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플랫폼 기업의 공습
정보기술 바탕으로 '무대' 창출
공급자와 수요자 연결해주고
수수료 받거나 광고 수익 올려
언택트 확산되며 급격 성장
오프라인 사업자 영역 침범
시장 지배하며 횡포 논란도
플랫폼 사업은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일로 돈을 버는 사업입니다. 유튜버가 동영상을 올리면 네티즌이 찾아보게 하는 유튜브,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면 소비자가 검색해서 사도록 연결해 주는 쿠팡처럼 무대(플랫폼)를 만들어놓고 공급자와 수요자가 알아서 맘껏 뛰놀게 해 줍니다. 쿠팡처럼 공급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나 유튜브처럼 소비자를 겨냥한 광고로 수익을 얻는 구조입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untact) 문화가 확산하면서 플랫폼 사업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기존 사업자와 갈등플랫폼 사업자들이 여러 분야에서 서비스에 나서며 오프라인 기반의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자들은 플랫폼 업체가 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공격하고 플랫폼 사업자는 기술혁신으로 보다 쉽고 편리하게 수요·공급을 연결해 준다고 반박합니다.플랫폼 기업의 공습
정보기술 바탕으로 '무대' 창출
공급자와 수요자 연결해주고
수수료 받거나 광고 수익 올려
언택트 확산되며 급격 성장
오프라인 사업자 영역 침범
시장 지배하며 횡포 논란도
이런 갈등은 변호사나 의사 등 전문직 업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변호사와 법률소비자를 연결해 준다며 2014년 출범한 법률 플랫폼 ‘로톡’은 올초 기준 4000여 명의 변호사가 가입해 있고 로톡을 통한 거래액도 1000억원대를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는 로톡이 중개 수수료가 아닌 변호사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방식인데 사실상 경제적 대가에 따라 변호사를 소개해 주는 알선에 해당돼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강남언니’ ‘바비톡’ 같은 성형·미용 정보 플랫폼과 의료계도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강남언니와 바비톡은 모바일로 의료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 예약과 상담을 연결해 주는데 병원 광고비를 받거나 이용자가 병원에 상담 신청을 요구할 때마다 건당 대가를 받는 방식입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환자 유인 행위’라며 플랫폼들이 의료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다세대·연립주택 시세를 자동으로 산정해 소비자에게 알려주는 ‘빌라시세닷컴’은 감정법인이 아니면 감정평가를 할 수 없다는 관련 법률을 내세우는 한국감정평가사협회로부터 고발당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가 처방전을 플랫폼에 입력하면 회원 가입한 약국에서 집으로 약을 배송해 주는 ‘닥터나우’는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에 따라 의약법 위반이라고 대한약사회에서 반발하고 있죠. 세무 회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비스’는 세무사 자격 없이 세무업무를 대리한다며 한국세무사회가 고발했습니다. 부동산 공인중개사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직방’은 최근 플랫폼 내에서 직접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 부동산 중개업무까지 하겠다고 나서 기존 중개업자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독점적 지위 확보하면 ‘갑질’ 논란 빚기도기존 사업자들이 플랫폼 기업을 반대하는 이유 가운데는 IT 업체가 자신들의 업무 영역을 갉아먹는 수준을 넘어 아예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플랫폼 기업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면서부터 ‘갑질’을 한다는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덕분에 급성장한 쿠팡의 실질수수료율(제품 판매가 대비 수수료율)은 2019년 8.2%에서 지난해 말 18.3%로 10.1%포인트 올라갔습니다. 배달업계를 평정한 배달의민족은 라이더(배달원)에게 내비게이션으로는 정상적으로 도착할 수 없는 시간 안에 배달할 것을 요구해 라이더들이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에 노출돼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소비자 부담 증가도 우려됩니다. 유튜브는 이달부터 모든 동영상에 광고를 붙이기로 했습니다. 시청자에게 광고를 보지 않을 수 있는 유료(부가가치세 제외 월 9500원)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을 유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택시업계를 혁신하겠다며 2015년 호출 택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는 처음엔 손님과 기사 모두에게 무료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80%를 장악한 지금은 빨리 배차해 준다는 스마트호출(이용료 1000원)이나 프리미엄 서비스(3000원)라는 ‘카카오T 블루’를 우선 안내하는 방법으로 사실상 소비자에게 추가 요금를 강요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일반 호출은 스마트폰 화면에 뜨는 ‘호출 리스트’ 밑부분에 배치해 화면을 한참 위로 끌어올려야만 보이게 했다는 것이죠. 택시기사에게도 역시 손님을 빨리 연결해 준다는 월 9만9000원짜리 카카오 유료 요금제로 눈총을 받습니다.
미국 하원은 지난 11일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을 겨냥한 독점 규제법을 발의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다른 기업의 이해와 충돌되는 사업을 못하게 하거나 검색에서 자기네 서비스만 우선 노출되도록 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입니다. ‘IT 공룡들이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중소기업을 파괴하며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NIE 포인트①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비대면 문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플랫폼 사업이 계속 급성장할까.
② 플랫폼 기업과 기존 사업자 간 갈등을 조정할 방안은 없을까.
③ 기술혁신으로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 것과 시장지배로 독점의 이익을 누리는 것이 공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