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 박사의 시장경제 이야기 (103) 기회비용
늙고 배고픈 사자는 먹잇감을 찾아 온종일 들판을 헤맸다. 하지만 마땅한 사냥감을 잡지 못해 굶주린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늙은 사자가 잔뜩 지쳐서 나무 그늘로 어슬렁어슬렁 향하는데, 이게 웬일인가? 때마침 토끼 한 마리가 나무 그늘 아래 곤히 잠들어 있었다.사자의 선택
늙은 사자는 잠든 토끼를 발견하고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자신의 허기를 달래줄 사냥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살금살금 다가가는 순간, 사자는 또 다른 먹잇감을 발견했다. 토끼와 아주 가까운 곳에 사슴 한 마리가 여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것이 아닌가? 사슴을 보자 사자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사냥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잠든 토끼를 노릴 것인가.
고민 끝에 늙은 사자는 우선 사슴부터 잡고 난 다음 토끼까지 잡기로 마음먹었다. 덩치 큰 사슴을 놓치기 아깝기도 했고, 사슴을 잡은 뒤 토끼도 잡을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다. 늙은 사자는 결심하자마자 냅다 사슴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늙은 사자의 속도로는 재빠른 사슴을 잡을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늙은 사자와 사슴이 쫓고 쫓기는 소리에 토끼가 잠이 홀랑 깨버렸다. 토끼는 놀란 눈으로 두리번거리더니 어디론가 후다닥 도망쳤다. 결국 사슴과 토끼를 모두 놓쳐버린 늙은 사자는 땅을 치며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아, 욕심내지 말고 토끼만 사냥할걸! 괜히 욕심부리다가 사슴과 토끼 둘 다 놓쳤네!”
선택과 비용
늙은 사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선택과 기회비용의 중요성을 전한다. 알다시피 우리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연속이다. 무엇을 하든 선택의 순간은 어김없이 찾아오며 그때마다 우리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고민한다. 그 이유는 무엇을 선택하면 다른 하나 또는 그 이상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기회비용이란 무엇을 선택하고 다른 것을 포기함으로써 잃어버리는 편익을 뜻한다.
그래서 어떤 하나를 선택할 때는 다른 하나 혹은 선택에 따른 득실을 따져 보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혹여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기대했던 편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를테면, 금융자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는 리스크가 크지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할지 안정적인 예금상품에 투자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예금은 안정적이지만 정해진 수익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주식 투자를 하게 되면 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잘못했다가는 원금 손실의 위험도 있다. 주식 투자를 결정한다 해도 어떤 기업의 주식을 살지 선택해야 한다. 기회비용을 두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진로나 학업 고민도 마찬가지다. 현재 저성장 시대를 맞아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취업난은 기회비용을 두고 청년을 고민하게 한다. 특히 대학을 나와도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요즘,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고민을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할지,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만약 A군이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한다면 1년에 2000만원의 수입을 얻을 수 있고, 대학에 진학한다면 1년에 100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자. A군이 대학 진학을 선택한다면 1년간 발생하는 기회비용은 3000만원이다.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입과 대학 진학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고민하되 한 번 선택하면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기꺼이 짊어져야 한다.
자원희소성과 기회비용
만약 고민 끝에 대학에 진학한 청년이 중퇴하고 사업을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어떤 사람은 대학교를 졸업한 뒤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젊은 열정과 패기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를 조언할 것이다.
실상 대부분의 사람은 안정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길 조언하거나 선택하지 않겠는가. 미래는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실패를 줄이고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방어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학 중퇴를 만류했던 그 청년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 애플을 창립하고 아이폰으로 시대의 트렌드를 만든 스티브 잡스, 페이스북을 창립한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물이라면 어떨까? 이들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안정적인 직장을 가질 기회를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세계 정보기술(IT)업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의 창립자로서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었다. 물론 그들이 사업에 실패했다면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
이처럼 알 수 없는 미래와 한정된 자원의 희소성은 우리를 선택의 기로에 서게 한다. 자신의 선택이 어떤 기회비용을 발생시킬지, 그리고 그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 선택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 결국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는 말은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기억해주세요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기회비용이란 무엇을 선택하고 다른 것을 포기함으로써 잃어버리는 편익을 뜻한다. 그래서 어떤 하나를 선택할 때는 다른 하나 혹은 선택에 따른 득실을 따져 보고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혹여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기대했던 편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