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미·중 패권전쟁 우려…신보호무역주의도 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무역질서의 새판 짜기가 가속화할 조짐이다. 코로나19로 갈등을 빚고 있는 미국과 중국은 ‘패권전쟁 2라운드’에 들어갔다. 산업구조가 수출 중심인 한국도 새로운 질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세계의 정치·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첨예한 무역전쟁을 벌여오다 지난 1월 15일 휴전에 합의한 뒤 서로에 대한 비난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양국의 패권전쟁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코로나19로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원죄론’을 내세워 중국을 몰아붙이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미 정부 차원의 ‘책임 소송’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도권을 노리고 있는 중국은 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3월부터 인공호흡기, 마스크, 방호복 등 의료물자를 적극 제공하면서 ‘의료 실크로드’ 구축을 위한 광폭 외교를 펴고 있다. 미국이 책임 소송, 추가 보복 관세 등으로 맞선다면 세계 경제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의 그림자는 한층 짙어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의 공급망도 재편이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은 코로나19 대책의 하나로 해외에 진출한 기업을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에서 되돌아오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전 비용의 3분의 2까지 정부가 부담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도 법인세 인하와 보조금 지급을 내세워 자국 기업의 유턴을 유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중국 의존적인 공급망의 위험성이 재차 불거지면서 세계 주요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 중 본국 회귀를 검토한 곳이 80%에 달했다. 중국 입장에선 지난 수십 년간 누려온 ‘세계의 공장’이라는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미·중 패권 싸움이 격화하고 무역장벽이 높아지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로나19가 몰고올 새로운 세계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처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4, 5면에서 새로운 세계 질서 양상을 자세히 살펴본다.
신동열 한경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