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을 졸업한다고 취업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등록금이 올라가면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는 학생과 그런 가정은 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졸업도 여의치 않고 졸업해도 취업도 쉽지 않은 데다 대학 교육의 질이 좋다고 할 상황도 아니다. 대학이 학비를 더 많이 받겠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요컨대 한국 대학 교육·강좌의 질과 연구 기능이 비싼 등록금의 값을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대학은 더구나 정부에서 여러 명목으로 발전 지원금을 받고, 나랏돈이 들어가는 국가등록금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학비 부담을 가급적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에 협조해야 할 이유가 있다.
재정난 해소를 등록금 인상으로 타개하려는 것도 너무 안이하고 손쉬운 해법이다. 재단 전입금을 늘리든지, 동문과 지역사회 등에서 기부금을 더 받든지, 다른 대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 미국의 많은 유수 대학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대학 내 벤처기업도 육성하고 대학 자체의 수익 사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천수답 재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쓸 데도 많은 국가 예산에서 큰 몫을 떼어 대학에 지원하는 만큼 대학 재정이 등록금 일변도에 매몰되지 않도록 교육부가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기왕 대학에 간섭하고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가로 지원을 더 늘리라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반대] 강제 동결로 대학이 어떻게 추락했나…우수 교수요원 이탈, 정부 의존성 커져지난 14년간 등록금이 사실상 강제로 동결된 한국 대학에서 빚어진 현상은 인위적인 가격과 비용 통제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교육부가 나서 등록금이라는 ‘서비스 가격’을 간섭하고 억누르자 재정난에 몰린 한국 대학은 하향평준화의 늪에 빠져버렸다. 그 결과 고등교육기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인재 양성과 수준 높은 학문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기능에서 계속 멀어지고 있다. 등록금을 마치 정부가 관할하는 공공요금처럼 다루면서 한국 대학의 국제 경쟁력만 떨어뜨린 것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은 이루 계산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최근 늘어난 대학 내 갈등도 강압적 등록금 동결 탓과 무관하지 않다. 급여를 올려달라는 교수들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신청 건수가 2022년부터 2023년 초 사이에만 26건에 달했고, 교직원과 학교법인 간 행정소송도 벌어졌다. 지방에서는 더하다. 이 모든 게 대학 의지와 관계없이 등록금이 동결된 탓이다. 지방 사립대학에는 교수 연봉이 중소기업에 취업한 고졸 청년 급여보다 못한 곳도 드물지 않다. 이런 대학에서 정상적 강의나 의미 있는 연구가 과연 가능하겠나.
고등교육법에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도록 보장돼 있다.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해선 안 된다’는 금지조항 자체가 불필요한 규제조항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인상도 교육부가 못 하게 해왔다. 각종 보조금을 내세워 등록금을 올리면 정부 재정사업에서 심각한 불이익을 주고,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에서 빼니 어떤 대학도 이런 강압 조치에 쉽게 맞설 수가 없다. 고등교육 비용에까지 ‘반값’ 타령의 포퓰리즘이 깊이 스며든 게 문제다. 그 결과 대학 재정을 빈약하게 하면서 정부 의존도만 높이고, 우수한 교수요원을 내쫓아 대학 부실화와 경쟁력 저하라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대학까지 자율과 독립성을 잃은 채 정부만 바라보는 게 정상인가.√ 생각하기 - 대학 위기, 기술·산업 위기…좌우 없는 '반값' 포퓰리즘의 깊은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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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