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012년 1월 이후 9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휘발유와 돼지고기 등 생활필수품 가격이 많이 올라 서민 부담이 커지고 있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폭이 더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숫자로 읽는 세상] 휘발유·육류 등 물가가 막 오르네…10년 만에 3%대로 상승
통계청은 지난 10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2% 올랐다고 2일 발표했다. 3.2%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0%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2.3%, 5월 2.6%, 6월 2.4%, 7월 2.6%, 8월 2.6%, 9월 2.5% 등으로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다가 지난달에는 3%도 넘어섰다.

141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가 큰 폭으로 뛰었다. 4.6% 올라 10년2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제적인 가격 급등이 나타나고 있는 에너지와 육류가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 휘발유(26.5%)와 경유(30.7%),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27.2%)가 20%대의 높은 상승폭을 보였다.

높은 물가 상승에는 지난해 10월 통신비 지원에 따라 지난달 휴대폰 요금이 25.5% 급등한 것으로 나타난 기저효과도 반영됐다. 어윤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작년 통신비 지원에 따른 올해 소비자물가 인상 효과는 0.67%포인트”라며 “이를 덜어낸 물가 상승폭은 2.5~2.6% 정도”라고 말했다.

전년 동월 대비 2% 넘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적어도 내년 초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말까지는 3% 안팎의 고물가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 물가를 끌어올린 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에 따른 소비 증가가 이달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각종 소비 진작책도 물가 불안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돼지고기(12.2%) 소고기(9.0%) 등의 가격 상승폭이다. 급등한 국제 곡물 가격이 국내 사료값을 밀어올려 육류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9월 세계 곡물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3% 치솟았다. 국내 곡물 자급률이 20%에 그치는 가운데 육류 생산비의 상당 부분은 곡물로 만든 사료가 차지한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해상운임 상승 등의 여파로 국제 곡물 가격은 4분기에도 오름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통상 3~6개월 간격을 두고 곡물 가격이 사료값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육류 가격 상승은 내년 6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올해 물가 상승세를 이끌어온 에너지 가격 상승은 겨울철을 앞두고 계속되고 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1일(현지시간) 배럴당 84.05달러로 한 달 전 대비 15.4% 올랐다. 러시아의 증산 발표로 최근 조금 떨어진 천연가스 가격은 4개월 전과 비교하면 1.5배가량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일부터 수도권 음식점의 영업시간 제한이 없어졌다. 이로 인해 소비가 늘어 물가 상승세를 부채질할 전망이다. 서울 시내 주요 음식점의 저녁 예약이 한 달 이후까지 차는 등 소비 증가세는 가시화되고 있다.

노경목 한국경제신문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