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학관과 함께 하는 과학 이야기 (12)밤하늘을 관측하다 보면 행성과 행성, 달과 행성이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태양으로부터 가까운 행성은 공전 주기가 짧아 빠르게 돌고, 먼 행성은 공전 주기가 길어 느리게 돈다.

빠르게 이동하는 행성이 느리게 이동하는 행성을 따라잡으면서 거리가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빠르게 이동하는 행성이 느리게 이동하는 행성을 따라잡을 때 두 천체는 같은 황경을 지나게 되는데 천문학에서는 이를 ‘합’이라고 부른다.

황경은 하늘에서 태양이 지나는 길인 황도를 기준으로 하는 좌표로 경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합 현상이 일어날 때 두 행성이 가까이 붙어있는 듯이 보이는 것은 태양 둘레를 도는 행성이 모두 비슷한 궤도 평면에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성과 목성이 겹쳐 보였다! 혹시 행성 충돌?
지난 5월 1일 새벽 동쪽 하늘에서는 금성과 목성이 마치 하나의 행성처럼 겹쳐 보이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 현상은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도 쉽게 관측할 수 있었다. 금성과 목성이 가장 밝은 행성이기 때문이다. 두 행성이 충돌한 것은 아니니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지구에서 볼 때 비슷한 방향에 있어 겹쳐 보였을 뿐 실제 두 행성은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런 현상은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태양을 기준으로 지구보다 안쪽 궤도를 도는 금성은 항상 태양 근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지구 바깥쪽을 도는 목성은 1년에 딱 한 차례 태양과 같은 방향에 나타난다. 따라서 금성과 목성이 같은 방향에서 보이는 현상은 대략 1년에 한 번 일어난다.

다만, 지난 5월 1일처럼 두 행성이 거의 겹쳐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금성과 목성 그리고 지구의 공전 주기가 달라서다. 지구에서 봤을 때 금성은 1.6년마다 같은 자리에 나타난다. 목성은 1.09년마다 같은 위치에서 보인다.

따라서 금성 공전 주기의 약 2배이자 목성 공전 주기의 약 3배인 3.3년마다 두 행성은 매우 가깝게 자리한다. 만약 5월 1일 금성과 목성이 겹쳐진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약 3년 3개월 뒤인 2025년 8월 12일까지 기다려야 한다.
박대영 국립과천과학관 천문우주팀장

관측천문학과 대중천문학을 공부한 과학문화기획자이자 천체사진가. 지은 책으로는 '우주대체험', '별 그리고 우주', '2022 과학은 지금'(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