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와 글쓰기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토론해보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를 계기로 한국의 상속세율이 적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유족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줬으니 상속세도 많이 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이 60%지만 벨기에의 80%보다는 낮다는 주장도 나온다.▶지나치게 높은 상속세는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토론해보자.
하지만 벨기에의 명목 상속세율은 80%여도 자녀에게 물려줄 때는 30%가 적용되며, 가업을 상속할 때 실제 부담하는 상속세 최고세율은 3%에 그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이나 유럽도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실제 상속세율이 80%를 웃돌았다. 하지만 자신의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주고 싶은 게 인간의 자연심성이고 특히 가업을 이어받는 경우 세율을 낮춰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경제학계의 연구 결과에 따라 지금은 크게 낮췄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의 실제 상속세율은 30~45%에 그친다. 한국은 자녀가 가업을 상속할 경우 실제 세율이 60%에 이른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한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조원의 기업가치를 지닌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자가 한국에서 기업을 물려주면 자녀가 갖게 되는 기업가치는 40%(4000억원) 남짓으로 줄어든다. 여기서 한 번 더 상속하면 16%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쪼그라든다. 두 번의 상속 과정을 거친다면 80% 이상을 정부가 가져가도록 돼 있는 게 한국이다.
기업 경영권은 지분율이 50% 이상일 때 탄탄하다. 하지만 펀드 등의 발달로 33% 이상이면 그럭저럭 경영권 방어는 할 수 있다는 게 최근의 분위기다. 마지노선은 20% 수준으로 여겨진다. 대기업도 마찬가지지만 중소기업들은 상속으로 인한 경영권 상실 위협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창업 최고경영자(CEO) 등을 중심으로 상속세 때문에 승계를 하지 못하고 외국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높은 상속세율 때문에 상속세 회피 노력이 점점 더 정밀해지고 고도화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강진규 한국경제신문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