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국어 학습
(23) 추리(추론)하기
(23) 추리(추론)하기
우리 집 뒷동산에 복숭아나무가 하나 있었다. 그 꽃은 빛깔이 시원치 않고 그 열매는 맛이 없었다. 가지에도 부스럼이 돋고 잔가지는 무더기로 자라 참으로 볼 것이 없었다. 지난 봄에 이웃에 박 씨 성을 가진 이의 손을 빌어 홍도 가지를 접붙여 보았다. … 나는 그것을 보고 ‘대단히 어긋난 일을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어느새 밤낮으로 싹이 나 자라고 … 올봄에는 꽃과 잎이 많이 피어서 붉고 푸른 비단이 찬란하게 서로 어우러진 듯하니 그 경치가 진실로 볼 만하였다.(중략)우리 집 … 복숭아나무 … 여기에 이르러 느낀 바가 있었다. … 초목… 내 몸 …듯 하고 …듯 하여 … 듯 … 듯 … 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이미 알려진 정보만을 간직하고 있다면 우리의 뇌는 한낱 저장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한한 지식을 창출해 낼 수 있는 것은 추리(推理) 또는 추론(推論), 즉 이미 알려진 정보들을 가지고 새로운 정보를 떠올릴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추론을 바탕으로 한 글이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오늘은 여러 추론 방법 중, 일반화(추상화, 귀납)와 유추(비유)를 바탕으로 한 글을 어떻게 읽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내가 여기에 이르러 느낀 바가 있었다. 사물이 변화하고 바뀌어 개혁을 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초목에 국한한 것이 아니요, 내 몸을 돌이켜 본다 하여도 그런 것이니 어찌 그 관계가 멀다 할 것인가! 악한 생각이 나는 것을 결연히 내버리는 일은 나무의 옛 가지를 잘라 내버리듯 하고 착한 마음의 실마리 싹을 끊임없이 움터 나오게 하기를 새 가지로 접붙이듯 하여, 뿌리를 북돋아 잘 기르듯 마음을 닦고 가지를 잘 자라게 하듯 깊은 진리에 이른다면 이것은 시골 사람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나무 접붙임과 다른 것이 무엇이겠는가!(중략)
그리고 또 느낀 바가 있다. 오늘부터 지난 봄을 돌이켜 보면 겨우 추위와 더위가 한 번 바뀐 것뿐인데 한 치 가지를 손으로 싸매어 놓은 것이 저토록 지붕 위로 높이 자라 꽃을 보게 되었고, 또 장차 그 열매를 먹게 되었으니 만약 앞으로 내가 몇 해를 더 살게 된다면 이 나무를 즐김이 그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세상 사람들은 자기가 늙는 것만 자랑하여 팔다리를 게을리 움직이고 그 마음 씀도 별로 소용되는 바가 없다. 이로 미루어 보면 또한 어찌 마음을 분발하여 뜻을 불러일으키기를 권하지 아니하겠는가. 이 모든 것은 다 이 늙은이를 경계함이 있으니 이렇게 글을 지어 마음에 새기노라.
- 한백겸, 접목설(接木說) -
일반화는 개별적인 것이나 특수한 것을 일반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즉 구체적 사례의 특성을 그것이 포함된 전체가 지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 글쓴이는 ‘우리 집 … 복숭아’라는 구체적 사례를 들었다. 그것이 ‘꽃은 빛깔이 시원치 않고 그 열매는 맛이 없었다. 가지에도 부스럼이 돋고 잔가지는 무더기로 자’랐다가 ‘싹이 나 자라고 … 꽃과 잎이 많이 피어서 붉고 푸른 비단이 찬란하게 서로 어우러’진 것을 관찰하고는 ‘볼 것이 없’었다가 ‘볼 만하였’다고 말한다. ‘볼 것이 없’다와 ‘볼 만하였’다는 접붙이기 전후의 우리 집 복숭아 상태를 일반화한 말이다. 글쓴이는 일반화를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복숭아가 속한 ‘초목’의 특성을 일반화한다. 즉 ‘볼 것이 없었다. … 볼 만하였다’를 ‘변화하고 바뀌어 개혁을 하게’ 된다고 일반화한 것이다. 이를 이해하는 데는 벤다이어그램만한 것이 없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우리 뇌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닌 이유는? 일반화와 유추 때문이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733880.1.jpg)
이 글에서 글쓴이는 ‘우리 집 … 복숭아나무’를 보고 ‘복숭아나무’의 속성을 일반화하고, 나아가 ‘초목’의 속성을 일반화하더니, 급기야 식물 범주가 아니라 윤리 범주에 속하는 ‘내 몸’, 즉 ‘성인에 이르는’ 길의 속성을 짐작하는 유추를 하고 있다. 글쓴이는 ‘악한 생각이 나는 것을 결연히 내버리는 일’은 ‘나무의 옛 가지를 잘라 내버리’는 일과 같고, ‘착한 마음… 나오게 하기’는 ‘새 가지로 접붙이’는 것과 같다고 한다. 나아가 ‘뿌리를 북돋아 잘 기르’는 것을 ‘마음을 닦’는 것과 같고, ‘깊은 진리에 이’르는 것을 ‘가지를 잘 자라게 하’는 것과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골 사람에서 성인에 이르’는 것을 ‘나무 접붙임과 다른 것이’ 없다고 한다. 유추도 역시 벤다이어그램으로 이해하면 좋은데, 그것은 일반화와 다른 벤다이어그램을 이용한다.
![[신철수 쌤의 국어 지문 읽기] 우리 뇌가 단순한 저장소가 아닌 이유는? 일반화와 유추 때문이지](https://img.hankyung.com/photo/202106/AA.26712442.1.jpg)

② 구체적 사례의 특성을 그것이 포함된 전체가 지녔다고 생각하는 일반화에 대해 알아 두자.
③ 두 개의 사물이 여러 면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근거로 다른 속성도 유사할 것이라고 추론하는 유추에 대해 알아 두자.
④ 비교되는 사물들의 상위 범주가 갖는 속성만 추론하는 일반화와 달리, 유추는 다른 범주의 사물이 갖는 속성을 추론하는 데도 사용됨을 이해하자.
⑤ 사물의 이치를 풀이하고 의견을 덧붙여 서술한 설(說)을 읽는 연습을 많이 하자.
※여기에 제시된 그림들은 글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실제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