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욱 더플랜잇 식물성 대체 식품 연구원“대체 식품을 만드는 것은 인류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하고, 환경을 이롭게 하는 일이죠. 미래에 꼭 필요한 직업 아닐까요.”
기후위기,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채식주의)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비건 문화의 확산과 함께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식품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2016년 42억1860만 달러에서 2020년 60억710만 달러로 42.4% 커졌다. 2025년엔 110억33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주목받는 직업군도 나타났다. 바로 식물성 대체 식품 연구원이다. 식물성 원료를 활용·배합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고 맛과 영양을 보존해 주는 식물성 식품을 개발하는 직업이다. 인간의 건강, 그리고 환경 보호를 위해 세상에 없던 식물성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 김하욱 더플랜잇 제품개발팀장(37)을 만나 봤다. ▶최근 대체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식물성 대체 식품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대체 식품은 식물이나 곤충, 배양육, 미생물 단백질 등을 이용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을 말합니다. 더플랜잇에서는 귀리, 쌀, 콩 등 식물성 원료로 동물성 제품의 형태와 맛을 구현한 우유, 닭가슴살, 쿠키, 조미료 등을 개발, 유통하고 있습니다.”
▶대체 식품이 왜 필요한 건가요.
“선진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과잉 영양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영양 부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육류 위주의 식습관과 육류 과잉 생산을 꼽습니다. 육류 과잉 생산은 공장식 축산의 문제도 있고, 온실가스 배출, 토양 오염 등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죠.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기 위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저희는 식물성 대체 식품을 개발해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이롭게 하는 데 일조하려고 합니다.”나라마다 다른 식품 관련 법규... 관련 법 숙지 필수▶일반 식품을 만드는 것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식품을 생산할 때는 그 나라의 식품 안전 법규를 지켜야 하는데요. 대체 식품도 마찬가지로 각 나라의 식품위생법 등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우리나라는 가능하지만 미국, 일본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도 있죠. 사용하는 원료의 기능이 검증됐다고 하더라도 나라에 따라 사용 가능한 범위가 다릅니다. 그래서 대체 식품 연구원은 각국의 법을 잘 알고 이해해야 합니다.” ▶규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사용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원료가 있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제가 막 입사했을 때만 해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연구원들은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했는데, 몇 해 전부턴 영어가 더 중요해졌죠.”
▶식품 제조 관련 법 이외에 또 어떤 것을 알아야 하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의 특성이죠. 정확히 말하면 원료의 특성입니다. 예를 들어 우유는 소젖에서 짠 우유를 멸균작업을 거쳐 생산하는데, 식물성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우유가 가진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지방, 단백질, 유당 등 어떤 원료가 들어가 있고, 어떤 비율로 배합돼 있는지를 알아야죠. 그래서 유기화학부터 식품화학, 생화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합니다.”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회사마다 고유한 개발 프로세스가 있는데요. 더플랜잇은 독자 개발 시스템인 PAMS(Plant-based Alternatives Making System)를 통해 식물성 원료 파악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NPD(New Product Strategy Development)라고 하는 개발 과정을 기반으로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 담당자가 모두 모여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제품 스케치를 합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스케치한 제품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죠. 기본적으로 제품의 유형 및 원재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식품위생법, 식품 공전, 식품 첨가물 공전 등에 나오는 법규사항을 확인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규격을 가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이 규격은 개발 제품의 보관·섭취·제조·유통·패키지·가격·판매·마케팅 방법 등을 고려해 설정하게 되고요.”
▶제품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들이 많군요.
“맞아요. 예를 들어 식물성 쿠키를 개발한다고 해 보죠. 그럼 유통기한 1년간 내부 미생물이 없어야 하고, 소비자가 섭취할 때까지 파손 방지를 위해 포장지 종류부터 내용량 등 모든 것들을 기획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식품 포장지 뒷면에 빼곡히 적힌 내용도 식품연구원이 하나하나 고민해서 적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데이터 분석 통해 기존 원료 대체할 식물성 원료 확보... 품질과 맛 구현 가능성 판단▶그 다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가상의 규격이 나오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료를 파악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우유라고 하면 우유를 구성하는 영양 성분을 분자 수준까지 파악하죠. 우유엔 단백질, 지방, 당이 있는데, 단백질도 어떠한 아미노산으로 구성됐는지, 지방은 탄소수가 몇 개로 구성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죠. 그 다음엔 분석한 아미노산 혹은 지방산 등이 어떤 식물에 가장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찾는데, 외형뿐만 아니라 DNA 구성까지 유사하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이후 데이터 기술이 추천해 준 식물의 맛과 형태를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 제조 공정으로 넘어가죠.”
▶일반 식품과 다른 대체 식품의 공정 작업 상 특징은 무엇인가요.
