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00개 넘는 나라의 신용등급이 하락했지만 한국은 신용등급을 지켰다. 하지만 피치는 한국의 빠른 나랏빚 증가 속도는 위험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지난 7일 발표했다. AA-는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중 네 번째로 높은 등급이다. 영국, 벨기에, 홍콩, 카타르와 같은 수준이다. 한국은 2012년 9월 A+ 등급에서 AA-로 오른 뒤 계속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숫자로 읽는 세상] 피치, 한국 신용등급 유지…"나랏빚은 위험"
피치는 등급 유지를 결정한 이유로 양호한 대외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 재정 여력 등을 들었다. 특히 엄격한 봉쇄 조치 없이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통제한 점을 높이 샀다. 피치는 “코로나19 확산이 경제 성장과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정책 대응으로 주요 선진국보다 양호한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제시했다.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높은 AA등급 국가의 평균 성장률 전망치는 -7.5%다. 피치는 내년엔 지속적인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한국 경제가 3.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가 재정건전성에 대해선 우려를 나타냈다. 피치는 “한국이 단기적인 재정 여력을 갖고 있지만 고령화로 인한 지출 압력이 큰 상황에서 늘어나는 정부 부채는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5~2018년 35~36% 수준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작년 37.7%, 올해 43.9%로 높아질 전망이다. 피치의 올해 전망치는 이보다 더 높은 44.4%다. 피치는 정부 부채의 위험성을 낮추려면 정부 투자 지출의 생산성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피치는 한국의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주택 가격 상승과 맞물려 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며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과 은행 건전성의 취약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민준 한국경제신문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