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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연금술의 기원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부터 시작하여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 이슬람을 통하여 발전한 후 11세기 말에 십자군 원정을 통해 중세 유럽으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금’은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는 매우 한정된 자원이었고, 금이 영원한 생명을 가져다준다는 믿음이 있던 시대였기 때문에 부유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맞아떨어져 연금술은 많은 탄압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랑받았다.《세상은 온통 화학이야》
연금술사들은 모든 물질은 물, 불, 흙, 공기 4가지 원소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금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비율만 알면 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값싼 금속을 금으로 만들고자 실행했던 수많은 실험과 연구는 끝내 실패하고 만다.
현대 화학의 초석이 된 오류의 학문
오늘날 우리는 연금술이 불가능한 이유를 안다. 일반 금속을 황금으로 바꿀 수 없는 까닭은 바로 원자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세계의 모든 존재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 단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심지어 금속인 황금도, 기체인 산소도 똑같이 세 가지 재료로 만들어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가 모두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다면, 도대체 무엇이 황금을 황금으로, 산소를 산소로 만드는 걸까? 그것은 바로 양성자 수가 원소의 종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떤 원소의 양성자 수가 몇 개냐에 따라 그 원소의 주기율표 자리가 정해진다. 주기율표에 배열되어 있는 원소의 배열 기준은 바로 원자번호다. 이 원자번호는 양성자 수와 일치한다. 주기율표를 살펴보면, 산소는 8번이다. 산소가 가진 양성자가 8개라는 뜻이다. 황금은 79번이니 양성자가 79개라는 뜻이다. 이런 차이만으로도 산소는 산소고, 황금은 황금인 것이다.
결국 양성자 수의 차이 때문에 금속은 금이 될 수 없다. 일반 금속인 철을 금으로 바꾸려면 철 원자에 양성자를 추가해야 하는데 원자 핵에 있는 양성자 수는 그렇게 간단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들고자 한 자신들의 목표는 결국 이루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축적된 화학에 관한 많은 지식과 기술은 화학 발전의 토대를 쌓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오늘날까지 다양한 분야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화학을 이루는 세 가지 기둥
화학은 크게 물리화학, 유기화학, 무기화학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물리화학은 이름에서 이미 알 수 있듯이, 물리와 화학의 결합이다. 열역학과 양자역학이 여기에 속하며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도움으로 화학반응을 예언하는 일도 포함된다.
유기화학은 단 하나의 원소, 즉 탄소(C)를 중심에 두고, 탄소와 잘 결합하는 모든 원소인 수소(H), 산소(O), 질소(N), 인(P)을 연구한다. 탄소는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로, 지구상의 모든 것은 탄소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 또한 탄소로 만들어졌으며, 만약 존재한다면 외계 역시 탄소를 기반으로 하리라고 화학자들은 확신한다.
무기화학은 유기화학과는 반대로 탄소가 아닌 모든 원소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무기화학은 모든 기술 장비의 기초이며,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스마트폰도 무기화학 발전의 산물이다.
무기 화학의 최대 걸작은 스마트폰
스마트폰은 70가지가 넘는 다양한 원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스마트폰을 정말로 ‘스마트’하게 하는 것은 희토(희귀한 흙) 또는 희토류금속이라 불리는 특별한 금속류다.
희토류금속에 속하는 터븀(Tb), 프라세오디뮴(Pr), 이트륨(Y), 가돌리늄(Gd), 유로퓸(Eu)은 인스타그램 사진들을 멋지게 표현해주는 디스플레이 색상을 담당한다. 네오디뮴(Nd)이나 디스프로슘(Dy)은 일반 자석을 스피커와 마이크에 사용되는 슈퍼 자석으로 만들며, 이 두 가지 희토류는 진동 기술에도 사용된다. 희토류는 에너지 절약 전구의 자연스러운 빛을 만들고, 태양광전지나 풍력터빈 같은 친환경 기술에도 사용된다. 이 귀한 금속은 아주 소량으로도 효력을 떨치며 과학의 발달에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처럼 화학의 발전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생활의 편리함과 더불어 더 큰 세상을 여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세상이 온통 화학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윤혜림 한경BP 에디터 yoon092@hankyung.com