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7)수많은 자동차가 도로를 빽빽하게 채운 채 쏜살같이 달려간다. 아슬아슬 부딪칠 듯하지만 서로 약속한 것처럼 양보하기도 하면서 미끄러지듯이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데 자동차 속 운전자는 운전대는 잡지도 않은 채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모습이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자동차. 먼 미래의 일로 여겨졌던 자율주행차는 어느덧 우리 생활에 성큼 다가와 있다.

자율주행차는 어떻게 스스로 움직이는 것일까. 사람이 운전할 때를 생각해 보자.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어느 방향으로 갈지 머리로 생각하면서 손으로는 운전대를, 발로는 페달을 조종한다. 자율주행차에도 이런 기능이 필요하다. 자율주행차는 사람의 몸과 머리 대신 각종 전자 기기를 통해 이런 기능을 수행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어떻게 스스로 움직일까?
먼저 여러 가지 센서로 자동차 앞과 주변 환경을 살펴본다. 카메라 센서는 사람의 눈으로 보듯이 영상 이미지를 얻는다. 레이더 센서는 주변 물체의 형태를 인식하고 거리를 정교하게 측정한다. 위성 위치확인 시스템(GPS)과 관성 측정 장치(IMU)는 자율주행차가 어느 위치에서 어느 정도 속도로 가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가 분석해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빠르게 달릴 것인지를 계산하고 결정한다. 여기에 맞춰 자동차의 방향을 바꾸는 조향 장치와 속력을 조절하는 구동 장치를 스스로 움직여 가며 운전한다.

보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위해 사물인터넷 기술이 이용될 수도 있다. 자율주행차가 교통 시스템, 다른 자동차들과 인터넷으로 연결돼 도로 상황에 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다면 더욱 안전하고 원활한 운행이 가능할 것이다.

자율주행차의 기술 발전 수준은 5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는 고속도로와 같은 평탄한 도로에서 스스로 차로를 변경하고 속도를 조절하는 3단계에 와 있다. 앞으로는 운전자가 아예 없어도 되는 5단계 완전 자율주행차가 나올 것이다. 그때가 되면 어른 없이 아이들만 차를 타고 소풍을 가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안태범 국립중앙과학관 기초과학과 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