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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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군수 구청장을 시의회 군의회 구의회에서 각각 선출하는 법안이 정부 발의로 나왔다. 시·도지사도 시·도의회에서 간접 선출하게 하자는 것이다. 다음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인 정권 교체기에 퇴임 정부가 갑자기 내놓은 지방자치단체장 간선제다. 행정안전부가 제안한 특별법을 보면 현행 직접선거제와 새로운 방식의 간선제를 주민이 투표로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선출 방식을 놓고도 지역 주민들 의견이 크게 대립할 공산이 크다. 6월에는 지방선거도 있어 적지 않은 혼선이 예상된다. 뜬금없는 제안에 대해 정략적이라는 비판 속에 주민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정부 주장도 있다. 주민이 단체장을 직접 뽑는 자치 정신을 훼손할 수 있는 지자체장 간선제, 문제는 없나.[찬성] 주민 투표로 직선·간선제 결정…가능 법률적 시행 준비도 돼 있어행안부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한 특별법 초안은 지자체장을 무조건 간접선거로 뽑자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해온 대로 직접 선거를 할 수도 있고, 지방의회에서 뽑을 수도 있다. 이것부터 지역 주민이 투표로 자율 결정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법안은 세 가지 방안을 가능케 하고 있다.

첫째 방안은 기초 및 광역 지방의회에서 의원이 아닌 외부인 중에서 선출하는 것이다. 행정전문가 경영인 사회활동가 등이 지원할 수 있으며, 지원자 가운데 적임자를 지방의회가 뽑는다. 미국의 일부 주에서 하는 방식이다. 둘째 안은 지방의회가 지방의원 가운데서 시장 도지사 군수 구청장을 뽑는 것이다. 영국식 내각제를 본떴다. 세 번째는 단체장을 주민이 뽑되, 단체장에게 귀속된 인사·감사·조직·예산 편성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하는 방식이다. 일본식 모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주민 선택권을 좀 더 다양하게 주자는 게 제도 변경, 특별법 시행의 취지다. 그럼으로써 지방자치제도는 좀 더 다양해지고, 그렇게 비교 시행되면서 주민 의사가 더 반영되는 선진 지자체로 성숙될 기반을 갖추자는 취지다.

직선 일변도인 현행 선거는 과열 혼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잖게 생기고 있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회에 중앙 정치가 과도하게 물들어 매사 진영논리에 몰입하게 되고 파벌 싸움도 심해졌다.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은 여의도 정치의 ‘하청업자’처럼 전락해 책임성은 없고 당파성만 넘치는 게 안타까운 현실 아닌가. 무보수 명예직으로 출발한 지자체가 정치 과잉에 함몰되면서 온갖 비리까지 잉태하는 문제투성이로 추락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

법률적 준비도 이미 마련돼 있다. 2020년 말 국회에서 통과돼 2022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정 지방자치법에 제도 변경을 위한 근거가 있어 법률적 문제도 없다. 잘만 운영하면 자치행정이 업그레이드될 것이다.[반대] 기초의회 아직 전문·자율성 못 갖춰…지자체장 선출 자질 부족해법률적 시행 근거가 있다 해도 지자체장 선출 방식이 직선제냐, 간선제냐는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근본적인 ‘게임 룰’인 까닭이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물러나는 정부가 하겠다는 것부터가 과욕이다. 곧 발족할 새 정부가 구성된 뒤 충분한 논의와 공론을 거쳐 법을 제정하는 게 순리다. 지방은 지방대로, 지방을 재정·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중앙 정부는 정부대로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주민 의견은 또 얼마나 다양하게 쏟아지겠나. 당장 시급한 일도 아닌데 일사천리로 추진하다가 그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을 어떻게 감당하겠나.

당장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미칠 파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선거 3개월 뒤에 연장전처럼 이어질 지방선거가 어떻게 과열될지, 어떤 혼탁 양상을 보일지 모르는 판에 정부가 논란거리를 던지면서 기름이라도 끼얹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중장기 과제로 돌리는 게 합리적이다. 지금처럼 직선제로 할 것이냐, 새로운 방식으로 간선제로 바꿀 것이냐를 두고도 전국 곳곳에서 소모적 논쟁이 끝없이 계속될 공산이 크다.

더구나 지방의회가 자치 행정을 무난히 수행해낼 좋은 단체장을 사심 없이 잘 뽑는다는 보장도 없다. 지방의회를 보면 기본 자질 문제도 있고, 전문성 자율성 책임성을 갖췄다고 보기도 어렵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의혹덩어리 ‘대장동 게이트’가 저 지경이 되기까지 관할 성남시의회가 무엇을 했는지 한번 돌아보라. 이런 수준의 지방의회에 시장 선출권까지 주면 제대로 운용해낼까. 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의원이 10명도 안 되는 소규모 지자체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지역 토호’가 지역행정을 전횡하는 장치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단체장을 이렇게 뽑으면 주민의 대표성을 갖기는커녕 견제와 균형이라는 자치 원리와도 맞지 않게 된다. 지방의회에 권한을 더 줄 게 아니라 비대한 권한을 오히려 줄일 필요가 있다.√ 생각하기 -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나오는 현실…자치행정에 더 시급한 과제 많아
[시사이슈 찬반토론] 시장을 시의회가 뽑는 '지자체장 간선제' 타당한가
상황과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정부가 해야 할 일, 하지 않아야 할 일이 있다. 당장 조치가 시급한 현안도 있고, 중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할 과제도 있다. 시기나 여건으로 볼 때 지자체장 간선제가 당장 시급한 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시가 시급한 것은 좀비 기업 구조조정, 커진 부채 대책, 공공요금 현실화와 물가 대응 같은 것이다. 범위를 넓혀본다면 연금개혁 정도다. 지방행정으로 본다면 무분별하게 규모만 커지는 지방교육재정의 개혁이 절실하다. 지방의회 가운데 시·군·구 기초의회에 대해서는 툭하면 무용론까지 제기된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 권한을 더 줄 게 아니라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간선제로의 변경 이면에 다른 정치적 노림수는 없는지도 경계할 일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