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결정의 법칙
은행이 자금 조달하는 비용에
리스크·이윤 덧붙여 금리결정
신용도·실적 따라 사람마다 차등
1등급-10등급, 6%P 차이나기도
한국은행 사상 첫 '빅스텝' 단행
대출수요 억제 효과 있지만
저신용층은 연체 증가 우려
올 것이 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렸다. 사상 첫 ‘빅스텝’ 금리 인상이다. 한은 기준금리는 작년 7월 연 0.5%에서 올 7월 연 2.25%로 1년 만에 1.75%포인트 상승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당연히 대출 금리도 따라 오른다. 문제는 기준금리 오름폭보다 대출 금리 오름폭이 더 크다는 데 있다. 은행이 예대마진을 높여 ‘이자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소비자로선 대출 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 ‘깜깜이’다. 내 대출 금리 어떻게 정해지나
은행이 자금 조달하는 비용에
리스크·이윤 덧붙여 금리결정
신용도·실적 따라 사람마다 차등
1등급-10등급, 6%P 차이나기도
한국은행 사상 첫 '빅스텝' 단행
대출수요 억제 효과 있지만
저신용층은 연체 증가 우려
![A씨 年 4%, B씨는 10%…대출금리는 어떻게 정해질까](https://img.hankyung.com/photo/202207/AA.30664859.1.jpg)
가산금리에는 인건비를 비롯한 은행의 경영 비용과 일정액의 마진이 포함된다. 대출을 받는 사람의 신용등급과 담보의 종류에 따라서도 가산금리가 달라진다. 가감조정 금리는 우대금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금, 신용카드 등 기존에 거래 관계가 있는 고객에게 은행이 깎아주는 금리다.
예를 들어 지난 5월 기준 국민은행의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07%인데 대출 기준금리가 2.15%, 가산금리가 3.84%, 가감조정 금리가 0.92%다. 고객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가산금리가 낮고 가감조정 금리는 높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이 적용하는 신용 1~2등급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24%, 9~10등급의 평균 금리는 연 10.49%로 6.25%포인트 차이가 난다. 금리 인상 틈타 예대마진 높인 은행들한은이 작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은행의 조달 금리도 상승했다. 변동금리 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작년 6월 0.82%에서 올해 6월 1.98%로 올랐다. 고정금리 대출의 기준금리로 쓰이는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도 1년 사이 1.7%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은행 입장에서 대출의 원가가 비싸진 것이다. 그런데도 최근 은행이 비판받는 이유는 원가(조달 금리)가 오른 것보다 큰 폭으로 물건값(대출 금리)을 올려서다. 신한은행의 마이너스 대출 평균 금리는 작년 5월 연 2.96%에서 올 5월 연 4.65%로 1.69%포인트 올랐다. 5월 우리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4.36%로 1년 만에 1.45%포인트 상승했다. 모두 같은 기간 한은 기준금리 인상 폭(1.25%포인트)과 코픽스 상승 폭(1.02%포인트)을 뛰어넘는다.
은행의 예대금리 차도 확대되고 있다. 국민은행의 예대금리 차는 지난해 1.89%포인트에서 올 1분기 2.02%포인트로 커졌다. 하나은행의 지난 1분기 예대금리 차는 1.83%포인트로 1년 전보다 0.18%포인트 확대됐다. 가계부채 줄이려면 금리 올려라?금리 상승은 대출받은 사람들의 이자 부담을 키우지만, 한편으로는 가계부채를 연착륙시키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금리 상승이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2013년 1분기부터 2016년 4분기까지 은행 평균 대출 금리가 연 5.01%에서 연 3.18%로 하락하는 동안 가계대출 총액은 909조원에서 1270조원으로 40% 정도 증가했다. 금리가 상승세로 반전한 2017년 1분기부터 2019년 1분기까지는 가계대출 증가 폭이 14%에 그쳤다. 코로나 영향으로 저금리를 유지한 2020~2021년 가계대출 증가 폭이 다시 커졌다.
다만 금리 상승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면 한계 가구를 중심으로 부실 대출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 지난 4월 기준 가계대출의 77.3%는 변동금리형으로 금리 상승에 노출돼 있다. 고정금리형 대출의 금리가 1%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에 금리 상승 위험이 있더라도 변동금리형을 택하는 소비자가 많다.
한은은 지난달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기준금리를 매년 0.5%포인트씩 올릴 경우 자영업자 중 하위 30%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올해 34.5%에서 내년 48.1%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저신용층 대출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작년 1분기 3.19%에서 올 1분기 4.09%로 상승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