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물 만난 캐릭터 산업
캐릭터산업, 유튜브 콘텐츠 제작·소비 늘면서 급성장
아이돌 인기 뺨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다. EBS 인기 펭귄 캐릭터 ‘펭수’와 유아 콘텐츠 제작사 스마트스터디의 ‘아기상어’가 그 주인공이다. 펭수가 등장하는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는 지난달 27일 구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스터디는 지난달부터 북미 100개 도시를 돌면서 ‘아기상어 라이브’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 제작과 소비가 자유로워진 시대에 캐릭터산업의 폭발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캐릭터산업, 유튜브 콘텐츠 제작·소비 늘면서 급성장
유튜브 맞춤형 방송 캐릭터에 ‘열광’
펭수는 키가 210㎝인 열 살짜리 펭귄이다. 방탄소년단 같은 ‘우주 대스타’가 되기 위해 남극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헤엄쳐 왔다. 이미 스타가 됐지만 아직 EBS 연습생 신분이라 회사의 지하 소품실에 산다. 큰 키에 얼핏 보면 무표정한 얼굴인 펭수는 지난 3월 처음 유튜브 채널을 열었을 때만 해도 눈길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기존 EBS 캐릭터와 달리 ‘돌직구 발언’을 하는 통쾌한 모습으로 20~30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펭수는 김명중 EBS 사장의 이름을 호칭 없이 부르고 “사장이 편해야 회사가 잘된다”고 말하는 등 직장인들이 현실에선 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한다.
동시에 펭수는 EBS 캐릭터 고유의 선한 본성을 갖고 있다. 사회생활에 지친 성인 팬들에게 “힘내라는 말보다 ‘사랑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내가 나일 때 제일 좋다” 등 따뜻한 말을 건넨다. ‘선을 넘는 발언’을 하는 대상도 약자가 아니라 강자로 좁힌다. 펭수는 방송에 나오는 학생들을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깎듯하고 다정하게 맞는다.
교육방송에서 이렇게 복합적인 캐릭터가 탄생한 것은 기존 방송 포맷에서 벗어나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최근 성인은 물론이고 EBS가 타깃으로 하는 초등학생들의 주 플랫폼이 된 유튜브는 형식이나 내용에 엄격한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EBS가 본래의 교육적 목적을 잃지 않되, 재미와 공감을 더해 유튜브에 적합한 콘텐츠를 추구한 결과가 펭수라는 것이다.
유튜브 타고 전 세계 퍼진 ‘뚜루루뚜루’
펭수가 국내 성인층의 사랑을 받고 있다면 ‘아기상어’는 전 세계 아이들을 사로잡은 캐릭터다. 스마트스터디는 2015년 북미 구전동요인 ‘아기상어(Baby Shark)’를 각색해 아기 상어와 아빠 상어, 엄마 상어 등 상어 가족이 나오는 동요 ‘상어가족’을 내놓았다.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 귀여운 뚜루루뚜루”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중독성이 강하고 율동도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처음에는 한국의 아이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아기상어의 인기가 세계로 퍼져나간 것은 유튜브를 통해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유명인이 방송에 출연해 이 노래를 소개하며 입소문을 탔고, 이후 아이들이나 가수들이 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커버(cover)’를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 유행하며 빠르게 인기를 끌었다. 스마트스터디가 2016년 올린 상어가족 영어판 영상은 조회수가 40억 뷰를 넘었다.
굿즈도 인기…‘공감 비즈니스’ 통한다
캐릭터가 인기를 얻으면 경제적 가치도 커진다. 기업들이 마케팅에 캐릭터를 이용하고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최근 출시된 ‘펭수 굿즈’는 ‘완판’됐다. 펭수의 첫 패션 화보와 펭수 스티커가 담긴 패션지 ‘나일론’ 12월호는 발간 직후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품절됐다. 지난달 28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는 출시한 지 3시간 만에 1만 부(예스24 기준) 넘게 팔렸다.
스마트스터디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16개 국가의 도시 104곳에서 상어가족과 핑크퐁 공연을 열어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기록했다. 아기상어 인기로 회사 실적도 개선됐다. 스마트스터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전년(19억원)의 2.7배 수준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산업의 2017년 매출은 11조9223억원으로 2013년(8조3068억원) 대비 43.5% 증가했다. 권세환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성공하는 캐릭터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입히는 스토리텔링을 활용해 소비자의 공감을 얻고 감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한다”며 “캐릭터 마케팅도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함께 느끼는 공감 비즈니스로 성장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마케팅 시장에서 지속 가능하고 경쟁력 있는 분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NIE 포인트
펭수가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펭수 외에도 아기상어, 카카오프렌즈 등 인기 있는 캐릭터를 이용하는 마케팅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아 보자.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파급력에 대해 토론해 보자.
노유정 한국경제신문 지식사회부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