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러의 역사
2018학년도 수능부터 2022학년도 수능까지 최근 4개년 동안 국어와 영어 중 한 영역에서는 꼭 경제·금융 관련 지문이 나왔습니다. 환율, 계약 등 기본적인 내용부터 BIS 비율, 기축통화, 경제학자에 이르기까지 내용이 다양해지고 이해하기 어려운 고난도 지문도 심심찮게 등장합니다. 물론 수능은 내용을 몰라도 풀 수 있게 출제된다지만, 실제 시험장에서 생소한 내용의 경제 지문을 맞닥뜨리면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생글생글에서 수능·평가원 기출 문제와 시사 경제 이슈를 통해 경제·금융 상식을 미리 공부해보세요.
기축 통화는 국제 거래에 결제 수단으로 통용되고 환율 결정에 기준이 되는 통화이다. 1960년 트리핀 교수는 브레턴우즈 체제에서의 기축 통화인 달러화의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 (중략) 브레턴우즈 체제에서는 국제 유동성으로 달러화가 추가되어 ‘금 환 본위제’가 되었다. 1944년에 성립된 이 체제는 미국의 중앙은행에 ‘금 태환 조항’에 따라 금 1온스와 35달러를 언제나 맞교환해 주어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했다. (중략) 미국은 결국 1971년 달러화의 금 태환 정지를 선언한 닉슨 쇼크를 단행했고, 브레턴우즈 체제는 붕괴되었다.이 지문을 다룬 11번, 13번 문항의 경우 오답률이 각각 72%, 73%에 달했습니다. 지나치게 생소한 경제 지문을 맞닥뜨린 수험생들이 시험장에서 당황한 영향이 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 2022학년도 수능 국어 10~13번 지문 -
달러의 역사는 그 자체로 세계 경제의 역사입니다. 수능에는 브레턴우즈 체제의 몰락까지 나왔지만 이후 오일쇼크, 폴 볼커의 금리 인상 등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출제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90원을 넘어서는 등 달러가 다른 화폐보다 높게 평가받는 ‘강달러 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달러의 역사는 언제 다시 시험에 나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화폐는 어떻게 가치를 얻는 것일까요. 가장 오래된 화폐는 금입니다. 금은 그 희소가치를 기반으로 한,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실물 자산으로 꼽힙니다. 금을 얼마나 가졌는가가 한 나라의 부를 측정하는 주요 지표였죠. 미국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금 본위 체제에서는 미국이 들고 있는 금의 양이 곧 미국 달러의 힘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1960년대 베트남전쟁으로 달러를 과도하게 발행하면서 달러에 대한 우려가 커졌습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죠. 1971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더 이상 달러를 금으로 바꿔줄 수 없다고 선언해버렸습니다.
시장에서 달러 가치는 떨어졌고, 세계는 물가 상승의 위기를 겪습니다. 산유국들은 석유를 수출해도 예전만큼 금을 사기가 어려워졌죠. 이에 원유 가격을 올리면서 오일쇼크까지 이어지는 대혼란이 찾아오게 됩니다. 미국도 가만있진 않겠죠. 미국은 주변 아랍국들을 통일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적 지원을 해줬고, 1974년부터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대금을 달러로 결제하게끔 합의합니다. ‘금’의 자리를 ‘석유’가 대체한 것이죠. 달러가 금과 연동되지 않아도 지금까지 기축통화로 버틸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문제는 시중에 달러가 여전히 많다 보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랐단 점이었죠. 이때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등장합니다. 연방준비제도는 한국은행처럼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는 곳입니다. 폴 볼커는 1978년 취임한 뒤 1981년까지 약 3년 만에 금리를 10%포인트 넘게 인상하며 21%까지 끌어올렸습니다.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될까요? 시중에 돌아다니던 달러가 은행으로 모여들며 달러 가치가 높아집니다. 이 과정에서 경기침체를 겪었지만, 결국 물가 상승률을 1983년 3.21%까지 떨어뜨리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미국 경제는 호황기에 접어듭니다.
고윤상 한국경제신문 기자 NIE 포인트1. 금은 왜 안전자산으로 꼽히는지 생각해보자.
2. 금리와 물가 사이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자.
3. 고정환율제와 변동환율제의 차이점을 조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