄새가 나는 거예요. 둘러봐도 향을 피우는 곳이 없어 관람객들에게 ‘향 냄새 안 나세요?’라고 물어봤더니 아무도 안 난다고 하더군요. 기분이 이상해 해설을 마치고 검색을 해 봤어요. 그랬더니 그날이 정조의 후궁인 성덕임의 제삿날이었어요. 혼자 그걸 보는데 소름이 돋더군요. 그래도 제가 이 태실의 지킴이잖아요. 그다음 날 성덕임의 묘 앞에서 향을 피워 놓고 절을 올렸죠.”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한경잡앤조이 기자

▷보람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아이들이 이곳을 방문할 때예요. 요즘 아이들은 역사에 관심이 없다고 하잖아요.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들이나 중·고등학생들이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