“대체 식품 공정 과정은 크게 두 가지에 중점을 두는데요. 먼저 우리가 원하는 제품의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설비가 무엇인지, 다음으로 이 공정을 통해 제품의 안정성(품질, 맛 등)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죠. 그런 준비가 끝나면 살균, 멸균 조건 등을 최종 설정해 시제품 제작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제품 개발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개발하는 제품마다 다른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기존에 출시돼 있는 제품이라면 아무래도 개발 시간이 단축되고요.”
▶어떤 원료를 쓰느냐에 따라, 배합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져 스트레스도 클 것 같은데요.
“일반인들은 설탕을 떠올리면 단맛만 생각하죠. 식품 연구원들이 생각하는 설탕의 맛은 매우 다양합니다. 인도네시아, 유럽 등 각 나라의 사탕수수가 어떤 토양과 환경에서 컸는지에 따라 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그 맛을 다 알고 있어야 하죠. 설탕이야 흔한 원료지만 어떤 원료는 찾기가 더 어려워 연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그래서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원하는 원료를 찾는 것이 성공의 절반이라고 하기도 해요.” ▶대체 식품 연구원들은 기존 식품 원료뿐만 아니라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군요.
“그렇죠. 식품으로 쓰일 수 있는 원료는 기본이고 식품 외적인 경험도 중요합니다. 대체 식품 개발 노하우의 대부분이 ‘응용화’라고 생각해요. 연구자의 경험을 어떻게 응용해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거든요. 저는 요리 프로그램을 자주 보면서 몰랐던 정보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가 많아요.”식품 개발 99%는 실패... 인내심이 필수 "식품 연구하려 곤충, 뱀도 먹어봐"▶대체 식품 개발자가 꼭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요.
“가장 큰 것은 인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실험의 99%는 실패로 끝납니다. 실패를 통해 완성품을 찾아가는 여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많은 좌절과 고민이 동반되는 직업이에요.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면 이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죠. 저는 식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은 아직 컴퓨터나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원의 다양한 경험이 아주 중요하죠.”
▶평소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야겠어요.
“요리 센스는 있어야 하죠. 어떤 음식이든 어떻게 맛을 낼 건지에 대한 조리법이나 개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해요. 요리를 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죠. 저도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데, 아이가 어렸을 땐 이유식을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못 먹는 음식도 없어야 하겠어요.
“대체 식품 연구원이라면 못 먹는 음식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혐오스러운 음식도 경험을 위해 먹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많은 음식을 경험해 보려고 하죠.” ▶이런 것까지 먹어봤다 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요.
“바퀴벌레나 귀뚜라미 같은 곤충류 튀김이나 전갈꼬치, 뱀 요리도 먹어봤어요.(웃음) 사실 먹을 때 심리적 부담은 있었지만 직업상 이런 경험은 필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저희 직업은 가장 맛이 없는 상태를 경험하고 맛이 적응되면 안 먹게 되는 직업이랄까요.(웃음)”
▶연구원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면요.
“아직 대체 식품 연구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공은 없지만 식품 연구원으로 본다면 화학, 생물학, 식품공학,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면 도움이 됩니다. 전체 공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식품기사 등의 자격증이나 제빵사, 한식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도움되고요.”프로젝트 단위로 자율근무... 회사 기밀 다뤄 보안서약서 작성 필수 ▶이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분야의 연구 개발직도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기술과 원료가 계속 나오고 그것을 응용해 완성품을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꾸준한 공부는 필수거든요.”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더플랜잇의 연구원은 자율근무제입니다. 연구원의 업무가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구가 시작되면 자율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일합니다. 통상 연구원의 특징이라고 하면 입사할 때 보안서약서를 씁니다. 아무래도 회사의 기밀을 다루는 직군이라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보안을 철저하게 단속하죠. 다른 직군에 비해 처우가 좋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대체 식품이 더욱 각광받을 것 같은데요.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의식주 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식(食)’이라고 생각해요. 대체 식품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의 먹거리가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 분야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기후위기, 동물복지, 환경보호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건(채식주의)이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비건 문화의 확산과 함께 식물성 단백질을 활용한 대체식품 시장이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계 식물성 대체식품 시장 규모는 2016년 42억1860만 달러에서 2020년 60억710만 달러로 42.4% 커졌다. 2025년엔 110억33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주목받는 직업군도 나타났다. 바로 식물성 대체 식품 연구원이다. 식물성 원료를 활용·배합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고 맛과 영양을 보존해 주는 식물성 식품을 개발하는 직업이다. 인간의 건강, 그리고 환경 보호를 위해 세상에 없던 식물성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 김하욱 더플랜잇 제품개발팀장(37)을 만나 봤다. ▶최근 대체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어요. 식물성 대체 식품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 주세요.
