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구병모《 버드 스트라이크 》
요즘 영어덜트 소설이 자주 거론된다. 청소년소설 당선작인 손원평의 《아몬드》, 구병모의 《위저드 베이커리》가 갑자기 영어덜트 소설로 분류되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독자들도 있다. 카카오페이지와 창비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영어덜트 소설 공모’ 요강을 보면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스토리의 재미와 감동을 즐길 수 있는 소설, 몰입감 넘치는 페이지터너이면서 동시에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는 작품’을 기다린다고 나와 있다.영어덜트 소설은 ‘12세부터 18세까지의 청소년 독자층을 대상으로 하지만 18세 이상의 성인 독자층이 절반 이상일 정도로 넓은 연령대에 인기 있는 장르’를 뜻한다. 주인공이 고난과 시련, 모험과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영어덜트 소설로는 《헝거 게임》 《메이즈 러너》 《트와일라잇》을 들 수 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청소년소설 속 주인공의 갈등이 여러 장르로 뻗어나간 것이 영어덜트물이다. 즉 외국에서 영어덜트물의 주인공으로 청소년이 선택된 것은 청소년이야말로 장르문학의 모양을 빌려 정체성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이 되기에 최고의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익인들의 신비하고 신기한 기운 여러 전문가가 ‘한국에서 영어덜트물을 잘 쓸 기대작가 1순위’로 구병모 작가를 꼽는다. 《버드 스트라이크》를 읽으면 왜 그가 기대 작가로 부상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읽는 동안 영화 ‘아바타’와 소설 《정글북》이 떠오르면서 디즈니 영화와 마블 영화 여러 편이 눈앞을 휙휙 지나가는 느낌을 받는다. 매우 구체적인 묘사로 인해 생동감이 넘치기 때문이다.
《버드 스트라이크》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도시인과 날개를 펼쳐 멋지게 날아다니는 익인이 등장한다. 고원지대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전통 규율을 중시하는 익인들로 인해 이 소설은 신비하면서 신기한 기운을 뿜는다. 익인 소년 비오와 도시 소녀 루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출생의 비밀을 안고 있는 비오는 또래 익인들보다 키는 좀 더 크지만 날개 크기가 반밖에 되지 않아 비행이 수월하지 않다. 조부모가 돌아가시자 시골 과수원에서 원치 않는 도시로 오게 된 루는 모든 것이 마땅찮다. 도시를 통치하는 휴고의 이복동생이지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오빠를 돕는 엄마는 마음을 숨긴 채 루를 데면데면하게 대한다. 비오와 루, 두 10대 청소년은 자신들이 속한 집단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한 채 고민이 넘쳐나는 사춘기의 한가운데 서 있다.
도시 사람들이 고원지대에서 악행을 저지르자 익인들이 도시의 청사를 공격하는 일이 벌어진다. 용감하게 합류했지만 신체적으로 불리한 비오는 철수하는 과정에서 낙오하여 혼자 억류된다. 루의 이복언니인 탄이 묶여 있는 비오를 편하게 해주라고 명령했고,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이용해 비오는 루를 인질 삼아 달아난다. 비오의 날개에 매달려 가는 루는 두려움 대신 답답한 청사를 벗어나 초원을 날아다니는 일이 신나기만 하다. 세계로 뻗어갈 K소설두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야말로 영어덜트 소설의 특징이라는 고난과 시련, 모험과 사랑이 긴박하면서 달콤하게 이어진다. 공동체에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데다 작은 날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비오, 실력자의 가족이지만 소외된 채 과수원을 그리워하는 루. 비오와 루는 서로에게 힘이 되고, 루는 익인들로부터 따뜻한 정과 사랑을 느낀다. 드디어 루를 도시로 데려다줄 날이 다가온다. 비오의 등에 업혀 날아가는 과정에서 둘은 사고를 당하고 비오는 다시 억류된다.
출생의 비밀이 풀리면서 비오가 구조되고 비오를 구하다 사고를 당했던 루가 회복하기까지, 팽팽한 긴장이 이어지면서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엄마와 함께 과수원에 도착한 루, 어디론가 훌쩍 떠난 비오, 그들은 다시 만날까. 요즘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 웹툰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맨부커인터내셔널 수상작 《채식주의자》 이후 K소설도 주목받고 있는데 앞으로 한국 영어덜트 소설이 어떤 힘을 발휘할지 기대가 크다. 익인이라는 판타지를 우정과 사랑으로 수놓은 《버드 스트라이크》를 읽으며 신비하면서 흥미진진한 영어덜트 소설에 빠져보라. 한 단계 성숙하여 꿈꾸던 삶을 향해 날아오른 비오와 루의 여정이 진한 감동을 안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