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자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봉투에 축의나 조의 문구를 적어도 된다. 다만 봉투 안에 단자를 넣어 전달하는 게 더 예의를 갖추는 일이다. 단자에는 축의 또는 조의를 표하는 문구와 금액, 날짜, 성명을 정성스레 적는다.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부조 봉투엔 '단자'를 써야 제격이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8/AA.27188088.1.jpg)
코로나19 사태는 이미 일상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경조사 문화도 그중 하나다. 결혼식장이든 장례식장이든 직접 찾아가서 하는 대면인사가 줄어들었다. 대신 마음으로 축하하고 위로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때 필요한 게 ‘봉투’다. 주위 친인척이나 지인 중 누군가 참석하는 이를 통해 마음을 전한다. 예전에 낱낱의 물품을 적어 보낸 데서 유래모바일 송금이 점차 늘긴 하지만 그러기엔 아쉬움이 크다. 직접 봉투라도 써서 전해야 그나마 참석지 못하는 마음이 풀릴 것 같다. 우리 문화에선 부조금을 넣는 봉투를 만들 때도 격식을 차렸다. 요즘은 봉투에 바로 돈을 넣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종이로 부조금을 싸서 넣는 게 우리 예법이다. 이 종이를 ‘단자(單子)’라고 한다.
단자는 부조나 선물 따위의 내용을 적은 종이를 말한다. 돈의 액수나 선물의 품목, 수량, 보내는 사람의 이름 따위를 써서 물건과 함께 보낸다. 지금이야 경조사 때 부조를 대부분 돈으로 하지만, 옛날에는 현금보다 물품을 주로 보냈다. 이때 그 내용을 모아 쓴 속지를 봉투에 담아 함께 전했는데, 이게 단자의 유래다.
‘단(單)’은 ‘홑 단’ 자로, ‘낱낱’의 의미를 뜻한다. ‘자(子)’는 크기가 작은 생활용품이나 도구를 나타내는, 접미사 같은 기능을 하는 말이다. 의자(椅子), 탁자(卓子) 같은 데 이 말이 쓰였다. 그러니 단자란 물건 하나하나의 목록, 즉 낱낱의 물품을 적은 종이를 가리킨다.
‘단자’가 본래의 용어지만, 한자 의식이 점차 흐려지는 요즘 세대에 이 말은 제법 어려울 것 같다. 그냥 ‘속지’라고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속지란 편지 봉투 따위에 들어 있는, 글 쓴 종이를 말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속지에 축하 인사를 쓰고 종이를 접어 돈을 넣었다”란 용례가 있다. ‘단자’는 어려운 한자어…‘속지’라 해도 무난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부조 봉투엔 '단자'를 써야 제격이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108/AA.27188199.1.jpg)
그 밑에는 부조하는 돈의 액수를 ‘금 OO 원’으로 표시한다. 이는 지난 시절 물품으로 할 때 ‘삼베 한 필, 달걀 두 꾸러미…’ 식으로 나열해 적던 것에서 비롯됐다. 이를 영수증 쓰듯이 ‘일금 OO 원정’이라고 하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참고로 ‘-정(整)’은 금액을 나타내는 명사구 뒤에 붙어 ‘그 금액에 한정됨’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그 밑에 연월일, 성명을 차례로 적으면 된다. 단자는 흰 종이에 쓰는데, 단자를 접을 때 가능하면 부조 문구나 이름이 접히지 않게 한다는 것도 알아둘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