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샛 경제학
(102) 가렴주구와 세금
13세기 영국의 존 왕은 프랑스와 전쟁을 치르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존 왕은 막대한 세금을 거뒀습니다. 세금 부담이 커진 영국의 귀족들은 군사를 일으켰고, 이에 굴복한 존 왕은 대헌장이라 일컫는 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하게 됐죠. 여기에는 왕의 과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세금을 부과할 때 왕이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르지 않도록 제어하기 위해서죠. 역사적으로 과도한 세금은 왕조를 바꾸거나 권력의 재편을 가져왔습니다. 고려 후기 권문세족의 수탈한국 역사에서도 지배층의 부패와 백성에 대한 과도한 세금이 누적돼 왕조가 무너진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고사성어로 가렴주구(苛斂誅求)라고 합니다. 가혹하게 거두고 강제로 빼앗는다는 의미로, 지배층이 백성에게 세금을 과도하게 거두고 재물을 빼앗아 살기가 괴롭고 힘든 정치 상황을 나타내죠.

고려 말기의 시대 상황도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시 고려는 원나라 간섭기를 겪으면서 권문세족의 권세가 막강했습니다. 이들은 산과 천을 경계로 넓은 토지를 소유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가렴주구라 할 수 있습니다. 원에 바칠 공물을 마련하기 위해 백성의 재산을 빼앗고 소작한 곡물을 수탈하는 등 권문세족의 횡포는 눈 뜨고 볼 수 없었습니다. 농민은 가혹한 부담에 스스로 노비가 됐습니다. 노비가 늘어나자 국가의 세금 수입은 줄어들고, 토지는 권문세족의 개인 재산이 되면서 고려는 점점 힘을 잃었습니다. 이를 개혁하기 위한 과정에서 이성계의 신흥 무인세력과 신진사대부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나라 조선을 세우게 된 것이죠. 한국의 세금 부담은?
[테샛 공부합시다] 세금은 나라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미쳤죠
정부가 국가 경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세금 수입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국민의 편리한 생활을 위한 각종 정책을 집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소비·투자 등의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현재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어떨까요? 국민부담률이란 국민이 낸 세금과 국민연금,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 사회 보장성 기금을 합한 금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27.9%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3.4%와 비교하면 아직은 낮은 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0년 국민부담률은 22%였습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복지 지출이 점점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세금 부담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주머니 사정이 세금으로 나빠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습니다. 정책당국은 합리적인 조세 체계 마련과 지출로 국민 후생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