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딩동거미' 시리즈 펴낸 신성희 동화작가

"글·그림 좋아하는 이들에겐 제격
최근 출판사·대학 등 양성 기관 늘어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 '매력'
메시지 공감 얻어야 좋은 동화작가"
[직업의 세계] "그림 못 그려도 동심 있으면 할 수 있어요"
최근 동화를 포함한 그림책 산업은 지식재산권(IP) 산업이 발달하며 캐릭터, 공연,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그로 인해 16컷에 동심(童心)을 담아내는 동화작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혐오스러운 곤충 ‘거미’를 사랑스러운 ‘딩동거미’로 탈바꿈해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은 신성희 동화작가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그동안 어떤 동화책들을 냈나요.

“제가 창작한 책이 몇 권 안 돼 모두 소개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웃음) 2014년 작가로서 처음 작업한 <괴물이 나타났다>부터 <안녕하세요> <뛰뛰빵빵> <까칠한 꼬꼬 할아버지> 그리고 <딩동거미> <딩동거미와 개미>가 있어요. <딩동거미와 개미>는 가장 최근인 작년 출간했는데, <딩동거미> 2편입니다.”

▷대표작이 <딩동거미> 시리즈군요.

“맞아요. 2017년 <딩동거미>를 출간했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크게 없다가 몇 년 뒤 매스컴에 나오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어요.”

▷<딩동거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요.

“주인공인 딩동거미가 아주 말썽꾸러기 캐릭터인데, 그게 아이들은 재미있나 봐요. 작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동화책은 많아요. 그래서 그냥 웃기고 막무가내인 캐릭터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나온 친구가 딩동거미죠.”

▷동화책에는 동물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데, 보통 어디에서 영감을 얻나요.

“저는 주변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딩동거미>를 쓰기 전에도 거미, 개미 등 곤충을 수시로 관찰했어요. 그 친구들을 지켜보면서 행동이나 특징을 찾아 캐릭터화하는 작업을 거치죠. ”

▷주변을 유심히 보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겠군요.

“그렇죠. 사실 거미는 모기처럼 우리에게 해로운 것들을 잡아주는 이로운 곤충인데 징그럽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좀 사랑스럽게 그려내자는 생각에 여러 번의 스케치 과정을 거쳐 빨간 팬티를 입은 딩동거미로 탄생했죠. (웃음)”

▷동화책의 제작 과정도 궁금합니다.

“그림의 소재가 되는 것들을 관찰하고, 아이디어를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돼요. 그렇게 기록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거죠. 그다음 스토리를 16장면으로 나눠 손바닥만 한 크기로 러프하게 그리는 섬네일을 작업합니다. 이 과정에서 글과 그림을 여러 차례 수정하고, 이후 본스케치를 하죠. 책 형태의 더미 북을 만드는 것까지가 샘플링 과정입니다.”

▷처음 입문하는 작가는 바로 책을 내기 어려울 텐데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더미 북을 만들고 나면 출판사에 투고하죠. 운이 좋으면 출판사와 만나 책을 출간할 수도 있는데, 처음에는 거절 메일을 받는 게 일상이에요.”

▷동화작가 일을 시작한 계기가 있나요.

“다른 작가들은 어릴 적부터 준비한 경우가 많은데, 전 현실적인 이유였어요. 회사에 소속돼 디자이너로 일하고 프리랜서로도 활동하면서 문득 제 이름으로 된 결과물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직업적으로 공허해졌고 과연 디자이너를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겼죠. 그러면서 동화책을 접한 것 같아요. 그림 그리고 이야기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제게 제격인 직업이었거든요.”

▷동화작가가 되려면 그림이나 글쓰기를 전공하면 유리할까요.

“저도 그림 전공이긴 하지만 그림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해요. 출판사나 관련 기관, 대학과 대학원 등 작가 양성 기관이 워낙 다양해 그림이나 글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맞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보통 6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이 끝나면 그동안 만든 책을 발표해요. 내용이 좋으면 출판사와 바로 계약할 수도 있죠.”

▷동화(그림)책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몇 년 전부터 동화작가 지망생이 늘고 있어요. 지원자가 증가하면서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고, 소재와 주제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가 입장에선 경쟁자가 늘어나는 것이고, 경제 악화와 맞물려 출판 시장이 안 좋아지는 것도 현실이에요.”

▷신생 작가 유입은 늘었지만, 시장이 받쳐주지 못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사실 일부 유명 작가 외엔 작가 수입으로만 생활하기 어려운 구조예요. 보통 책 한 권을 펴내려면 최소 4개월 정도 걸리니 1년에 3권 이상 내기 어려워요. 계약금이 편당 300만원이면 1년에 900만원이니까 작가 일만으로 먹고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죠. 저도 그렇지만 작가 중에는 투잡으로 하는 분이 많아요.”

▷이 직업의 매력은 뭘까요.

“장점도 많아요.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것, 작업의 양과 시간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다는 것,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책이 나오면 도서관이나 학교에서 강연을 통해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쁨도 있어요.”

▷동화작가가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무엇보다 동화책(그림책)을 좋아해야 해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있죠.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하고, 주요 독자인 어린이들의 공감을 얻으면 진짜 좋은 동화책이 나오리라 생각해요.”

▷동화작가의 비전은 어떻다고 보나요.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 한경잡앤조이 기자
강홍민 한국경제매거진 한경잡앤조이 기자
“솔직히 비전이 밝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콘텐츠 산업이 커지면서 하나의 콘텐츠가 다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캐릭터 사업이나 애니메이션, 공연(연극, 뮤지컬 등) 등으로 활용될 수 있고, 작가는 강연으로 이어지기도 해요. 무엇보다 그림책이 좋아 평생 만들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작가의 비전은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