“대체 식품은 식물이나 곤충, 배양육, 미생물 단백질 등을 이용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을 말합니다. 더플랜잇에서는 귀리, 쌀, 콩 등 식물성 원료로 동물성 제품의 형태와 맛을 구현한 우유, 닭가슴살, 쿠키, 조미료 등을 개발, 유통하고 있습니다.”
▶대체 식품이 왜 필요한 건가요.
“선진국을 비롯해 많은 나라에서 과잉 영양으로 비만과 당뇨,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반면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영양 부족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육류 위주의 식습관과 육류 과잉 생산을 꼽습니다. 육류 과잉 생산은 공장식 축산의 문제도 있고, 온실가스 배출, 토양 오염 등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죠.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기 위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어요. 저희는 식물성 대체 식품을 개발해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이롭게 하는 데 일조하려고 합니다.”나라마다 다른 식품 관련 법규... 관련 법 숙지 필수▶일반 식품을 만드는 것과는 어떤 차이점이 있나요.
“식품을 생산할 때는 그 나라의 식품 안전 법규를 지켜야 하는데요. 대체 식품도 마찬가지로 각 나라의 식품위생법 등을 기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나라마다 기준이 달라 우리나라는 가능하지만 미국, 일본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도 있죠. 사용하는 원료의 기능이 검증됐다고 하더라도 나라에 따라 사용 가능한 범위가 다릅니다. 그래서 대체 식품 연구원은 각국의 법을 잘 알고 이해해야 합니다.” ▶규제로 인해 미국에서는 사용 가능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하지 못하는 원료가 있다는 거네요.
“맞습니다. 제가 막 입사했을 때만 해도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연구원들은 일본어를 할 줄 알아야 했는데, 몇 해 전부턴 영어가 더 중요해졌죠.”
▶식품 제조 관련 법 이외에 또 어떤 것을 알아야 하나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식품의 특성이죠. 정확히 말하면 원료의 특성입니다. 예를 들어 우유는 소젖에서 짠 우유를 멸균작업을 거쳐 생산하는데, 식물성 우유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의 우유가 가진 특성을 파악해야 합니다. 지방, 단백질, 유당 등 어떤 원료가 들어가 있고, 어떤 비율로 배합돼 있는지를 알아야죠. 그래서 유기화학부터 식품화학, 생화학, 생리학 등 다양한 분야를 공부해야 합니다.”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회사마다 고유한 개발 프로세스가 있는데요. 더플랜잇은 독자 개발 시스템인 PAMS(Plant-based Alternatives Making System)를 통해 식물성 원료 파악 및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NPD(New Product Strategy Development)라고 하는 개발 과정을 기반으로 마케팅, 영업, 연구·개발 담당자가 모두 모여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제품 스케치를 합니다. 저희 연구팀에서는 스케치한 제품을 구현하는 역할을 하죠. 기본적으로 제품의 유형 및 원재료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식품위생법, 식품 공전, 식품 첨가물 공전 등에 나오는 법규사항을 확인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제품의 규격을 가상으로 설정해야 합니다. 이 규격은 개발 제품의 보관·섭취·제조·유통·패키지·가격·판매·마케팅 방법 등을 고려해 설정하게 되고요.”
▶제품 기획 단계부터 구체적으로 정해야 할 것들이 많군요.
“맞아요. 예를 들어 식물성 쿠키를 개발한다고 해 보죠. 그럼 유통기한 1년간 내부 미생물이 없어야 하고, 소비자가 섭취할 때까지 파손 방지를 위해 포장지 종류부터 내용량 등 모든 것들을 기획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식품 포장지 뒷면에 빼곡히 적힌 내용도 식품연구원이 하나하나 고민해서 적은 것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데이터 분석 통해 기존 원료 대체할 식물성 원료 확보... 품질과 맛 구현 가능성 판단▶그 다음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가상의 규격이 나오면 데이터 분석을 통해 원료를 파악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예를 들어 우유라고 하면 우유를 구성하는 영양 성분을 분자 수준까지 파악하죠. 우유엔 단백질, 지방, 당이 있는데, 단백질도 어떠한 아미노산으로 구성됐는지, 지방은 탄소수가 몇 개로 구성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거죠. 그 다음엔 분석한 아미노산 혹은 지방산 등이 어떤 식물에 가장 많이 존재하고 있는지를 찾는데, 외형뿐만 아니라 DNA 구성까지 유사하게 연결하는 일을 합니다. 이후 데이터 기술이 추천해 준 식물의 맛과 형태를 조정하는 작업을 거쳐 제조 공정으로 넘어가죠.”
▶일반 식품과 다른 대체 식품의 공정 작업 상 특징은 무엇인가요.
