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과학을 만드는 선생님들의 과학 이야기 (5)저수지나 연못에 가면 단아한 자태와 고운 빛깔을 뽐내며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연꽃을 볼 수 있다. 여러해살이 수생식물인 연꽃은 진흙 속에서도 깨끗하게 피어난다. 연꽃은 보통 개화 1일, 만개 2일, 낙화 1일 등 4일 동안 핀다. 첫째날 꽃받침이 떨어지고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다음날부터 스스로 열을 내며 향기를 품고 벌들을 불러모은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연꽃 씨앗
식물이 꽃을 피우려면 열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식물은 태양열을 이용한다. 반면 연꽃은 스스로 열을 내 개화한다. 충북농업기술원 신세균 박사팀의 연구 결과, 꽃을 피울 때 연꽃의 온도는 섭씨 30도까지 올라간다. 외부 기온보다 5~6도 높은 수준이다. 연꽃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해 보니 꽃받침 부분에서 특히 온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 연꽃은 당분을 축적해 열을 내는데 꽃받침이 발열에 필요한 에너지를 가장 많이 공급했다.

연꽃이 스스로 열을 내는 것은 식물의 번식 방법인 꽃가루받이와 관련 있다. 식물이 번식하려면 곤충이 꽃가루를 수술에서 암술로 옮기는 꽃가루받이가 이뤄져야 한다. 연꽃이 품은 열에너지는 향기를 더 멀리까지 퍼뜨려 더 많은 곤충을 불러 모을 수 있게 해 준다.

연꽃은 피어난 지 3~4일 지나면 벌, 풍뎅이, 무당벌레 등의 도움을 받아 꽃가루받이를 한다. 번식을 마친 연꽃은 씨앗이 들어가는 연방을 만들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한다.

연꽃 씨앗은 1000년이 지나도 싹을 틔울 만큼 신비로운 생명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경남 함안 성산산성에서 발굴한 연꽃 씨앗을 발아시켜 꽃을 피웠다. 성분 분석 결과 이 씨앗은 약 700년 전 고려 시대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장소에서 12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 씨앗 4개가 추가로 발굴됐는데, 이 중 3개가 싹을 틔우는 데 성공했다.

이제까지 저수지나 연못에 핀 연꽃을 무심코 지나쳤다면 앞으로는 발걸음을 멈추고 자세히 관찰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1000년이 넘는 세월의 신비가 그 안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연꽃 씨앗
이현미 서울신우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