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이하부정관 (李下不整冠)
▶ 한자풀이
李: 오얏나무 리
下: 아래 하
不: 아닐 부
整: 정돈할 정
冠: 갓 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마라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을 삼가라는 의미
- <열녀전(烈女傳)>

<열녀전(烈女傳)>은 뛰어난 중국 여성들의 행적을 발췌해 번역한 책이다. 조선시대에 편찬됐으나 편찬자나 연대는 미상이다. 다음은 <열녀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전국시대 제나라 위왕(威王)이 즉위한 지 10년 가까이 되도록 나라가 편안하지 않았다. 못된 신하 주파호(周破胡)가 국정을 휘두른 탓이 컸다. 위왕의 후궁 우희가 파호의 횡포와 음흉함을 왕에게 고했다.

“주파호는 속이 검은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은 등용하지 않음이 옳습니다. 대신에 북곽선생(北郭先生)이라는 현명하고 덕망 있는 분을 부르십시오.”

이 사실을 안 파호가 거꾸로 우희와 북곽선생이 내통하는 사이라고 모함했다. 왕이 우희를 9층 누각에 감금하고 직접 심문했다. “네가 부정한 행실을 하고 다닌다고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냐?”

우희는 자신의 불찰을 사죄하고 파호의 비위를 예로 들어가면서 호소했다. “저에게 죄가 있다면 첫째는 ‘오이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않고 오얏나무 아래를 지나갈 때 관을 바로하지 않는다(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교훈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둘째는 평소에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입니다.”

우희의 말을 들은 왕은 사태의 전모를 파악한 뒤 간신 주파호를 처형하고 국정을 바로잡아 제나라를 다시 부강하게 만들었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은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으로, 남에게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말라는 의미로 쓰인다.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는 과전불납리(瓜田不納履)와 대구로 흔히 쓰인다.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작가/시인 '인문 고사성어' 저자
<문선(文選)> ‘군자행(君子行)’에도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군자는 미리 방지하여 혐의받을 염려가 되는 곳에 있지 말 것이다(君子防未然 不處嫌疑問).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 않으며, 오얏나무 아래서는 관을 고쳐 쓰지 않는다(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의심받을 행동은 후에 해명하기보다 먼저 피하는 게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