“대체 식품 공정 과정은 크게 두 가지에 중점을 두는데요. 먼저 우리가 원하는 제품의 형태를 구현할 수 있는 설비가 무엇인지, 다음으로 이 공정을 통해 제품의 안정성(품질, 맛 등)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죠. 그런 준비가 끝나면 살균, 멸균 조건 등을 최종 설정해 시제품 제작 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제품 개발까지 시간이 꽤 걸리겠네요.
“개발하는 제품마다 다른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기도 합니다. 기존에 출시돼 있는 제품이라면 아무래도 개발 시간이 단축되고요.”
▶어떤 원료를 쓰느냐에 따라, 배합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맛이 달라져 스트레스도 클 것 같은데요.
“일반인들은 설탕을 떠올리면 단맛만 생각하죠. 식품 연구원들이 생각하는 설탕의 맛은 매우 다양합니다. 인도네시아, 유럽 등 각 나라의 사탕수수가 어떤 토양과 환경에서 컸는지에 따라 맛이 다 다르기 때문에 연구원들은 그 맛을 다 알고 있어야 하죠. 설탕이야 흔한 원료지만 어떤 원료는 찾기가 더 어려워 연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그래서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원하는 원료를 찾는 것이 성공의 절반이라고 하기도 해요.” ▶대체 식품 연구원들은 기존 식품 원료뿐만 아니라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원료에 대해서도 잘 알아야겠군요.
“그렇죠. 식품으로 쓰일 수 있는 원료는 기본이고 식품 외적인 경험도 중요합니다. 대체 식품 개발 노하우의 대부분이 ‘응용화’라고 생각해요. 연구자의 경험을 어떻게 응용해 제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하거든요. 저는 요리 프로그램을 자주 보면서 몰랐던 정보들을 하나씩 알아갈 때가 많아요.”식품 개발 99%는 실패... 인내심이 필수 "식품 연구하려 곤충, 뱀도 먹어봐"▶대체 식품 개발자가 꼭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요.
“가장 큰 것은 인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실험의 99%는 실패로 끝납니다. 실패를 통해 완성품을 찾아가는 여정의 연속이기 때문에 많은 좌절과 고민이 동반되는 직업이에요. 쉽게 포기하는 성향이 있다면 이 직업과는 어울리지 않죠. 저는 식품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맛은 아직 컴퓨터나 기계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에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구원의 다양한 경험이 아주 중요하죠.”
▶평소 요리에도 관심이 많아야겠어요.
“요리 센스는 있어야 하죠. 어떤 음식이든 어떻게 맛을 낼 건지에 대한 조리법이나 개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해요. 요리를 잘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테죠. 저도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하는데, 아이가 어렸을 땐 이유식을 직접 만들기도 했어요.”
▶못 먹는 음식도 없어야 하겠어요.
“대체 식품 연구원이라면 못 먹는 음식이 있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혐오스러운 음식도 경험을 위해 먹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가면 많은 음식을 경험해 보려고 하죠.” ▶이런 것까지 먹어봤다 라고 할 만한 게 있을까요.
“바퀴벌레나 귀뚜라미 같은 곤충류 튀김이나 전갈꼬치, 뱀 요리도 먹어봤어요.(웃음) 사실 먹을 때 심리적 부담은 있었지만 직업상 이런 경험은 필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보면 저희 직업은 가장 맛이 없는 상태를 경험하고 맛이 적응되면 안 먹게 되는 직업이랄까요.(웃음)”
▶연구원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있다면요.
“아직 대체 식품 연구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전공은 없지만 식품 연구원으로 본다면 화학, 생물학, 식품공학,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면 도움이 됩니다. 전체 공정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식품기사 등의 자격증이나 제빵사, 한식조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도움되고요.”프로젝트 단위로 자율근무... 회사 기밀 다뤄 보안서약서 작성 필수 ▶이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장점이자 단점인 부분은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른 분야의 연구 개발직도 마찬가지겠지만 새로운 기술과 원료가 계속 나오고 그것을 응용해 완성품을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꾸준한 공부는 필수거든요.”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더플랜잇의 연구원은 자율근무제입니다. 연구원의 업무가 프로젝트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연구가 시작되면 자율적으로 스케줄을 짜서 일합니다. 통상 연구원의 특징이라고 하면 입사할 때 보안서약서를 씁니다. 아무래도 회사의 기밀을 다루는 직군이라 외부는 물론 내부에서도 보안을 철저하게 단속하죠. 다른 직군에 비해 처우가 좋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앞으로 대체 식품이 더욱 각광받을 것 같은데요. 이 직업의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의식주 중에서도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식(食)’이라고 생각해요. 대체 식품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는 우리의 먹거리가 동물성에서 식물성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간의 건강과 지구 환경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 분야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경잡앤조이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