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악성 댓글이 급증하는 사회적 원인과 해결책을 토론해보자.
주로 유명인을 대상으로 하던 온라인 악성 댓글의 칼날이 최근에는 일반인을 향하기 시작했다. 전장(戰場)도 포털 사이트의 뉴스 댓글에서 인터넷 카페,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넓어졌다. 하지만 주요 포털 사이트를 제외하면 악플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지난해 말 기준 1만6633건이었다. 2014년 8880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악성 댓글이 많아진 게 신고 건수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가족이 ‘월북한 게 자랑인가’는 등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기도 했다. 악성 댓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게시글 양이 급증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잦게 나타난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도 친문(親文) 커뮤니티 ‘클리앙’ 등에 올라온 2차 가해성 댓글에 시달리다 악플러들을 고소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17명을 입건했다. 지난달에는 한 여대생이 에브리타임에 글을 올린 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평소 우울증을 앓았던 이 학생은 지난해부터 위로를 얻기 위해 에브리타임에 수차례 글을 올렸으나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라’ 등 악성 댓글이 달리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악성 댓글이 급증하는 사회적 원인과 해결책을 토론해보자.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포털 사이트는 악성 댓글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뉴스 기사에 남긴 댓글 이력을 공개하거나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자동으로 악성 댓글을 걸러주는 식이다. 하지만 중소 온라인 커뮤니티는 악성 댓글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적절한 게시물을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그럼에도 관리자는 신고 누적량이 많은 게시물만 처리할 뿐 부적절한 게시물에 대해 선제적으로 삭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이들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내릴 수 있는 조치는 법적 강제력 없는 ‘시정 요구’나 ‘권고’ 정도다. 방심위는 지난달 에브리타임에 차별·비하 정보에 대한 자율 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을 뿐이다.
외국에서는 플랫폼·온라인 사이트 사업자에 책임을 물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독일은 인종·성·연령·국적 등 특정 집단에 대해 선동적인 폭력 발언이 담긴 콘텐츠를 24시간 이내 제거하지 않는 SNS에 최대 5000만유로(약 665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김남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